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앰버 Sep 24. 2023

내 20대는 취향을 찾고, ‘경험’을 하느라 빠르게 지나갔다. 

좁고 깊게 노력하기보다는 넓고 얕고 빠른 경험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애를 경험하고, 해외 체류를 해보고, 특이한 아르바이트를 도전하고, 여행지를 만끽했다. 

내 미래를 불안해하는 부모님을 설득할 마음도 없이 ‘20대는 후회없이 내 미래의 취향과 경험을 위한 도전으로 꽉 채우리라’는 다짐으로 스물 아홉엔 대학원까지 입학했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지만, 만에 하나 기회가 온대도 나는 다신 돌아가지 않겠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어리고 미성숙하고 약간의 의지와 자기애만 가진 나란 사람이 비틀비틀 걸어온 족적을 보면 아주 부끄러울 뿐이다. 그땐 그냥 20대의 내가 최선을 다해서 살았고, 이제 30대의 내가 수습해야지.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불안정하고 남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내가 조명을 받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설명이 길고, 또 같은 직군의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내 직장의 특징과 내 역할을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일을 시작하고 또 잠시 떠났다 다시 돌아온 것은, 

내 20대가 나에게 남긴 교훈과 가치를 한줄 한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생활만족도는 좋은 환경에서부터 온다는 점. 

그러려면 개인보다도 공공의 생각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

아르바이트로 깨달은 나의 적성, 말하기.

또 많은 파트타임 잡을 거치며 높이 평가하게 된 나의 적응력.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내년에도 내가 여기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계약직일지언정 

내가 맡은 역할이 지금 나에게 어떤 경험으로 기억되고 교훈을 남겨줄지 생각한다.


돌이켜봐도 다행히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시간은 없었다. 

어떻게든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내 장점이라면 장점이지.


내가 하는 일도 딱 그정도의 의미만 가졌으면 좋겠다. 

나를 잠식하거나 천천히 삭아가는 일이 없을 정도만 부하를 주고, 내가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만 주면 고마울 것 같다.


40대의 나는 30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가 되어야 할텐데, 

지금의 일이 너무 싫어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응원하고 다독이고 많이 웃게 해줘야지.


일이란 것이 나의 삶에서 원동력이자 가르침이자 배움이 될 수 있도록 적당히 거리를 지켜가며 알아가고 싶다. 

40대엔 전문가가, 50대엔 차세대 육성을, 60대엔 전문가에게 기회를 주는 직업인이 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야지.


*퇴직하기 전 쓴 글이라, 지금 상황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일에 대한 생각은 여전하다.

작가의 이전글 옛 동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