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는 꿈이 아닌, 이루는 꿈!
이번엔 SUV 를 캠핑카로 개조해 본다. 왜 이런걸 해야하는 건가? 상용캠핑카에 비해서 장점은 무엇인가?
첫째, 경제적이다. 별도로 캠핑카를 사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본인이 이미 SUV 를 가지고 있다면 극도로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을 할 수 있다.
둘째, 또 경제적이다. 기름값이 훨씬 저렴해서 여행 비용이 줄어든다.
세째, 보관이 용이하다. 별도로 캠핑카를 사면 평상시에 이것을 보관할 방법이 필요하다.
네째, 운전이 쉽다. 일체형 캠핑카이던, 차 뒤에 붙이는 트레일러의 형태던 일반 차량에 비해서 운전이 어렵다.
다섯째,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 일체형 캠핑카이던, 트레일러이던 차량이 크고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에 갈 수 없는 곳이 많다. 특히, 오프로드는 거의 불가능해 진다.
여섯째, 스텔스 캠핑이 가능해진다. 미국에서는 캠핑카를 아무데나 세우고 잘 수 없다. 물론, 차박도 아무데서나 할 수는 없지만, 일반 차량을 사용한 차박은 티가 별로 안나서 (캠핑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차박을 할 수 있다. 이걸 ‘스탤스 캠핑’ 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 추가로 (텐트 캠핑 대비) 모든 캠핑카들이 가지는 장점이 더 있다.
첫째, 텐트는 아무데나 치기 어렵다. 차는 솔직히 맘만 먹으면 (거의) 아무데서나 캠핑할 수 있다.
둘째, 텐트는 치기도 번거롭고, 접기도 번거롭다. 특히 하루밤만 잘 거라면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차는 그냥 아무데나 세우고 바로 뒤에가서 자면 된다.
세째, 차박은 안전하다. 텐트는 산짐승들의 공격이나 장마, 홍수, 더위에 위험할 수 있다. 차는 쇳덩어리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다.
그럼, 본격적으로 개조를 시작해 보자!
캠핑카에서 가장 중요한건 침대다. 잠이 불편하면 여행이 피곤해 진다.
10cm 두께의 싱글사이즈 ‘메모리 폼 매트리스’ 를 차에 완전히 평평하게 설치한다. 이렇게 하면 집에서 자는 것과 거의 같다. (난, 퀸사이즈 침대에서 자더라도 침대 면적의 반밖에 안쓴다.)
180도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차량이 그게 가능한 차량이어야 한다. 내가 사용하는 차량은 Jeep 에서 나온 Cherokee 모델이고, 그 중에서도 Trailhawk 라는 ‘오프로드’ 에 특화된 트림인데, 이 차량은 소형 SUV 임에도 불구하고 2열시트가 (거의) 완전히 평평하게 펴진다.
하지만, 소형 SUV 에서는 2열시트가 펴지는 것 만으로는 싱글 사이즈 매트리스 설치가 불가능하다. 조수석까지 완전히 접혀야 한다. 내가 이 차를 선택한 첫번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나는 차를 고를때 젤 먼저 하는 일이, 차에 누워보는 거다. 자동차 딜러들이 나를 좀 이상하게 본다.
대부분의 SUV 에서 다 누워봤는데, 소형 SUV 중에서 내가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차량은 지금 이 Cherokee 차량과 혼다 CR-V (아래 사진) 가 유일했다. 심지어 CR-V 는 조수석 의자를 접지 않아도 누울 수 있다. 공간활용도의 끝판왕인 차다. (근데 왜 Cherokee 를 선택했냐고? 그건 바로 이 차의 오프로드 기능 때문이다. 이건 다음 기회에 상세히 설명함.)
2열 시트와 조수석 사이에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 여기는 훌륭한 수납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2열 시트의 ‘헤드레스트’까지 빼고, 수납공간을 극대화 했다. 대부분의 식량을 이곳에 넣을 수 있다.
누우면, 머리가 놓여지는 부분이 접힌 조수석 부분인데, 약 1-2cm 가량 위로 올라와 있다. 자동으로 딱 적당한 배게가 된다.
이제 침낭만 놓으면 침대세팅 끝!
혼자 다닐때는 조수석 의자를 접은 상태 그대로 다닌다. 아무 세팅도 필요없이 눕고 싶을때 그냥 누으면 된다. (잠자리 세팅시간 0초)
둘이 다닐때는 조수석 의자를 접었다 폈다만 하면 된다. (잠자리 세팅시간 2초)
전기가 없으면 생활이 피폐해진다. 차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서, 모든 전기를 자급자족 하도록 해본다.
먼저, 차 지붕에 100W 태양광 패널을 고정설치한다.
적어도 200W 태양광 패널은 상시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내 차 지붕에는 200W 가 고정으로 들어가긴 어렵다. (이 차를 선택할때 가장 망설였던 부분이다.) 따라서, 할 수 없이 또 한 장의 100W 패널은 착탈식으로 차 앞쪽에 붙였다 뗐다 한다.
보기에 불안해 보이지만, 시속 140km 로 달려도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있다. 공기역학을 고려해 여러가지 형태로 시도해 보고 최적의 위치를 찾았다.
이것이 가능하게 해 준 일등공신인 ‘3M 의 흔적없는 덕 테이프 (3M No Residue Duct Tape)’ 저렇게 태양열 패널을 붙이고 한달을 다녀도 떨어지지 않으며, 나중에 테이프를 제거할때 흔적이 남지 않아서 아~~주 맘에 드는 제품!
태양광 패널만으로는 하루 몇시간 밖에 전기를 쓸 수 없기 때문에, 24시간 전기 사용을 위해서 배터리를 설치해야 한다. 많은 고민 끝에 장만한 Power Oak 제품을 몇 년째 잘 쓰고 있다.
배터리 + BMS + 태양열 MPPT 충전기 + 주행충전기 + AC 충전기 + USB 충전기 + 인버터 등 모든 것이 한개의 패키지에 다 들어 있는 400Wh 올인원 제품으로 다른게 일체 필요없다. (이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본 매거진 34회를 참고한다.)
태양광 패널에서 생성된 전기는 항상 배터리를 충전하도록 연결하고, 모든 전기제품들은 배터리에 연결해서 전기를 빼 쓰도록 한다. 이렇게 해야, 태양이 충분한 낮 시간에 전기 제품을 자유롭게 쓰면서 남는 전기로 배터리까지 충전할 수 있게 된다. 수동으로 조작할 것 없이 모든게 자동으로 이루어 진다.
가장 중요한 냉장고를 설치하고,
아이패드, 핸드폰, 카메라 충전은 USB 로 하고,
간혹 USB 용 전기장판도 사용하고,
간혹 ‘저전력 간이 에어컨’도 사용한다. 솔직히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냥 없는거 보다 살짝 나은 정도.
태양광 패널 + 배터리 + 냉장고까지, 무적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됬다.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
요즘 미국 캠핑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휴대용 에어컨인 ‘Zero Breeze’ 를 친구가 가져와서 테스트 해봤다. (아래 사진의 왼쪽 아래)
첫 출시 제품의 반응이 좋아서 몇 개월만에 업그레이드 신제품이 출시됬고, 인디고고 가격은 배터리 포함 $850 인데, 내장 배터리 만으로 무려 5시간 동안 에어컨이 빠방하게 돌아감. 생각보다 성능이 좋아서 깜놀. 잠시 망설였으나, 난 더위를 별로 안타는 관계로 패쓰! (#무소유#못사는거아니고안사는거)
차 지붕과 본네트에 꼼꼼하게 패널을 설치하면, 약 400W 의 발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하루 전기 생산량 약 2kWh 으로 거의 앤간한 환경에서, 별 신경 쓸 필요없이 냉장고 및 기초가전 제품들을 펑펑 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이 DIY 로 시장에 나오려면 앞으로 10년은 걸릴 듯 해 보여서, 직접 패널을 만들어서 붙이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아래 사진은 태양광 패널을 차 지붕에 설치한 2019년 소나타 하이브리드! (몇 년 전에 나도 시도했었지! 35회 소나타에 태양광 패널 설치!)
주방에서 제일 중요한 장비는 냉장고다. 보통 차박하시는 분들이 냉장고는 생각 못 하시는데, 냉장고가 있으면 캠핑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랜드 캐년 절벽 끝에서 살얼은 맥주 한 잔!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음식재료를 가득 싣고 혼자서는 2주, 둘이서는 1주 동안 자취가 가능하다. 매번 마트를 들르기 위해서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고, 아이스박스 얼음을 매일 채울 필요도 없고, 음식이 상할까 걱정할 필요도 없으며, 종류에 상관없이 넣고 싶은 모든 것을 넣고 해먹을 수 있다..
벌써 사용해 온지 10년이 다되가는 ARB 의 차량용 냉장고 50리터를 애용하고 있다. 차량용 냉장고의 최고봉이라고 본다. 적은 전기소모로 동작하기 때문에 태양열 발전기로도 쉽게 돌릴 수가 있고, 냉장 및 냉동효과가 뛰어나며, 흔들리는 환경에서도 문제가 없으며, 내구성도 뛰어나다.
문제는 좁은 차안에 냉장고를 넣기가 쉽지 않다는 것. 내 경우, 냉장고를 먼저 가지고 있다가 차량을 나중에 산 케이스라서, 차를 냉장고에 맞췄다... 물론 농담이고, 다행히 냉장고가 딱 맞는 공간이 있다.
차가 작아서 50리터 냉장고와 싱글사이즈 매트리스를 동시에 넣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침대를 남은 공간 안에 꽉 채우기 위해서 개조를 했다. 냉장고 때문에 약간 줄어드는 부분을 잘라내고, 대신 남는 공간들은 크기를 충분히 늘려서, 최대한 침대 공간을 확보했다.
나머지는 그냥 집에서 쓰던 것들을 그대로 쓴다. 먼저 버너는 1기통 짜리 브루스타. 미국에서는 부탄 가스 보다 프로판 가스를 많이 쓰지만, 버너를 차안에 고정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넣었다 뺐다 하면서 쓰기엔 브루스타 만한게 없다.
그릇은 냄비 1개, 후라이팬 1개면 된다. 밥그릇? 냄비뚜껑!
도마와 칼? 요리가위를 미국에서 여러개 써 봤는데 신통치 않아서 전부 환불시켜 버리고, 한국에서 명기를 찾았다. 이거 덕분에 도마와 칼은 이제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역시 대박 제품인 12V 용 전기밥솥. 이거 덕분에 1기통 브루스타로 주방구축이 가능해졌고, 모든게 심플해 졌다.
그리고, REI 에서 개당 2천원 주고 산, 포크겸용 숟가락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양념통 세트!
끝! 너무 단촐해 보이는가? 이걸로 한 100끼는 해먹은거 같은데, 별로 더 필요한게 없어 보인다.
버너는 조만간 프로판 버너로 바꿀 계획. 역시 부탄은 온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화력이 확 줄어든다.
차박인데 샤워시설을 설치한다고? 레알?
차박은 물론, 캠핑카 조차도 샤워시설은 어려운 숙제이다. 샤워할 공간도 필요하고 샤워기도 필요하고, 물을 어떻게 데울지도 고민이지만, 무엇보다도 상수도 탱크와 하수도 탱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차 안에 샤워시설을 구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야외에 샤워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전에는 ‘솔라 샤워’ 라는 제품을 사용했었다. 간단한 비닐백 형태로 되어 있어서, 그 안에 물을 넣고 나무에 매달아서 쓴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너무 번거로왔다. 매번 물을 넣어서 들고와야하고, (겁나 무거움) 무게가 상당하다 보니 나무에 매다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나무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신세계를 발견했으니, 현재 미국에서 캠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로드샤워’ 라는 제품. 차량 지붕에 올려놓는 물탱크이며, 샤워꼭지가 달려있어서 외부에서 샤워가 가능하며, 컴프레서로 공기를 불어넣어서 별도의 전기 없이도 충분한 수압으로 샤워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차량 외부에 설치하는 물탱크라서, 차량의 좁은 공간 안에 구겨넣지 않아도 되며, 용량이 꽤 커서 (7갤런 = 26리터) 샤워는 물론, 여러가지 용도로 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컴프레서로 탱크를 압축하면 별도 전기공급 없이도 강한 수압의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자동차용 컴프레서는 2-3만원 밖에 안하는 자동차 필수 구비 제품이다.)
낮 시간에 태양열을 흡수해서 탱크의 물을 데우고, 이걸 보온하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는 정말 잘 만든 제품이다. 문제는 가격이 깡패라는 것. 기기 440불에 세금과 운송료까지 하면 대략 70만원!
아무리 봐도 600불씩이나 들게 없어 보여서 한번 만들어 보기로 함.
‘로드샤워’ 는 알미늄으로 만들었는데 (음.. 내부 깨끗하고, 한번 사면 오래는 쓰겠구만) 그걸 알미늄으로 자체 제작 하는건 좀 무리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듯), 유튜브 뒤져보니 PVC 로 만든 사례들이 있어서 연구를 좀 해봤다.
하지만 막상 들여다 보니 단점이 좀 많았는데, 먼저 물을 데워주고 보온하는 기능은 기대할 수 없고, 외관도 깔끔하기 어려우며, PVC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사용자들도 있었으며, 가장 큰 문제는 내구성이었다.
특히나 컴프레서로 압축을 해주면 버티지 못하고 접착제로 붙인 뚜껑이 터져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기껏 돈 들이고 고생해서 몇년쓰지도 못하고 버리게 되면 정말 비효율적인 뻘짓이 된다. (재료비도 이것 저것 부품을 사서 모으면 100-150불정도 든다.)
따라서 그냥 깔끔하게 ‘로드샤워’ 중고를 알아보기로 한다.
이 제품이 캠퍼들 사이에선 인기라고 하지만, 중고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아마도 아무나 사서 쓸 수 있는 보편적인 제품은 아닌 거 같고, 또한 한번 산 사람들은 계속해서 보유를 해서 그런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결국 캘리포니아에선 찾을 수가 없어서 멀리 중부에 위치한 오하이오 주에서 득템하게 됬다. 무려 130불!! PVC 로 제작할 때 재료비 수준으로 프리미엄 알루미늄 제품을 가지게 됬다.
이제 난 그랜드 캐년에서 샤워할 수 있다!! (비눗물 방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불법이기 때문에 맹물샤워만 가능한건 함정)
내가 이 차 Cherokee 를 선택한 이유 중 또 하나가, 이 차에 수납공간이 많다는 것이다.
먼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콘솔박스에는 가장 자주 쓰는 물건들을 넣어둔다. 헤드라이트, 고프로, 폼클랜징, 로션, 선블럭, 충전케이블, 간단공구 등.
조수석 서랍에는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유사시 중요한 물건들을 넣는다. 구급약, 보조배터리, 추가공구 등.
다른 차에서 보기 힘든, 이 차만의 숨겨진 수납공간인 대시보드 서랍. (매우 맘에 듬!) 여기엔 주로 작은 애들을 넣어둔다. 작은 애들과 큰 애들을 섞어 놓으면 찾기도 어렵고 꺼내기도 어렵다.
그리고 또한 다른 차에서 보기 어려운 숨겨진 공간인 조수석 의자 밑!!! (진짜 이건 신의 한수.) 여기엔 주로 옷들을 넣어둔다.
스페어 타이어 보관함에도 빈틈이 많다. 여긴 주로 공구류와 자주 쓰이지 않는 것들 위주.
운전석과 조수석 하단에도 공간이 꽤 크고,
뒤쪽 트렁크 공간에도 수납공간이 있다. (정말 수납이 예술인 차!) 여기엔 망을 달아서 수납공간을 넓혔다.
2열 시트를 접은 사이 공간도 엄청 유용한 수납장이다. (대부분의 식재료는 이곳으로 들어간다.)
필요한 걸 다 실었는데도, 겉에 나와 있는 건 별로 없다. 쾌적하다.
벌써 이 세팅으로 캠핑한 날짜만 수백일이 넘었다. 다시 한 번 장점을 정리해 보면,
1. 아무데서나 차를 세우면 우리집이 된다. 그냥 뒤로 가서 누우면 된다.
2. 텐트치고 접을 필요가 없다. 차 안에 잠자리 세팅도 필요없다.
3. 전기도 필요없고, 상/하수도 다 필요없다. 화장실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4. 비누를 쓰기 어렵긴 하지만, 샤워도 24시간 자유롭고, 언제든지 수도꼭지를 쓸 수 있다.
5. 냉장고에 먹고 싶은 것 꽉꽉 채워넣고, 먹고 싶은 것 다 해먹을 수 있다.
고급 캠핑카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