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주식 부자만 더 부자 되는 구조

Fed가 돈을 풀면 당신의 월급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주식이 오른다

by 박상훈

31화. 주식 부자만 더 부자 되는 구조

― Fed가 돈을 풀면 당신의 월급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주식이 오른다



2020년 3월 23일 월요일 오전 9시, 뉴욕 맨해튼.

헤지펀드 매니저 제임스(52세)는 컴퓨터 앞에 앉아 Fed 의장 제롬 파월의 긴급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우지수가 약 40일(2월 12일~3월 23일) 만에 37% 폭락한 직후였다. 제임스의 포트폴리오도 30% 손실을 봤지만, 그는 침착했다.


오전 9시 15분, 파월이 발표했다.


“Fed는 필요한 만큼의 자산을 매입할 것입니다. 한도는 없습니다.”


제임스는 즉시 움직였다. 테슬라, 애플, 아마존을 대량 매수했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다우지수는 3월 23일 저점에서 2021년 말까지 100% 폭등했다. 제임스의 자산은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80% 늘어났다.


같은 시각,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호텔 청소원 카를로스(38세)는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호텔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는 주식 계좌가 없었다. 전 재산은 통장의 3,200달러뿐이었다.


Fed가 쏟아부은 수조 달러는 제임스의 포트폴리오로 갔지, 카를로스의 월급 봉투로 가지 않았다.


주식 소유의 극단적 편중


Fed가 발표한 2024년 가계 자산 분포 데이터(DFA)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상위 10%가 보유한 주식: 전체의 93% (2023년 3분기 기준, 최신 데이터)
상위 1%가 보유한 주식: 전체의 약 50%
하위 50%가 보유한 주식: 전체의 약 1%


미국 인구 1억 6,500만 명이 합쳐서 보유한 주식이 전체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상위 330만 명이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주식 보유 여부 자체다. Fed의 2022년 소비자금융조사(SCF)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58%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약 42%는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는다. 퇴직연금 계좌를 포함해도 주식과 무관한 가구가 절반에 가깝다.


이들에게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주가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2025년 3분기 기준, 미국 상위 1%의 전체 자산 점유율은 31.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주식 부의 집중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캔틸론 효과: 돈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18세기 경제학자 리처드 캔틸론이 발견한 진실이 있다.

새로운 돈이 경제에 들어올 때,

그 돈을 가장 먼저 만지는 사람이 가장 큰 이득을 본다는 것.


Fed가 돈을 찍으면 제일 먼저 누구에게 갈까?

대형 은행이 Fed와 직접 거래하며 0%에 가까운 금리로 돈을 빌린다.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가 은행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주식과 채권을 산다. 대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해 싼값에 자금을 조달하고 자사주를 매입한다. 부유한 개인은 자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린다.


한참 뒤에야 서민이 물가가 다 오르고 나서 찔끔 오른 월급을 받는다.

돈은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꿀처럼 끈적하게 위쪽에 달라붙어 있다가, 아주 조금만 아래로 떨어진다.

그 사이에 자산 가격은 이미 저만큼 달아나 있다.


서민이 대출을 받으려 은행에 가면 신용등급이 낮아서 금리가 높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Fed가 0%로 준 돈을 서민은 5%, 10% 이자를 내고 빌려야 한다.


K자형 회복: 위는 급등, 아래는 급락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이 구조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K자형 회복이라 불렀다.

K자의 위쪽 선은 올라가고, 아래쪽 선은 내려가는 모양이다.


2020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주요 지표를 보자. 상위 10% 가구 순자산은 17조 달러 증가했다. 하위 50% 가구 순자산은 1조 달러만 증가했다. 상위 10%가 증가한 자산이 하위 50%의 17배였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2020년 4월 실업률은 14.7%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2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부분 서비스업 저임금 노동자였다. 반면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는 저점(2020년 3월 23일) 대비 130% 이상 폭등했다.


일론 머스크의 순자산은 2020년 3월 약 246억 달러에서 2021년 11월 약 3,000억 달러로 약 12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테슬라 공장 노동자들은 코로나 감염 위험 속에서 일했고, 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자사주 매입: 기업의 돈이 주주 주머니로


Fed가 푼 돈이 실물 경제로 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자사주 매입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돈을 벌면 공장을 짓고 고용을 늘렸다. 하지만 주주가치 극대화 시대에는 다르다. 남는 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산다.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 순이익이 올라가고, 주가가 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S&P 500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약 5조 달러다. 이 돈이면 미국 전역의 인프라를 현대화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돈을 주가 부양에 썼다.


CEO의 보너스가 주가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면 CEO는 스톡옵션으로 수천만 달러를 번다. 대주주들도 자산이 늘어난다. 애플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자사주 매입에 5,500억 달러를 썼다. 그 덕분에 애플 주가는 10배 넘게 올랐다. 하지만 아이폰 조립 노동자의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2025년 S&P 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약 9,250억~1조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의 배신: 노동보다 자본이 우대받는다


주식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결정적 이유는 세금이다.


미국에서 월급쟁이는 최고 37%의 소득세를 낸다. 여기에 주정부 세금, 사회보장세까지 합치면 절반 가까이 떼인다. 하지만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다 팔면? 장기 자본이득세 최고세율은 20%다.


연봉 5만 달러 버는 노동자가 야근해서 1,000달러 더 벌면 22% 세금을 낸다. 주식으로 10억 달러 번 헤지펀드 매니저는 20%만 낸다.


더 기막힌 건 Buy, Borrow, Die 전략이다.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는 주식을 팔지 않는다. 팔면 세금을 내야 하니까.

대신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막대한 돈을 빌려 생활비로 쓴다.

대출금은 소득이 아니므로 세금이 없다.

나중에 죽으면 상속세 면제 한도 등을 이용해 자녀에게 넘긴다.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평생 호화롭게 살 수 있다.


복리의 마법이 만든 격차


워런 버핏은 말했다.


“인생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중요한 건 젖은 눈과 긴 언덕을 찾는 것이다.”


주식 투자는 복리로 불어난다. 연 10% 수익률로 30년 투자하면 원금이 17배가 된다. 문제는 시작점이다.


부자 집 자녀는 부모가 태어날 때 10만 달러를 주식 계좌에 넣어준다.

30년 후 170만 달러가 된다. 아무것도 안 해도 백만장자다.


중산층 자녀는 30세에 취업해서 10년간 저축해 10만 달러를 모았다.

주식에 투자한다. 30년 후 65세에 170만 달러가 된다.


하지만 이미 부자 집 자녀는 그 돈으로 또 투자해 더 불렸다.

빈곤층 자녀는 학자금 대출 갚느라 40세까지 저축이 불가능하다.

주식 투자는 꿈도 못 꾼다.


출발선이 다르면 도착선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벌어진다.

이것이 자산 격차가 세대를 거쳐 고착화되는 메커니즘이다.


한국은 다른가? 부동산 불패의 신화


미국이 주식이라면, 한국은 부동산이다.


한국 상위 10%는 전체 순자산의 약 46%를 보유하고 있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토지를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가 전체의 78.4%를 소유하고 있다.

상위 1%가 가진 주택 수는 평균 4.68채다.


Fed가 돈을 풀면 한국 부동산도 춤을 춘다. 유동성이 넘치면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한다.

2020~2021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누적 기준 약 40~50% 급등했다. (KB부동산·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지수 기준: 2020년 +23%, 2021년 +13~16%)


무주택자들은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집값이 오르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벼락거지라는 단어가 생긴지 오래다.

가만히 있었는데 남들이 다 부자가 돼서 상대적으로 거지가 되었다는 뜻이다.


반면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은 자산이 수억 원 늘었다.

세금 좀 내도 남는 장사다. 그 돈으로 또 갭투자를 한다.


자산이 자산을 낳는다. 한국에서도 노동 소득은 자산 소득을 이길 수 없다.

"월급쟁이는 평생 월세 살고, 빚내서 집 산 사람은 부자 된다"는 믿음이 종교가 되었다.


2025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년 대비 13.5% 추가 상승해 팬데믹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자산 불평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늘의 교훈


“Fed가 수도꼭지를 틀면, 컵을 든 서민이 아니라
거대한 물탱크를 가진 자산가들이 물을 받아먹는다.”


주식 부자만 더 부자 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시스템이다. Fed는 자산 가격을 띄워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 기업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올린다. 세법은 자본 소득을 우대한다. 금융 시스템은 부자에게 더 싼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29화에서 상위 1%가 31%를 독점하는 구조를 봤고, 30화에서 중산층이 무너지는 과정을 봤다면, 31화에서는 Fed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 확인했다. Fed Put은 상위 10%를 위한 보험이다. Fed는 주가가 폭락하면 구제하지만, 서민의 월급이 줄어도 구제하지 않는다.


이 구조 속에서 성실하게 일해서 저축하면 부자 된다는 말은 동화 속 이야기다. 노동만으로는 자산 인플레이션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노동의 가치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자본의 가치가 하늘을 찌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다음 화 예고


주식과 부동산이 없는 청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자산을 쌓는 대신 빚을 쌓았다.

학자금 대출 약 1.66조 달러 덫.


미국 대학 졸업생의 약 47%가 빚을 지고 사회에 나온다.

평균 약 3만 달러 (학부 졸업생 기준). 의대나 로스쿨은 20만 달러가 넘는다.

이 빚은 파산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결혼도, 출산도, 내 집 마련도 포기하게 만드는 족쇄.


32화에서는 지식의 가격이 어떻게 청년 세대를 빈곤의 늪으로 밀어 넣었는지 파헤칩니다.


[달러 제국: 파월이 세계를 움직이는 방법]

불평등이 시스템인 사회

4부 3화 (시리즈 31화). 주식 부자만 더 부자 되는 구조

(이 글은 Federal Reserve “Distribution of Household Wealth in the U.S.” DFA 분기별 데이터(최신 업데이트 2026년 1월), Federal Reserve “Changes in U.S. Family Finances” 2022년 소비자금융조사(SCF),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실업률 통계, S&P Dow Jones Indices 자사주 매입 데이터,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기업 자사주 매입 보고서, Tax Policy Center 자본이득세율 분석, ProPublica “The Secret IRS Files”, 국가데이터처·한국은행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연합뉴스 팩트체크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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