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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도 Oct 14. 2020

휴직일기를 써볼까한다

템페를 이용한 간단한 요리들을 해먹었다. 

직장인으로 산 지 10여년. 무급휴직을 냈다. 10월이 추석연휴로 시작되긴 했으나 여튼 그때까지 포함한다면 이제 휴직 열흘가량이 지난 시점. 휴직일기를 쓰면서 이 기간동안 떠오르는 단상들을 남겨보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 몇 개 썼는데 너무 먹는거 사진을 자꾸 올리게 되길래 좀 구린 것 같아서 따로 공간을 마련해보기로. 하하. 그런김에 그때 올렸던 사진 몇 장을 다시 올려볼까. 사진을 너무 못찍어서 마지막 사진은 푸디 어플로 찍었다. 이 모든 흐름이 놀라울만큼 창의성 없고 전형적이구나. 


10.13(화) 맛있는 템페! 

주로 그냥 야채랑 볶아서 덮밥처럼 먹는다. 


10.12(월) 맛있는 콩살로만ㅋㅋㅋ 비건 디저트나 레토르 음식들은 내 돈 주고 사지 않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레토르는 살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콩햄 맛있다-_ㅜ) 그래도 웬만하면 사지 않아야지. 왜냐 속이 좀 안좋은 것 같아서. 특히 비건 디저트는 진짜.. 설탕+기름 너무 많음. 으. 

콩살로만처럼 아예 기본 식재료로 나온 것은 좋다. 쫄깃쫄깃해서 맛있었다. 그냥 콩불고기보다 훨씬 조리과정도 간단하고(물에 안 불려도 됨. 식감도 더 좋다) 고기맛이라고 절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대만족! 근데 저 순두부 콩나물찌개에 애인이 남겨놓고 간 멸치액젓 넣었다. 


10.14 (수) 지난밤에 잠을 너무 설쳐서 새벽에 일어나서 일하다가 미뤄왔던 목욕갔다. 다녀오면서 남가좌동 빵맛집으로 동네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파랑베이커리에 들러서 깜빠뉴 2종, 치아바타, 치즈바게트(그래요 나는 페스코라고요!! 물론 비건을 지향합니다만... 하지만 치즈바게트가 진짜  엄청난 맛이었다!!)를 사와서 이것저것 엄청 주워먹어서 한 두덩어리는 다 먹은듯. 어우 속이야. 여튼 꼭 빵을 먹으면 오버한다. 

그 와중에 아몬드브리즈는 없으면 너무나 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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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요리해서 밥 먹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쓰기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사실 일할때는 그런 생각을 하긴 해도 진짜로 시간내기가 힘들었다. 단순히 시간이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단 총체적인 통제불능의 스트레스랄까나. 다음에 이 부분에 대해선 좀 더 제대로 글을 써보고 싶다. 게다가 고기라는 선택지를 빼는데 직접 요리를 해먹지도 않는다하면.. 나의 경우엔 정말 힘든 부분이 적지 않았다. 솔직히 부모와 살면서+직장생활하면서+비건인 사람들 정말정말 대단. 이건 정말 보통이 아닌 일이다. 존경해야할 지경.

(채식에 대해서도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해두고 싶다. 유동적이다. 노마드채식사고) 


여튼, (정해진)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러니까 시간이라는 쪼개진 파이 안에서 옴싹달싹 못하는 상태가 아니고- 어느 정도의 느슨함을 가지고 먹을 것과 쉴 것과 일할 것을 블럭처럼 맞춰가는 것은 기분이 너무나 너무나 다르다. 물론 자칫 삐끗하면 이거 영 나락인데, 싶기도 하고 ㅎㅎ (술! 술! 술!!) 상담쌤은 계속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데요?"라고 묻는데. 사실 이 질문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강박적인 게 있나? 그렇게 말하기엔 사실 굉장히 맘대로인데말이다. 


여하간- 그런 자기케어 안에서 어떤 자신감이랄까. 평온함이랄까. 하는 것에 서서히 잦아들 수 있길 바란다. 

어제 밤에 집앞 카페에서 10시까지 소설책 읽다 왔는데 그 시간이 어찌나 감사한지. 

새벽녁에 문득 잠깼을 때 생각했다. 아 새벽근무란 진짜 거지같은 거구나. 정말 하면 안되는거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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