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연봉 약 2.6배에서 2024년 연봉 5배로, 집은 계급 구분
34화. 집값 폭등이 계급을 나누는 방식
― 1970년 연봉 약 2.6배에서 2024년 연봉 5배로, 집은 계급 구분 장치가 되었다
2026년 3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같은 회사, 같은 팀에서 일하는 두 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있다.
둘 다 32세, 연봉 18만 달러. 하지만 그들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데이비드는 부모가 2010년에 65만 달러에 산 집에서 출퇴근한다. 그 집의 현재 시세는 180만 달러다. 그는 부모에게 월 900달러만 생활비로 내고, 나머지는 저축한다. 월 저축액 7,000달러.
마이클은 월세 3,500달러짜리 원룸에 산다. 보증금 7,000달러를 모으는 것도 벅찼다. 월 저축액은 800달러. 가끔 적자다.
같은 도시, 같은 나이, 같은 연봉, 같은 직장. 다른 것은 단 하나, 부모의 집이다.
이제 돌아가 보자. 1970년 디트로이트로.
GM 공장 노동자 존(28세)은 연봉 9,500달러를 받았다. 당시 디트로이트 평균 집값은 2만 4,000달러였다. 연봉의 약 2.6배였다. 존은 3년만 저축하면 집을 살 수 있었고, 실제로 25세에 첫 집을 샀다.
56년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을까?
주택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는 PIR(Price to Income Ratio)이다.
집값이 연소득의 몇 배인지 보여준다.
미국 PIR 변화:
- 1970년: 약 2.3~2.6배
- 2000년: 3.1배
- 2019년: 4.1배(팬데믹 이전 기준점)
- 2024년: 5.0배(Harvard JCHS 기준, 전국 100대 메트로 중위값)
전국 평균이 5.0배지만, 대도시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4년 주요 도시 PIR (Harvard JCHS / Demographia 2025 기준):
- 산호세: 12.1배 이상(미국 최고)
- 로스앤젤레스: 10.8~11.2배
- 샌프란시스코: 9.0~10.5배
- 뉴욕: 7.3~9.8배
- 시애틀: 7.3배
비교해보면, 서울은 공식 기준(2024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13.9배로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KB부동산 기준으로는 10.0배(2025년 4Q), 가처분소득 기준(Numbeo식)으로는 25~27배로, 측정 방식에 따라 편차가 크다. 어떤 기준으로도 서울 주택 가격의 부담은 세계 최상위권임이 분명하다.
1970년에는 성실하게 일하면 3년 안에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2026년에는 평생 일해도 불가능하거나 30년 빚쟁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사회 계약의 파기다.
왜 집값이 이렇게 올랐을까?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NIMBY(Not In My BackYard)다. 이미 집을 소유한 사람들이 자기 동네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막는다. 조망권 침해, 교통 혼잡, 학군 과밀화를 이유로 반대한다.
실제로는 집값 하락을 우려해서다.
이들이 동원하는 무기가 조닝(Zoning) 규제다.
미국 주거 지역의 75%가 단독주택 전용으로 묶여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70%가 단독주택 전용이다. 땅은 부족한데 고밀도 개발을 막아놓으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는다. 그 결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6년 3월 Realtor.com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 공급 부족은 2025년 기준 403만 채로 확대됐다. 10년 넘게 쌓인 공급 부족의 누적 결과다.
기관투자자의 공격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블랙스톤 같은 사모펀드가 2010년대 초반 집값이 바닥일 때 단독주택을 수만 채씩 매입했다. 전국 기준으로 기관투자자(100채 이상 보유 기준)가 단독주택 임대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3%(GAO·Brookings 기준)에 불과하지만, 애틀란타·피닉스 등 일부 선벨트 도시에서는 10~12%에 달하며 지역 주택시장을 교란했다. 개인이 집을 사려 해도 현금을 들고 오는 펀드와 경쟁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는 실재한다.
미국 상원도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26년 3월, 상원은 단독주택을 350채 이상 보유한 기관투자자의 추가 매입을 15년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21세기 ROAD to Housing Act를 89대 10이라는 압도적 초당파 지지로 통과시켰다. 수십 년 만에 나온 가장 큰 규모의 주택 법안이다. 하원 심의와 대통령 서명이 남아 있지만, 기관투자자 문제가 이제 법으로 다뤄야 할 국가적 과제가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것은 철저히 계급 사다리 걷어차기다.
먼저 집을 산 기성세대가 법과 자본을 이용해 청년 세대의 진입을 막는 것이다.
집은 미국 중산층 자산의 65%를 차지한다.
집이 없으면 자산 축적이 불가능하다.
연방준비제도 조사(2022년 기준)에 따르면,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 중위값은 39만 2,600달러인 반면, 세입자는 1만 400달러에 불과하다. 약 39배 차이다. 2025년 기준으로는 소유자 43만 달러, 세입자 1만 달러로 격차가 43배로 더 벌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는 격차다.
집 있는 자(Homeowner):
- 주택담보대출 원금을 갚으면 내 자산이 된다
- 집값이 오르면 자산이 늘어난다
- 모기지 이자는 세금 공제 혜택을 받는다
- 고정금리 대출이면 인플레이션 헤지가 된다
집 없는 자(Renter):
- 월세는 사라지는 돈이다. 남는 게 없다
- 집값이 오르면 월세도 올라 더 가난해진다
- 세금 혜택이 없다
-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월세 인상 직격탄을 맞는다
이 차이가 10년, 20년 쌓이면
돌이킬 수 없는 격차가 된다.
이제 스스로 벌어서 집을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다.
Bank of Mom and Dad가 필수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엄빠카드.
미국 첫 주택 구매자의 약 22~24%가 부모로부터 계약금 지원을 받는다(NAR 2025: 22%, Redfin 2025: 24%). 비율만 보면 낮아 보이지만,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해 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한 무주택 청년의 수를 감안하면 그 영향은 훨씬 크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수십만 달러의 계약금이 필요하니, 부모 지원 없이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은행 대출 창구에서 계급이 갈린다.
은행 직원: "부모님 집을 담보로 잡을 수 있으시죠?"
→ 부모 집이 있는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없는 청년은 어색하게 웃는다.
한 번 집을 가진 쪽은 대출로 레버리지까지 쓸 수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집으로 확장한다.
반대로 시작선에서 밀린 쪽은 평생 첫 집에 진입조차 못 한다.
이것이 세습 자본주의다. 부모의 자산이 자녀의 자산을 결정한다.
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핏줄이 계급을 정한다.
한국은 미국보다 더 극단적이다.
서울 아파트 PIR은 2024년 공식 기준(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13.9배다. KB부동산 기준으로는 10.0배(2025년 4Q),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25~27배(Numbeo 방식)까지 올라간다. 측정 방식마다 편차가 크지만, 어떤 기준으로도 서울의 집값 부담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비싸다.
2020~2021년 집값 폭등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했다. 빚내서 집 산 사람은 자산이 수억 원 늘었고, 안 산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
한국 가계 자산의 75%가 부동산이다.
미국(65%)보다 높다.
집값이 오르면 부자가 되고, 떨어지면 가난해지는 구조가 더 극단적이다.
전세 제도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 2023~2024년 전세 사기가 속출했다. 전세금 500조 원이 시한폭탄처럼 깔려 있다.
이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3월 뉴욕(1%)·도쿄(1.7%)·상하이(0.4~0.6%)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한국(0.15%)보다 높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보유세 강화를 처음으로 직접 시사했다. 같은 달 부동산 정책 결정 라인에서 다주택 공직자를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 나라 망한다"고 경고했다.
2026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18.67% 급등(강남 24.70%)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6년 3월, 서울 마곡지구에서 주변 시세(약 15억 원)의 절반 수준인 4억 원대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가 14년 만에 일반 공급됐다. LH는 서리풀·광명시흥 등 수도권 핵심 지역에 8만 6천 호의 공공주택을 시세의 70%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뒤늦은 처방이지만,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시작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집값 폭등은 단순히 경제 문제가 아니다. 정치 문제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보수화된다.
재개발을 반대하고, 공공주택 건설을 막는다.
세입자들은 박탈감에 분노한다.
이 시스템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며 급진적 주장에 귀를 기울인다.
세대별 자가 보유율을 보면 분열이 명확하다.
-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 자가 보유율 79.9%
- X세대(1965~1980년생): 자가 보유율 72.7%
-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자가 보유율 55.4%
- Z세대(1997년 이후 출생): 자가 보유율 27.1%
(출처: Redfin, Homeownership Rate by Generation, 2025년)
젊을수록 집을 소유하지 못한다. 세대 갈등이 심화된다.
집을 가진 기성세대와 집 없는 청년 세대의 대립.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대립.
사회가 쪼개진다.
집은 더 이상 홈(Home)이 아니라 하우스(House)라는 금융 상품이 되었다.
1970년 디트로이트 노동자는 연봉의 약 2.6배로 가족과 함께 살 보금자리를 샀다. 2024년 샌프란시스코 엔지니어는 연봉의 10배 가까이를 주고 자산을 불리기 위한 투자 상품을 산다.
29화에서 상위 1%가 31%를 독점하고, 30화에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31화에서 주식 부자가 더 부자 되고, 32화에서 청년이 빚에 묶이고, 33화에서 최저임금이 동결된 구조를 봤다.
34화에서 본 집값 폭등은 이 모든 불평등을 공간적 분리로 완성한다. 부자는 부자끼리 모여 살고, 가난한 자는 가난한 자끼리 모여 산다. 서로 마주칠 일이 없다. 같은 도시에 살지만 다른 세계에 산다.
집값이 계급이다.
부모의 집 유무가 자녀의 인생 전체 난이도를 결정한다. 같은 나라, 같은 도시, 같은 나이, 같은 회사에서 일해도 출발선이 다르다. 이것이 2026년 미국과 한국이 직면한 세습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미국의 불평등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도 빠르게 닮아가고 있다.
한국도 미국식 양극화로 가고 있나.
자산 상위 10% 점유율 58%. 노인 빈곤율 OECD 1위. 합계출산율 0.72명. 한국의 지표들은 미국보다 더 극단적인 양극화를 예고한다.
35화에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과, 미국식 파국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을 모색하며 Part 4를 마무리합니다.
[달러 제국: 파월이 세계를 움직이는 방법]
불평등이 시스템인 사회
4부 6화 (시리즈 34화). 집값 폭등이 계급을 나누는 방식
(이 글은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주택가격지수, US Census Bureau 주택 소유율 통계, 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 of Harvard University "The State of the Nation's Housing" 2025, Demographia International Housing Affordability Survey 2025 Edition, Zillow Research 주택 데이터, Redfin 세대별 주택보유율 2025, GAO 기관투자자 단독주택 보고서, Realtor.com 주택공급부족 보고서 2026, 한국은행 주택가격동향, KB부동산 PIR 통계, 국토교통부 2024년 주거실태조사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