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받쓰
거기엔 머쓱한 얼굴로 청첩장을 주는 지인이 없어.
거기엔 또 오시라 하는 음식점 사장이 없어.
거기엔 톡 좀 제때 읽으라는 상사가 없어.
거기엔 요즘 얼마 버냐고 묻는 선배가 없어.
거기엔 잠시 와서 컴퓨터 좀 봐달라는 친척이 없어.
거기엔 창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겨울바람이 없어.
거기엔 몇달 째 책 속에 묻혀만 있는 책갈피가 없어.
거기엔 테두리를 그리며 말라붙은 커피자국이 없어.
거기엔 경적 울리며 내지르는 오토바이가 없어.
거기엔 째깍대며 나를 재촉하는 초침이 없어.
거기엔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고양이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