29화. 상위 1%가 31.7%를 가진 나라

1980년 중산층 천국에서 2026년 양극화 지옥으로

by 박상훈

29화. 상위 1%가 31.7%를 가진 나라

― 1980년 중산층 천국에서 2026년 양극화 지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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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1일 자정,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남쪽.

빌리어네어스 로라 불리는 초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샴페인 코르크가 터진다.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는 올해 보너스로 2,400만 달러를 받았다. 그의 순자산은 3억 달러가 넘는다. 상위 0.1%다.


같은 시각,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브롱크스. 간호조무사 제니퍼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연봉 4만 2,000달러. 월세와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그녀의 순자산은 마이너스 2만 3,000달러다. 하위 50%다.


두 사람은 같은 도시, 같은 나라에 산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산다.


Fed가 공개한 충격적인 현실


2025년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한 분배 금융 계정(Distributional Financial Accounts) 데이터는 미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상위 1%가 보유한 자산: 전체의 31.7% (2025년 3분기 기준, 1989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
- 하위 50%가 보유한 자산: 전체의 2.5%


상위 1%는 약 330만 명이다. 하위 50%는 약 1억 6,500만 명이다. 330만 명이 1억 6,500만 명보다 12배 이상 더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변화 속도다. 1989년 상위 1%의 자산 점유율은 약 23%였다. 35년 만에 거의 9%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하위 50%는 약 4%에서 2.5%로 오히려 줄었다. 중산층을 의미하는 50~90% 구간도 35.7%에서 29.4%로 쪼그라들었다.


상위 1%의 총 자산은 2025년 2분기 기준 5만 2,000억 달러(52조 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최고치다. 팬데믹 이후 5년 동안 상위 10%가 자산에 추가한 금액만 40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에서 세습의 나라로 변했다.


1945~1980: 잃어버린 중산층의 황금기


미국이 항상 이렇게 불평등했던 건 아니다. 1945년부터 1980년까지는 위대한 압축(Great Compression) 시대였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그 성장의 과실이 비교적 고르게 분배되었다.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1945년 45%에서 1980년 35%로 오히려 줄었다. 중산층이 두터워졌다.


이것이 가능했던 세 가지 조건이 있었다.


첫째는 강력한 노조였다.

1950년대 민간 부문 노조 가입률은 35%에 달했다. GM 노동자는 고졸 학력으로도 집을 사고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노조가 있어 협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높은 세율이었다.

1950~1960년대 최고 소득세율은 91%였다.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 구간에 적용되었다. 부자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회사에 재투자하거나 직원 복지를 늘렸다. 돈을 개인 주머니에 넣으면 90%를 세금으로 내야 했기 때문이다.


셋째는 제조업 중심 경제였다.

1970년 제조업이 GDP의 25%를 차지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학력이 낮아도 중산층 생활을 보장했다.


1980년의 전환점: 낙수는 없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룰이 완전히 바뀌었다.


레이건의 경제 철학은 명확했다.


“정부는 문제이지, 해결책이 아니다.”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고, 시장에 맡기면 경제가 성장하고 모두가 잘살게 된다는 낙수 효과 이론이었다.


1981년 레이건은 세제 개혁을 단행했다. 최고 소득세율을 70%에서 50%로 낮췄다. 1986년에는 세법 개혁을 통해 다시 28%까지 대폭 인하했다. 법인세 최고세율도 46%에서 34%로 낮췄다. 자본이득세도 인하했다.


하지만 낙수는 없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제시한 r > g 공식이 작동했다.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높아지면서, 자산을 가진 사람은 더 빠르게 부자가 되고, 임금에만 의존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되었다.


부자들은 세금으로 낼 돈을 투자하는 대신 자산 시장에 쏟아부었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자산을 가진 사람은 더 부자가 되었고, 없는 사람은 그대로였다.


같은 시기 노조가 무너졌다. 1981년 레이건은 항공관제사 파업을 강경 진압하며 파업 참가자 1만 1,000명을 전원 해고했다. 이 사건은 상징적이었다. 기업들은 노조 파괴에 나섰다. 민간 부문 노조 가입률은 1980년대 초반 약 20%에서 2025년 5.9%로 추락했다.


자산 인플레이션: Fed Put이 만든 불평등


15화에서 봤듯이 Fed는 위기가 올 때마다 돈을 찍어 시장을 구제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그때마다 양적완화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문제는 그 돈이 어디로 갔느냐다. 노동자의 월급 봉투로 가지 않았다. 자산시장으로 갔다. 주가, 채권,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렸다.


상위 10%가 미국 주식의 약 87%를 보유하고 있다. 하위 50%가 보유한 주식은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하다. Fed가 돈을 풀면 주가가 오르고, 주식을 가진 사람만 부자가 된다. "Fed Put"은 상위층을 위한 보험이었다.


2020년 코로나 이후 5년 동안 상위 10%는 자산에 40조 달러를 추가했다. 그 사이 상위 10%는 미국 전체 소비의 49.2%를 차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1989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다. 이제 미국 경제는 극소수의 소비에 의존하는 ‘K자형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들이 재채기를 하면 미국 경제 전체가 독감에 걸리는 구조다.


세금 구조의 역전: 부자가 더 적게 낸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미국은 누진세니까 부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내겠지라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맞고, 부분적으로는 틀리다.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누진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상위 1%의 소득 구조는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근로소득이 아니라 자본소득으로 돈을 번다. 주식 배당,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부동산 임대료 등이다.


미국 세법에서 자본이득세율은 근로소득세율보다 낮다.

장기보유 주식 매각 이익에 대한 최고세율은 20% 수준이다.

반면 높은 근로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은 37%다.


그래서 역설적인 일이 벌어진다. 월급 10만 달러 버는 중산층 전문직이 실효세율 30%를 내고, 자산 100억 달러 가진 억만장자가 실효세율 15~20%를 낸다.


워런 버핏이 유명한 말을 했다.


"내 비서가 나보다 더 높은 세율의 세금을 낸다. 이건 잘못되었다.”

버핏 본인의 실효세율은 17.7%였고, 그의 비서는 약 30%의 세율을 냈다.

이것은 개인적 일화가 아니라 미국 세법 구조의 현실이었다.


교육과 주택: 계급을 고착화하는 장치


교육은 원래 계층 이동의 사다리여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점점 계급 대물림 장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버드 합격생의 약 30%는 부모가 동문이었다. 레거시 입학이라는 제도 때문이었다. 부자들은 자녀에게 시간당 수백 달러짜리 SAT 과외를 시킨다. 명문대 입학 확률 자체가 부모의 소득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2025년 11월, 하버드가 레거시 입학 제도를 공식 폐지했다. 미국 교육부의 민권 조사, 시민사회의 압박, 그리고 2023년 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입학(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판결 이후 이어진 흐름의 결과였다. 4년제 대학 중 레거시 입학을 유지하는 곳도 2015년 49%에서 2025년 24%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이것이 교육 불평등 자체를 해소하지는 않는다. 입시 제도 하나를 바꿔도, 부자들이 사교육에 쏟아붓는 돈의 격차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1970년 디트로이트 GM 공장 노동자는 연봉의 2.5배로 집을 샀다. 2025년 샌프란시스코 IT 엔지니어는 연봉의 12배를 내야 집을 산다.


집을 사지 못하면 자산 축적이 불가능하다. 집은 미국 중산층 자산의 65%를 차지한다. 집이 없으면 자산이 없다. 월세를 내느라 저축을 못 한다. 평생 세입자로 산다.


CEO와 노동자: 31배에서 285배로


1978년 미국 대기업 CEO 연봉은 평균 노동자의 31배 정도였다.

사장님은 우리보다 책임이 무거우니까.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2024년 S&P 500 기업 CEO 연봉은 평균 노동자의 281~285배다. AFL-CIO 기준으로는 285배, EPI(경제정책연구소) 기준으로는 281배다. 노동자가 5만 달러를 벌 때 CEO는 1,400만 달러 이상을 받는다. 노동자가 280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1년에 가져간다.


이유는 스톡옵션이다. 21화에서 봤듯이,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명분 아래 CEO들은 주가 부양에 올인했고, 그 대가로 천문학적 보너스를 챙겼다. 2024년 기준 CEO 보수에서 주식 관련 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달한다.


반면 노동자 임금은 정체되었다. 1979년부터 2024년까지 생산성은 80.9% 증가했지만, 일반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29.4%만 증가했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파이는 커졌는데,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그 속도를 한참 따라가지 못했다. 그 차이는 모두 자본 소득으로 갔다.


한국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한국은 미국보다 평등하다. 하지만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2025년 기준(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한국 순자산 상위 10%의 자산 점유율은 46.1%다.

2024년의 44.4%보다 1.6%포인트 올랐다.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다.

상위 20%로 보면 약 65%를 차지한다. 하위 40%가 가진 몫은 4.8%에 불과하다.


이 불평등을 수치로 요약하면, 순자산 지니계수가 0.625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 불평등은 완화되고 있지만, 자산 불평등은 반대 방향으로 치달리고 있다. 집값이 수년치 소득 격차를 한꺼번에 벌려 놓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강남 아파트는 30억 원이 넘는다.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24.1배다. 미국·일본·덴마크·프랑스 등이 10배 내외에 분포하는 것과 비교하면 극단적 수준이다. 중위소득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집을 마련하는 데 24년 이상이 걸린다는 의미다. 30대 직장인이 부모 찬스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구조다.


학자금 대출은 아직 미국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사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4년 기준 연간 29.2조 원이 사교육에 쓰인다. 전년(27.1조)보다 7.7%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다.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사교육비는 늘고 있다. 1인당 부담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사교육 참여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77만 2,000원에 달한다.


건강보험은 미국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비급여 항목이 늘어나고 있다. 암 치료에 수천만 원이 든다. 중산층도 큰 병에 걸리면 휘청거린다.


오늘의 교훈


상위 1%가 31%를 넘게 가진 나라에서는, 자유도 계급을 따라 배분된다.


상위 1%는 어디서 살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병원에 갈지, 어떤 학교에 보낼지 선택할 자유가 있다. 하위 50%는 오늘 당장 병가를 쓸 자유도, 이사를 할 자유도, 회사를 때려치울 자유도 없다.


1980년 레이건이 약속한 낙수 효과는 45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부는 위로만 흘러올랐다. 상위 1%가 31%를 넘게 독점하고, 하위 50%가 2.5%에 만족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구조는 2025년에도 강화되고 있다. 상위 1%의 총자산은 역대 최고인 52조 달러를 돌파했고, 상위 10%의 소비가 미국 전체 소비의 절반에 육박했다. 경제 전체가 소수의 지갑에 의존하는 'K자형 경제’가 완성되고 있다.


21화에서 제조업이 죽고 금융이 살았고, 22화에서 골드만삭스가 정부를 장악했고, 23화에서 엘리엇이 삼성을 공격했고, 24화에서 블랙록이 11조 달러로 시장을 지배했고, 25화에서 HFT가 0.001초로 개인을 털어갔고, 26화에서 2008년 구조가 재현되고 있고, 27화에서 신용평가사가 쓰레기에 AAA를 매겼고, 28화에서 은행은 구제하고 서민은 파산시켰다면, 29화에서 본 것은 그 모든 시스템이 만든 최종 결과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에서 <세습의 나라>가 되었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돈이 정치를 사고, 정치가 다시 부자에게 유리한 법을 만든다. 이 악순환이 지속되면 민주주의 자체가 위험해진다.


다음 화 예고


상위 1%가 부를 독점하는 동안, 중산층은 어떻게 되었을까?


1971년 미국 중산층은 전체 가구의 61%였다. 2023년에는 51%로 줄었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산층이 사라진 자리를 누가 채웠을까? 상류층이 아니라 빈곤층이었다.


30화에서는 집값, 의료비, 교육비라는 비용의 덫에 걸린 중산층의 현실을 파헤칩니다.


[달러 제국: 파월이 세계를 움직이는 방법]

불평등이 시스템인 사회

4부 1화 (시리즈 29화). 상위 1%가 31%를 가진 나라

(이 글은 Federal Reserve “Distributional Financial Accounts (DFA)” 2025 Q3 최신 데이터, FRED St. Louis Fed WFRBST01134 시계열, Forbes “Wealth of the 1% Reaches Decade High” (2026.01.30), CNBC “The wealth of the top 1% reaches a record $52 trillion” (2025.10), Economic Policy Institute “CEO Pay Report 2024” 및 “The Productivity–Pay Gap”, AFL-CIO “Executive Paywatch 2025”,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Union Members 2025” (2026.02.18 발표), Pew Research Center “The State of the American Middle Class” (2024.05), Higher Ed Dive “Legacy admissions tumbled dramatically over past decade” (2025), 통계청 “2024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 (2025.03.13), 국가데이터처·한국은행·통계청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2025.12),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집값이 안정되면 달라질 것들” (2026.03.06), 한겨레 “자산 불평등 최악, 상위 10%가 순자산 46% 점유” (2025.12), Thomas Piketty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Emmanuel Saez & Gabriel Zucman “The Triumph of Injustice”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