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다
8월 13일 나의 보물이 태어난 날
아이는 성격이 느긋한지 예정일이 다가옴에도 세상 밖으로 나올 생각을 전혀 안 하더군요
이 녀석이 진짜 엄마 닮아서 게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고 겁도 나고 불안하기만한날들
그 나날들 속에서 시간은 흐르고 병원에서 잡은 유도 분만일을 하루 앞두고 밤새도록
배가 아프기 시작하고 여전히 아무것도 몰라요인 저는 화장실만 들락날락
그것이 바로 진통 인지도 모른 체 신랑 출근까지 시키고 단순히 배탈인 줄만 알았던 미련을 떨었지요
갑자기 피가 비치기 시작하고 어머? 싶어서 싸 둔 짐가방 들고 병원을 갔더니 진통이라네요
헌데 병원에서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집에 갔다가 다시 오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이럴 수가... 집에 아무도 없다고 난 그냥 병원에서 있겠다고 침대에서 누워버림
그런데 이거 왜 이리 잠이 오는지? 역시 난 좀 이상한 산모였던 듯하네요
배가 아프면서도 잠이 오고 30%정도 진행되었을 때 갑자기 의사 선생님 이하 모두 난리난리
"산모님 어서 수술 들어가셔야 해요, 지금 아이가 태변을 먹어서 두 사람 모두 위험해요"라는
자다가 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가? 싶은데 병원에서는 급히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난리난리
난 얼떨결에 자다 일어나서 수술실로 끌려들어 가고 말았네요
미안함................. 바보 같은 엄마
처음부터 자연분만이 안된다고 수술을 해야 된다고 했는데 , 난 돈 때문에 자연분만을 선택했고
시댁 어른들의 아들 타령도 한몫해서 첫 애를 아들 못 낳으면 큰 일이다라고 , 수술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난 지금도 엄청 미안하다 , 그때 우리 아가가 무사히 나오는 게 우선이지 그게 중요하냐고? 따지지 못한 게
아가의 무사 출산보다는 시댁 어른들이 무서워서 그 넘의 돈도 무서워서 난 결국 위험한 선택을
아들 타령... 지긋지긋하고 짜증이 났지만 난 그래도 말 한마디 못한 바보 같은 엄마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됨에도 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고 , 그것이 우리 아가에게 돌아간다는 것도 모른
바보였다, 너무나도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이.............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하네요
아가가 아들인걸 알면서도 만의 하나 딸일까 싶어서 조마조마했던 시간들 참 바보 같았던 내 시간들
그래도 무사히 건강하게
세상 제일 바보 같은 엄마에게서 우리 아가는 아주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주었답니다
2.9kg., 작고 여리게 태어난 아가.
개인병원에서는 아가가 너무 크다고 산모가 운동 안 하느냐고? 엄청 다그치고 혼났는데
막상 수술해야 될지도 모른 데서 종합병원 갔더니 거기서는 또 안 먹냐고? 태아가 너무 작다고 혼쭐
바보 같은 나는 우리 아가가 작은지 큰지도 모른 체 그저 품고만 있었네요
엥... 아가가 눈을 땡그랗게?
수술을 해서 곧바로 아가를 만나지 못하고 하루가 지난 후 드디어 모자 상봉
그런데 이 눔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있다 , 다른 아가들 모두 자는데
저 혼자만 존재감을 확인시키듯이 눈을 뜨고 있더군요 , 아~~ 몰랐습니다.
우리 아가가 그렇게 잠 안 자고 존재감 확인시키는 시간이 1년이나 될지는 정말로 힘겨웠던 1년의 시간들
1년 동안 밤낮으로 울면서 잠 도안 자고 저를 힘들게 괴롭혔던 녀석
아마 정신적으로 저도 많이 힘들었나 봐요.. 산모님들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아가에게 모두 간답니다.
그래도 이렇게 잠이 없는 녀석이니까 나중에 학교 가서 잠 때문에 고생 안 하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지요
하나 지금의 현실은 잠보!!!!!!!!!!!!!!
입원해있는 동안 황달기가 좀 있다고 해서 걱정했으나 별다른 이상 없이 무사히 아가랑 함께 집으로
엄마로서 아기를 업을지도 모르고 , 목욕시킬 줄도 모르고 울면 달래 줄 줄도 모르고..
정말로 엄마 자격증도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리 아들 한 번도 업어보질 못했네요 , 누구 한 명 저한테 아이 업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그저 안고만 키웠네요.. 1년 동안 울어대는 아기 안고서 저도 참 많이 울었네요
팔순의 시할머니는 그저 증손주 예쁜 기만할 뿐이고 난 눈물만 나오고.
팔순의 시할머니와 갓난쟁이 모두 나에게는 버거운 짐 같은 시간들이었고 육아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못한 체 이 불량스러운 엄마는......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만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팅팅 불은 호빵처럼 태어난 우리 집 똥똥
지금도 똥똥하지는 않은데 제가 살 좀 찌라고
똥똥이라고 부른답니다
이렇게 자그마했던 녀석이
지금은 저보다 키도 훌쩍 크고 다리털도 많고
완전 성인이 다 되어있답니다.
엄마가 제대로 못해주어도 대견하게 잘 자라 주고
효자네요
17년간 엄마 김치를 못 먹은..
어제 다 같이 무도를 보는데 아내의 김치를 8년 만에 드시는 아저씨가 나오시더라고요 ,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집 똥똥이가 "난 그럼 17년째 엄마 김치를 못 먹고 있네"라고 하더군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 솔직히 진짜 김치 담아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서 말이지요
그래도 다행인 건 워낙 다양한 곳에서 김치를 사 먹고 얻어먹어서..
장가가서 김치 때문에 싸울 일은 없다는 거죠 , 세상 모든 김치 맛에 익숙해져서 김치 때문에 우리 아들
AS 들어올 일은 없을 테니 역시 저는 불량끼가 좀 다분한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