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최저임금 7.25달러가 17년째 동결된 이유

풀타임으로 일해도 빈곤선 아래인 나라

by 박상훈

33화. 최저임금 7.25달러가 17년째 동결된 이유
― 풀타임으로 일해도 빈곤선 아래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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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텍사스주 휴스턴.
패스트푸드점 직원 마리아(29세)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2시까지 일한다. 시급 7.25달러,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월급은 세전 1,160달러다. 세금 떼고 나면 1,000달러 남짓이다.

오후 3시, 마리아는 두 번째 직장으로 간다. 마트 계산원.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역시 시급 7.25달러. 하루 14시간, 주 70시간 일해서 월 1,900달러를 번다. 월세 850달러, 식비 400달러, 교통비 150달러 등을 제하면 220달러 남는다.

마리아가 받는 7.25달러는 2009년 7월 24일에 정해졌다. 그 후 2026년 3월 현재까지 17년째 단 1센트도 오르지 않았다.

17년의 침묵: 실질임금 42% 증발


2009년부터 2026년 초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약 42.2% 상승했다. 2009년 7.25달러의 구매력을 2026년 가치로 환산하면 약 10.22달러가 되어야 한다. 반대로 지금 7.25달러의 실질 구매력은 17년 전 5.1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가만히 앉아서 임금이 절반 가까이 허공으로 증발한 셈이다.

빈곤선 아래의 풀타임 노동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로 풀타임(주 40시간)을 일하면 연 15,080달러다. 2026년 연방 빈곤선(1인 가구 15,060달러)에 간신히 턱걸이한다. 건강보험을 주지 않으려 파트타임으로 직원을 쪼개는 기업들 탓에, 투잡·쓰리잡을 뛰어도 유급 병가 하나 받지 못한다.

로비의 승리: 2.13달러의 덫


가장 강력한 저지선은 전미레스토랑협회다. 팁을 받는 직원의 연방 최저임금은 무려 1991년 이후 35년째 시급 2.13달러에 동결되어 있다. 차액을 보전해주는 식당은 많지 않다. 게다가 상원의 필리버스터 장벽으로 인해 인상 법안은 100석 중 60석을 채우지 못해 매번 무산된다.

주별 격차: 두 개의 국가로 쪼개지다


연방이 포기하자 워싱턴주(17.13달러), 뉴욕(17.00달러), 캘리포니아(16.90달러) 등은 알아서 임금을 올렸다. 반면 텍사스, 조지아 등 21개 주는 7.25달러를 유지한다. 같은 패티를 구워도 동네 따라 월급이 2.3배 차이 난다.

정부가 대기업 인건비를 내주는 나라


미국 노동부 기준 610만 명의 워킹 푸어(Working Poor)는 푸드 스탬프(SNAP)에 기댄다. 월마트가 낮은 임금을 주고, 노동자는 정부 지원금으로 다시 월마트에서 밥을 산다. 사실상 납세자의 세금이 대기업의 방만한 인건비를 보조해 주는 셈이다.

한국은 1만 원 시대, 그러나


한국은 2026년 10,320원으로 사상 첫 1만 원 시대를 열었다.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억지로라도 시계를 굴린 덕이다. 물론 초단기 쪼개기 알바가 급증하는 반작용도 생겼으나, 17년간 하위 계층을 방치한 미국과는 궤가 다르다.

시장에서 협상력이 없는 사람들의 삶은, 국가 인프라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1%의 독식(29화), 중산층의 몰락(30화), 주식 복리장(31화), 학자금 덫(32화)의 가장 밑바닥에는 17년째 동결된 7.25달러가 있다. 성실히 일하면 잘 산다는 드림은 숫자로 산산조각 났다.

오늘의 교훈

최저임금 7.25달러는 숫자가 아니라, 한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하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풀타임으로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

17년째 최저임금을 동결한 나라는 사실상 이렇게 선언하는 셈이다.


"시장에서 협상력이 없는 사람들의 삶은, 정치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29화에서 상위 1%가 31%를 가진 구조를 봤고, 30화에서 중산층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살펴봤으며, 31화에서 주식 부자만 더 부자 되는 구조를 확인했고, 32화에서 청년 세대가 학자금 대출 1.83조 달러에 묶여 있다는 것을 봤다.

33화에서 최저임금 7.25달러의 동결은 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다. 상층에는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부를 불리는 1%가 있고, 중간층에는 주거·의료·교육비의 덫에 걸린 중산층이 있으며, 하층에는 풀타임으로 일해도 빈곤선 아래에 머무르는 워킹 푸어가 있다.

성실하게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7.25달러 앞에서 산산조각 났다. 1968년 최저임금 노동자는 3인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 2026년 최저임금 노동자는 혼자 살기도 벅차다. 경제 규모는 수배로 성장했는데, 가장 아래층의 삶은 퇴보했다.

다음 화 예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월세를 못 내어 차에서 잠을 자는 동안, 집값은 어떻게 되었을까?
집값 폭등이 계급을 나누는 방식.

1970년 디트로이트 공장 노동자는 연봉의 2.5배로 집을 샀다. 2026년 샌프란시스코의 엔지니어는 연봉의 12배를 내야 집을 산다. 집을 산 사람과 못 산 사람의 자산 격차는 10년마다 두 배씩 벌어진다.

34화에서는 주택이 어떻게 거주 공간에서 계급 구분 장치로 변모했는지 파헤칩니다.

[달러 제국: 파월이 세계를 움직이는 방법]
불평등이 시스템인 사회
4부 5화 (시리즈 33화). 최저임금 7.25달러가 17년째 동결된 이유
(이 글은 US Department of Labor "Minimum Wage" 연혁, US Census Bureau "Poverty Guidelines" 2026, Economic Policy Institute "Minimum Wage Tracker", Congressional Budget Office "The Effects on Employment of Raising the Minimum Wage", 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 "SNAP 수혜자 통계", 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로비 지출 데이터,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통계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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