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또 이별
그동안 우리 똥똥이에 대한 글을 적지 못했네요
마음이 많이 헛헛하고 허하고 또 똥똥이를 만난 즐거움에
무엇보다 똥똥이에 대한 글을 적어야 하는 데 다른 글들을 적다 보니
똥똥이가 2주 전에 무사히 실습항해사를 끝내고 하선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었습니다
건강하게 돌아온 아들을 보는 데 아무 말이 안 나오고 그냥 먹먹하더군요
뭐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수고했다"로 그동안 그렇게 보고 싶어 놓고
막상 만나니까 별다른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똥똥이
큰소리 빵빵 치더군요 " 엄청 잘하고 왔지" 하면서요 그래 너 잘났다로
뭐 지금 당장 3등 항해사로 나가도 잘할 수 있어라는 근자감까지
학교에서 배운 거보다 훨씬 더 뜻깊고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자랑하더군요
집에 오자마자 그동안 먹고 싶었던 거 봇물이 터져서 마음껏 먹고 먹고
또 밀린 잠 원 없이 자고 보고 싶었던 TV 마음껏 보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선원들 2주간 자가격리가 의무로 바뀌었는데
똥똥이도 처음 시행하는 시기에 하선을 해서 자가격리를 3일 정도 힘들게 했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똥똥이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더군요
2주간 항해를 한 선원들은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란 조항이 있는데 시행 초기에는
관계부서들이 서로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자가격리 3일 하고 해제되었답니다
똥똥이는 중동 쪽만 다녀와서 배 위에서 거의 4주는 외부인과의 접촉도 없었던 거죠
하지만 가까운 나라를 다녀오는 즉 배안에서 생활한 기간이 2주가 안된다면
자가격리 2주는 의무랍니다.
그래서 관계부서의 직원분도 잘 몰라서 벌어진 자가격리 오류를 끝내고
마음껏 잘 지낸 거죠 아들 얼굴 한번 보기 너무 어려웠습니다 ㅠㅠ
아들 얼굴 좀 보려나 했더니 이번에는 또 학교 실습 배를 타러 가버렸네요
얼마나 승선할지는 타봐야 안다면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늘 또 갔네요
또 이별했습니다
만나자마자 이별이라고
그저 이번에도 별 탈 없이 친구들하고 잘 배우고 무사히 집에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앞으로 제 앞날에는 똥똥이와 만남 이별 만남 이별의 뫼비우스의 띠가 기다립니다
이젠 얼굴을 보아서 그런지 한결 마음이 편안합니다
늘 자신의 길을 향해서 묵묵히 걸어가는 멋진 우리 똥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