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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앰버 Dec 21. 2020

80유로의 가르침

독일 여행 중 음식에 대한 감상

 작년 독일 남부 여행을 다녀와서 집사람과 얘기하다가 깨달았다. 내가 독일 음식을 즐기지 못했구나. 근데 솔직히 즐길 수가 없었다. 돈가스의 원형이라고 하는 슈니첼의 반죽에서는 새콤한 맛이 났고, 독일 족발이라 하는 학센은 튀긴 것도, 삶은 것도 생존을 위한 섭식의 느낌이 났다. 감자를 끓인 건지 으깨다가 만 건지 알 수 없는 감자 샐러드는 왜 어디는 뭉쳐있고 어디는 감자 가루가 느껴지게 풀어진 건데요. 프레젤은 여기저기 일 유로에 팔기에 심심하면 사 먹었지만 간식에 불과했고, 절인 양배추인 사우어 크라프트가 제일 맛있었다고 말했지만 그마저도 거짓이다. 그걸로 한 끼를 채울 수 없을뿐더러 팁까지 80유로를 준 식당에서 아무것도 안 먹고 나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기차역에서 빵과 고기를 끼운 샌드위치를 팔기에 혹시 그 빵을 데워주나 싶어서 다른 손님이 주문하는 걸 보니 손끝으로 가리킨 빵을 쓱쓱 갈라서 홀로 따뜻한 고기 종류를 끼워 건네준다. 선생님, 그 빵은 딱딱하고 차가워 보이는데요. 이렇게 간단하게 먹는 게 익숙한 독일인들이야 잘도 먹겠지만, 진짜 맛있어서 먹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독일 여행은 음식을 제외하면 즐거웠고, 다녀와서도 좋은 경험을 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독일 사람들은 참 실용적이야’라고 인상을 이야기한다. 물건도, 옷도, 표정도 모두 과함이 없이 기능적으로,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환경에 위협적인 플라스틱병은 제도적으로 수거하고, 대중교통도 여러 명이 그룹이 되어 많이 이용할수록 이득을 보도록 설계했다. 오래된 건축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건물의 창턱에 그물과 가시를 이용해 조수가 앉아 건축물과 거리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었다. 우리가 쌀국수를 먹던 식당 옆 테이블에서도 한창을 애틋하게 대화하던 두 사람이 종업원에게 각자의 음식값을 각자 결제하고 일어났다. 다 닳은 가방에 비닐을 씌우곤 빗속을 씩씩하게 자전거로 헤치며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 와서 생각하니 독일인들의 음식도 그런 이유로 그런 걸까, 하고 스스로 이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음식들은 미학적인 미각, 후각, 시각, 촉각 등을 모두 배제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섭취하기 위한 방법들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맥주는 빠르게 탄수화물을 마시기 위한 것이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독일 사람들이 음식에 대해 무던한 태도를 가졌지 싶어 졌다. 오히려 음식과 끼니에 집착하는 민족에서 나고 자라 내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겠다는 인식이 불거졌다. 이건 그 누구의 한계도 아니었고 그저 나의 세계에 대한 인식에 요철이 하나 생겨난 것이다. 이제는 그냥 미끄러져 지나갈 수 없는 그런 생각. 여전히 독일 음식에 대해서는 고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것이 독일인을 이해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음식을 먹고 일어나 찾을 휴식과 회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가 생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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