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한국도 미국식 양극화로 가고 있나

더 빠르고, 더 극단적으로 무너지는 아시아의 미국

by 박상훈

35화. 한국도 미국식 양극화로 가고 있나

― 더 빠르고, 더 극단적으로 무너지는 아시아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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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30대 부부 김민수·박지혜 씨는 합산 연봉 1억 2,000만 원을 번다.

통계상 상위 20%에 속한다.


하지만 대치동 아파트 15억 원을 사려면 부모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부부는 월세 200만 원을 내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한숨을 쉰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김철수(72세) 할아버지는 무료 급식 줄에 서 있다.

젊은 시절 중동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자식 둘을 대학까지 보냈다.

하지만 지금 남은 건 낡은 빌라 한 채와 국민연금 월 55만 원뿐이다.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벅차다.


두 세대, 두 계층. 모두 불안하다.


29화에서 미국 상위 1%가 31%를 독점하는 모습을 보며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더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어떤 지표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숫자가 말하는 잔혹한 현실


자산 불평등 (2024년 기준):

- 한국 상위 10% 자산 점유율: 58%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 기준. 통계청 공식 순자산 기준은 44.4%)
- 미국 상위 10% 자산 점유율: 67%


한국이 미국보다 낮지만, 증가 속도가 문제다.


1990년대 한국 상위 10% 점유율은 40%대였다. 30년 만에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 기준으로도 2017년 41.8%에서 2024년 44.4%, 2025년에는 서울 집값 급등에 힘입어 46.1%까지 치솟으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이 미국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노인 빈곤율 (최신 기준):

- 한국: 약 40% (OECD 1위)
- 미국: 약 23% 이상
- OECD 평균: 14.8%


한국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선 아래에 산다. OECD 평균의 약 세 배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세대가 노후에는 탑골공원에서 무료 급식을 받는다.


그리고 이제 그 숫자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24년 65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체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다. 2026년은 그 첫 번째 완전한 해다.


출산율 (최신 기준):

- 한국: 0.80명 (2025년 발표치. 2023년 최저점 0.72명에서 2024년 0.75명, 2025년 0.80명으로 2년 연속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
- 미국: 1.6명 (2024년 기준)
- 국가가 인구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출산율: 2.1명


반등이 시작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된다. 0.80명은 여전히 인구 유지 수준의 절반도 안 된다. 한국은 여전히 인구 붕괴 압박 속에 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집값, 교육비, 노후 불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식 양극화의 세 가지 덫


덫 1: 부동산 의존도 75%


미국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은 약 32%다. 한국은 75%다.

이것은 한국 가계가 부동산 가격 변동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뜻이다.

한국은 미국의 두 배 이상을 부동산 한 곳에 몰아넣었다.


2026년 3월, 그 구조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가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18.67% 급등했다. 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강남·서초·송파 3구는 평균 24.7% 올랐고, 나머지 14개 구는 평균 6.93%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안에서도 이미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한다. 수도권 외 지역 평균 상승률은 3.37%. 서울과 지방은 점점 더 다른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미래전략연구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가격 소득 대비 비율(PIR)은 24.1배다. 중위 소득 가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만 해도 집 한 채를 사는 데 24년이 넘게 걸린다는 뜻이다. 미국, 일본, 덴마크, 프랑스의 PIR이 약 10배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다.


부동산이 오르면 부자가 되고, 떨어지면 파산한다.

주식, 채권, 현금 같은 다른 자산으로 분산하지 못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전세 제도다. 연간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보증금만 300조 원을 넘는다.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 2023~2024년 전세 사기가 속출한 이유다. 미국에는 없는 한국 특유의 시스템 리스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도 나왔다. 지난 3월 22일,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논의·입안·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를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해충돌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3월 26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보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47명 중 10명, 약 21%가 다주택자였다.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이익을 보는 구조.

이것이 한국식 기득권의 민낯이었던 것이다.


덫 2: 사교육비 29.2조 원


미국은 대학 등록금이 문제지만, 초중고는 공립학교가 무료다. 한국은 정반대다. 대학 등록금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초중고 사교육비가 천문학적이다.


2024년 한국 사교육비 총액은 29.2조 원이다. 역대 최고다. 2021년 23.4조, 2022년 26조, 2023년 27.1조에 이어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난다. 중산층 가구는 자녀 1인당 월평균 47~59만 원을 사교육비로 쓴다. 강남은 월 200만 원을 넘는다.


그 결과가 올해 서울 초등학교 입학생 통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같은 자치구 안에서 1학년 입학생 수가 최대 59~60배까지 차이가 났다. 신축 대단지 아파트 옆 학교는 넘쳐나고, 노후 빌라 밀집 지역 학교는 신입생이 한 자릿수이거나 0명이다. 이것은 단순한 학교 통계가 아니다. 주거 양극화가 교육 양극화로 이어지고, 교육 양극화가 다시 계층 고착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단면이다.


집값(입지) → 학군 → 사교육 → SKY 입학 → 대기업·전문직 → 다시 집값


이 고리는 미국보다 더 빡빡하게 잠겨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가 계급을 고착화한다면, 한국은 강남 아파트+대치동+SKY가 계급을 고착화한다.


덫 3: 조기퇴직+연금 구조의 한계


한국은 압축 성장의 역설에 빠져 있다.

50년 만에 선진국이 되었지만,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할 시간이 없었다.


한국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은 52.9세다. 법정 정년 60세와는 7년 차이다. 국민연금 수령 개시는 65세다. 퇴직 후 연금을 받기까지 12년의 공백이 생긴다. 이 기간 동안 치킨집, 편의점을 차리지만 10개 중 7개는 5년 내 폐업한다.


2025년 3월, 국회는 18년 만의 연금개혁안을 통과시켰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상향했다.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미국은 사회보장연금 외에 401(k) 퇴직연금과 IRA 개인연금이 발달했다. 한국은 퇴직연금 제도가 미성숙하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에만 의존하게 되는데, 43%로 올랐어도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지금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한 현실이 그 증거다.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

연금 수령자는 올해 8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 재정 압박은 더 커진다.


중산층 착각의 위험성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미국은 “나, 중산층 아니야”라고 느끼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 한국은 아직 “그래도 나는 중간은 간다”라는 심리가 꽤 남아 있다.


이게 왜 위험하냐면,

이미 구조는 미국식 양극화로 가고 있는데,

인식은 "나는 아직 괜찮다"에 머물러 있어서 정책 요구와 사회적 압력이 늦게 나온다.

즉, 서서히 데워지는 개구리 상태라는 것이다.


체감되지 않을 때는 "부동산은 애초에 불로소득 아니잖아, 내가 모은 돈이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대 단위로 보면 같은 문장을 다르게 경험하고 있다.


- 586세대: “열심히 일하니 집값이 따라 올라왔다”
- 2030: “열심히 일해도 집값 속도를 못 따라간다”


여당이 이달 초 대통령 직속 불평등대응위원회 설치를 추진하는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인식의 균열이 정치권에 도달했다는 신호다. 불평등 문제가 주택·복지·노동·교육 각각의 부처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 범부처 조정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뒤늦었지만, 구조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취약한 이유


미국은 양극화+패권의 조합이라 버틴다.

기축통화도 있고, 실리콘밸리급 혁신 생태계도 있고, 이민으로 인구를 보충할 여유도 있다.


한국은 양극화+저성장+저출산의 조합이다. 그런데 양극화만 미국 속도로 가져오면 어떻게 될까?

소비가 위축되고, 청년이 미래를 포기하고, 출산이 더 줄고, 연금·의료 시스템이 동시에 부담을 진다.


최근 연구는 숫자로 이것을 증명한다. 주택 가격이 1% 오르면 그 다음 해 출산율이 0.002명 하락한다. 집값 상승이 저출산을 직접 유발한다는 것이다. 강남 3구 공시가격이 25% 올랐으니, 그 파장이 어디로 향할지는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도 없다.


미국과 다른 점들:

한국이 미국보다 나은 점도 있다. 건강보험이 있어 의료비 파산 비율이 낮고, 총기가 없어 안전하며, 대학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은 다른 경로로 양극화되고 있다. 미국이 주식과 금융으로 부를 집중시켰다면, 한국은 부동산과 사교육으로 계급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저출산: 불평등에 대한 조용한 시위


이 모든 불평등의 결과가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이다. 2023년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찍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약 0.98명)보다도 낮았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숫자였다.


2024년 0.75명, 2025년 0.80명으로 2년 연속 반등했다. 반가운 신호다.

하지만 계속 강조했듯, 착각은 금물이다.

0.80명은 미국(1.6명)의 절반, 인구 유지선(2.1명)의 40%에 불과하다.


구조적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반등의 주된 이유도 코로나 시기에 결혼을 미뤘던 30대 후반 여성들의 출산이 집중된 것이지, 청년 세대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아니다.


청년들은 바보가 아니다.
“월급 300만 원으로 서울 아파트(12억)를 살 수 있나? 불가능.”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대학까지 3억 이상 든다는데 감당 가능한가? 불가능.”
“내 아이가 나보다 잘살 수 있을까? 불가능.”


그래서 결론이 “낳지 않겠다”인 것이다.

이것은 출산 파업이자, 불평등한 시스템에 대한 조용한 시위다.


한국의 선택: 세 갈래 길


한국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세 가지 길이 있다.


길 1: 미국식 자유시장 모델
규제를 풀고, 시장에 맡기고, 경쟁을 강화한다. 승자는 더 많이 가져가고, 패자는 스스로 책임진다. 혁신은 일어나지만, 불평등도 극대화된다.


길 2: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
높은 세금을 거두고,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만든다.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넉넉한 연금. 불평등은 줄지만, 세금 부담이 크고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길 3: 한국형 중도 모델
제조업 강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선별적 복지를 강화한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자동차 같은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국민연금 개혁, 공공주택 공급 확대로 안전망을 보강한다.


연금개혁은 통과됐다. 다주택 공직자 배제 지시도 나왔다. 불평등대응위원회 추진도 시작됐다.

신호들은 3번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와, 실제로 구조를 바꾸는 것 사이의 거리는 아직 멀다.


원고를 마무리하며, 술 한잔을 들이키는 이유다.


오늘의 교훈


한국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지만, 아직 선택의 여지가 있다.


29화에서 미국 상위 1%가 31%를 독점하는 구조를 봤고, 30화에서 중산층이 생활비의 덫에 갇힌 모습을 봤으며, 31화에서 주식 부자만 더 부자 되는 구조를 확인했고, 32화에서 청년이 학자금 대출 1.77조 달러에 묶였고, 33화에서 최저임금 7.25달러가 16년 이상 동결되었으며, 34화에서 집값 폭등이 계급을 나누는 방식을 봤다.


35화에서 본 것은 한국이 이 모든 문제를 압축적으로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의존도 75%, 노인빈곤율 약 40%(OECD 1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어떤 지표는 이미 미국보다 심각하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 아직 건강보험이 있고, 제조업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무엇보다 아직 선택할 시간이 있다.


미국은 50년에 걸쳐 서서히 양극화되었다. 한 세대가 지나며 이게 정상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국은 30년 만에 압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직 이게 아닌데, 라는 감각이 살아 있다.


2026년은 한국이 미국식 파국을 피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Part 4를 마치며


Part 4에서는 불평등이 시스템인 사회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펴봤습니다.

상위 1%의 자산 독점, 중산층 붕괴, 자산 인플레이션과 세습 자본주의, 학자금·최저임금·집값이라는 삼중 덫, 그리고 한국이 그 길을 얼마나 빠르게 따라가고 있는지까지.


불평등은 우연이 아닙니다. 시스템입니다.

Fed가 돈을 풀면 자산 가격이 오르고, 자산을 가진 자만 부자가 됩니다.

세법은 자본 소득을 우대하고, 로비는 최저임금 인상을 막고, NIMBY는 주택 공급을 막습니다.

한국도 부동산 세제와 사교육 시스템이 계급을 고착화합니다.


이제 다음 시리즈에서는 이 불평등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정치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볼 차례입니다.


Part 5 예고: 정치 시스템의 구조적 교착 (36~45화)


36화: 트럼프는 증상이다, 양당제가 원인이다

미국 정치가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분열되었는지, 제3당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구조적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분열이 어떻게 한국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왜 투표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Part 5에서 계속됩니다.


[달러 제국: 파워이 세계를 움직이는 방법]

불평등이 시스템인 사회

4부 7화 (시리즈 35화). 한국도 미국식 양극화로 가고 있나

(이 글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2024, 한국은행 가계금융·복지조사, OECD “Pensions at a Glance” 2025, OECD “Income Distribution Database”, 교육부·통계청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2024 결과(2025.3 발표), 국민연금공단 재정 전망, 국토교통부 주택가격동향(2026.3),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Distribution of Household Wealth” 2024 Q4, US Census Bureau “Wealth of Households” 2023, 한국경제인협회(FKI) “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비교 및 정책과제” 2025,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 한국 자산 불평등 시리즈, 국가데이터처 2025 고령자 부가조사, 신한금융그룹 미래전략연구소 자산불평등 보고서(2026.3),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KB부동산 PIR 통계, 연합뉴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보도(2026.3.26), 서울교육청 초등학교 입학생 현황(2026.3), US CDC “National Vital Statistics Reports” 2024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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