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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NI Apr 18. 2018

부당사회

조용히 넘어가자. 가 웬 말?

바뀌지 않는 사회, 부당함을 강요하는 사회, 일이 아니라 정치를 해야하는 한국의 직장문화에는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힘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한국을 떠나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2년 전, 나는 퇴사했다.

조금의 귀띔이나 협의절차는 무시한 채, 갑자기 영업팀소속이 되어버렸다. 대화가 통하는 상대도 아니었고, 고용노동부에 아무리 전화를 해보고 알아봐도 나의 부당함은 알아주는 곳이 없었다. 영업팀 팀장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하던 일을 전부 마무리 하라고 했고, 회사 성장을 위한 영업전략을 가져오라며 매일 나를 들볶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몇 년 전, 나보다 늦게 경력으로 들어왔던 그 팀장은 자기가 입사한 직후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역할에 대해 따지며, 나를 비중없는 사람으로 계속 만들고 있었다. 절대로 나에게 직접적으로 나가라는 말은 내뱉지 않았다. 다만 그런 분위기를 계속해서 조성해 나갔을 뿐. 


더럽고 치사해서 퇴사를 결심했다. 더 최악이었던 것은 쉬고 싶지 않냐며 어차피 할 일 없으니 나오지 말라, 심지어 갑자기 노트북을 가져가야겠다며 자기가 보는 앞에서 노트북을 다 정리하고 달라는 것이었다. 조금도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계속 지켜보며 정리할게 뭐 그렇게 많냐, 그냥 그대로 둬라 내가 알아서 포맷하겠다 등. 너무 화가나서 마우스를 잡고 있는 손이 너무 떨렸던 것을 기억한다. 아직도 그 때의 더러운 기분이 생각이 난다.


다행히 그 뒤로 다음 직장을 바로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직장도 얼마 가지 못했다.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있었지만 회사가 어려워져 더이상 함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 후로 지금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잠깐 다닌 곳은 있었지만, 들어본 적 없는 인격모독과 어이없는 체계를 경험한 뒤로는 한국의 직장에 대해 많은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 괜히 가 족같은 회사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내가 경험했던 똑같은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고있자니 너무 어이없고, 한국이라는 이 곳은 답이 없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역겨운 것은 '평판을 생각해야지'하면서 본인들의 갑질을 조용히 무마시키고자 하는 어이없는 권력남용이다.


실제 가까이서 보고, 현재 진행중인 이야기이다.


유통 대기업에서 한 달 새 명확한 이유없이 한 팀에서 2명이 부당전보를 당하게 되었다. 이미 한 명은 실업급여를 받고 퇴사하게끔 만들었다. 다른 한 명은 처음에 타 팀으로 전보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하루만에 말을 뒤바꿔 지점 발령을 강요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사실 첫 번째 실업급여를 받기로 한 사람도 지점 발령을 강요하여 퇴사하게끔 유도하였다.)


당사자에게 사측은 한 마디의 상의, 협의과정이 없었으며 통보에 가까웠다. 심지어 후임자 출근 하루 전 날 당사자에게 통보를 하는 식.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팀장의 말은 더 가관이다. '니 평판을 생각해야지.' 부당인사에 대해 검찰도 조사를 하는 판에 이 무슨 막말인가. 더 웃긴 것은 올해 새로 부임한 임원 맘에 들지 않아서가 이 두사람의 전보 사유라는 점이다. 후임자는 임원의 지인이라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은 업무 능력으로만 인정받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 것인가. 권력을 가진 상사들의 '너만 억울한거 아냐. 참아. 다 그랬어.'는 언제쯤 이 사회에서 없어질 수 있을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는 더 이상 부당함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기존처럼 참으며 버티는 세대가 아니다.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보지 않을 것이며, 쉽게 짓밟을수 없도록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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