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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ght Jun 08. 2022

아들에게

너에게 쓰는 편지

부모가 된다는 걸 상상이나 해보았겠나.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당연한 일인 줄 알았다. 아이가 누워있으면 걷는 일을, 걷고 있으면 뛰는 일을 생각하며 한발 먼저 가있는 게 부모 마음임을 알지 못했다. 너도 놀고 나도 놀고 서로 취향을 존중하며 놀면 좋을 것을 아직 그러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깨닫기도 전에 블록들을 내팽켜치는 모습에 간혹 놀란다. 기저귀를 갈며 길어지는 장딴지와 종아리를 볼 때마다 곧 기저귀를 뗄 날이 오겠다고 잠시 생각한다. 


네 이름을 지으려고 안산에 있는 작명소도 갔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일산에도 들렀다. 남들은 천국이라는 산후조리원에서 이름 짓는 걸로 싸울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아마 호르몬의 영향도 있었을 테지. 결국 부모가 지어주는 이름이 좋다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어 한 자 한 자 따져가며 작명 애플리케이션도 돌려보고 하면서 너를 불렀다. 돌림자에 맞는 한 자를 찾느라 고생했지만 엄마와 함께 지은 이름이라 더욱 뜻깊었다. 원하는 이름이 있음에도 왜 그렇게 에둘러 갔는지는 초보 부모의 여정이라고 생각하자. 


돌아오는 여름에는 네가 좋아하는 개미와 온갖 곤충을 볼 수 있게 숲으로 피서를 가자. 안전을 핑계로 그렇게 이리저리 잘 뛰어노는 너를 밖으로 많이 데리고 가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나와 달리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엄마가 있으니 그걸로 됐다고 핑계를 삼는다. 오래된 나무껍질과 솔방울 가지 그리고 동화책에서 봤던 거미줄도 실컷 만져보자. 가면서 만지고 싶은 모든 것을 온전히 같이 해보자.


티브이를 외치며 소파에 앉거나, 타요 비타민을 내일 먹자고 혼잣말을 하고, 어린이집을 가기 싫다고 뒹굴거리는 너의 모든 모습을 눈에 담는다. 아이폰이 추천하는 대갈장군 시절 모습이 가끔은 생경하고 이런 때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어느 순간부터 네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매일 아침 어린이집을 데려다주며 항상 사랑을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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