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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verlove Aug 30. 2015

불량엄마_2

태어나다


 8월  13일  나의 보물이  태어난  날

아이는  성격이  느긋한지  예정일이  다가옴에도  세상 밖으로  나올 생각을 전혀 안 하더군요

이 녀석이  진짜  엄마 닮아서  게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고  겁도 나고  불안하기만한날들

그 나날들 속에서  시간은 흐르고  병원에서 잡은 유도 분만일을 하루 앞두고  밤새도록 

배가 아프기 시작하고  여전히  아무것도 몰라요인 저는 화장실만 들락날락 

그것이  바로  진통 인지도 모른 체  신랑 출근까지 시키고  단순히 배탈인 줄만 알았던 미련을 떨었지요

갑자기  피가 비치기 시작하고  어머? 싶어서  싸 둔 짐가방 들고  병원을 갔더니  진통이라네요

헌데 병원에서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집에 갔다가  다시 오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이럴 수가... 집에 아무도 없다고  난  그냥  병원에서  있겠다고  침대에서 누워버림

그런데  이거 왜 이리  잠이 오는지?  역시  난  좀  이상한  산모였던 듯하네요

배가 아프면서도  잠이 오고   30%정도  진행되었을 때   갑자기  의사 선생님 이하 모두 난리난리

"산모님  어서  수술 들어가셔야 해요, 지금 아이가  태변을 먹어서 두 사람 모두 위험해요"라는 

자다가  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가? 싶은데  병원에서는 급히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난리난리

난  얼떨결에  자다 일어나서 수술실로 끌려들어 가고 말았네요


미안함................. 바보 같은 엄마

처음부터   자연분만이 안된다고  수술을 해야 된다고 했는데 , 난 돈 때문에  자연분만을 선택했고

시댁 어른들의  아들 타령도 한몫해서  첫 애를 아들 못 낳으면   큰 일이다라고 , 수술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난  지금도  엄청 미안하다 , 그때  우리 아가가  무사히 나오는 게 우선이지  그게 중요하냐고? 따지지 못한 게

아가의 무사 출산보다는 시댁 어른들이  무서워서  그 넘의 돈도 무서워서  난 결국 위험한 선택을 

아들 타령... 지긋지긋하고  짜증이 났지만  난 그래도  말 한마디 못한  바보 같은 엄마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됨에도  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고 , 그것이 우리 아가에게  돌아간다는 것도 모른

바보였다,  너무나도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이.............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하네요

아가가  아들인걸 알면서도  만의 하나  딸일까 싶어서  조마조마했던 시간들  참 바보 같았던 내 시간들



그래도  무사히  건강하게

세상 제일     바보 같은 엄마에게서  우리 아가는  아주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주었답니다

2.9kg., 작고  여리게  태어난  아가.

개인병원에서는   아가가  너무  크다고  산모가 운동 안 하느냐고? 엄청 다그치고  혼났는데

막상  수술해야 될지도  모른 데서 종합병원 갔더니  거기서는 또 안 먹냐고?  태아가 너무 작다고 혼쭐

바보 같은  나는  우리 아가가  작은지 큰지도 모른 체   그저  품고만 있었네요


엥... 아가가  눈을 땡그랗게?

수술을 해서  곧바로  아가를 만나지 못하고  하루가 지난 후  드디어  모자 상봉 

그런데  이 눔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있다 , 다른 아가들 모두  자는데  

저 혼자만  존재감을  확인시키듯이 눈을 뜨고 있더군요 , 아~~ 몰랐습니다.

우리 아가가  그렇게  잠 안 자고  존재감 확인시키는 시간이 1년이나 될지는  정말로 힘겨웠던 1년의 시간들

1년 동안  밤낮으로  울면서  잠 도안 자고  저를 힘들게  괴롭혔던 녀석 

아마  정신적으로  저도  많이 힘들었나 봐요.. 산모님들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아가에게  모두 간답니다.

그래도  이렇게  잠이 없는 녀석이니까  나중에  학교 가서  잠 때문에 고생 안 하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지요

하나  지금의 현실은  잠보!!!!!!!!!!!!!!



입원해있는 동안  황달기가 좀 있다고 해서  걱정했으나  별다른 이상 없이 무사히 아가랑 함께 집으로

엄마로서  아기를 업을지도 모르고 , 목욕시킬 줄도 모르고  울면 달래 줄 줄도  모르고..

정말로  엄마 자격증도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리 아들  한 번도  업어보질 못했네요 , 누구 한 명  저한테  아이 업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그저  안고만 키웠네요.. 1년 동안  울어대는 아기  안고서  저도 참 많이 울었네요

팔순의  시할머니는  그저  증손주 예쁜 기만할 뿐이고  난  눈물만  나오고.

팔순의 시할머니와 갓난쟁이  모두 나에게는  버거운  짐 같은  시간들이었고  육아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못한 체  이 불량스러운  엄마는......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만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팅팅 불은 호빵처럼  태어난 우리 집 똥똥

지금도  똥똥하지는 않은데 제가  살 좀 찌라고

똥똥이라고 부른답니다


이렇게  자그마했던  녀석이  

지금은 저보다 키도 훌쩍 크고   다리털도  많고 

완전  성인이 다 되어있답니다.


엄마가 제대로 못해주어도  대견하게 잘 자라 주고

효자네요 







17년간  엄마 김치를 못 먹은..

어제 다 같이  무도를 보는데  아내의 김치를 8년 만에 드시는 아저씨가 나오시더라고요 ,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집 똥똥이가 "난  그럼  17년째  엄마 김치를 못 먹고 있네"라고 하더군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 솔직히  진짜  김치 담아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서 말이지요 

그래도  다행인 건   워낙  다양한 곳에서 김치를 사 먹고  얻어먹어서..

장가가서  김치 때문에 싸울 일은 없다는 거죠 , 세상 모든 김치 맛에 익숙해져서   김치 때문에 우리 아들

AS 들어올 일은 없을 테니  역시  저는 불량끼가  좀  다분한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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