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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련 이다겸 Aug 10. 2022

맨발의 행복

운동장, 맨발, 사람들


     새벽하늘은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연제구에서 남구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새벽 운동을 즐기는 나는 이사한 다음날 미리 보아두었던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넓은 운동장 중간에서는 25명 남짓 줄을 지어서 앞에선 선생님 구령에 맞춰 새벽 체조를 하고 있었다. 반가움에 얼른 뒤쪽에 서서 동작을 따라 한다. 새벽에 온몸 세포를 깨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냥 즐겁기만 하다.          

  도심 속 행복을 누린다. 집 가까이서 넓은 공간을 걷고, 뛸 수 있다니 생활 습관은 내 책임이다. 마음을 다잡아 본다. 새벽 운동장은 즐거움 시작이다. 연제구에서 화지 산 199m 나지막한 뒷산 정상에서 황토 흙에서 몇 년간 맨발 걷기를 했다. 학교 운동장에는 건강체조가 끝나고 계단에 가지런히 신발과 양발을 벗었다. 운동장이라고 다를까, 운동장은 마사 흙이 깔려 있다. 작고 모가 난 불규칙한 작은 돌멩이와 모래는 발을 ‘콕콕’ 찌르기도 한다. 순간 '앗'하지만 금방 괜찮아진다. 조금 큰 돌멩이 급들은 주워서 계단에 올려놓는다.      

  옛 추억을 일깨운다. 운동회 연습하느라 땀을 흘리기도 하고, 친구들과 술래잡기, 달리기하고 놀던 초등시절 삶이 아스라이 스친다. 땅따먹기 하며 네 땅. 내 땅 하던 생각이 나 웃음이 나왔다. 변함없는 초등학교 운동장 철봉과 늑목, 축구골대, 운동장에는 250미터 정도 필드가 있고 옆에는 100미터 달리기 트랙 5개가 있다.

  둘째, 셋째 날이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이 맨발 걸으면 아프지 않으나, 어디가 좋은가, 물었다. 오랫동안 맨발을 걸어 시원하고 작은 자극도 있지만 좋다. 발은 말초신경이 모이는 곳, 혈액순환부터 시작해, 평소 공부했던 내용들을 알려주었다. 내가 걷는 모습을 보니 맨발 걷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일주일 지나니 삼분의 일이 맨발 청춘이다. 만나면 눈인사부터 시작해 ‘맨발 걷기가 좋다”라고 해서 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었다.’ 걷는 모습을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등 다양한 말들을 쏟아낸다. 새벽을 밝히는 가로등 아래서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들 모습을 보며 힘을 얻는다. 지금은 삼분의 이가 맨발로 운동장을 활보한다.          

   하늘과 새벽녘 별도 본다. 때로는 별들과 달이 함께 놀고 있다. 땀에 적신 몸으로 별을 헤아리며 감성에 젖는다. 공기 중에 먼지나 수분이 많은 날은 붉은빛을 받아 하늘이 붉게 보인다. 어둠을 밝혀 주던 달이 지면서 아침이 밝아온다. 새벽하늘은 색체 마술사다. 하늘을 보면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 가을 서곡을 청아淸雅하게 전한다.

 걸음걸이에는 삶이 주는 연륜이 담겨 있다. 다리가 아파 자세가 반듯하지 않지만 ‘뒤뚱뒤뚱’, ‘어거정 어거정’ 열심히 걷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낸다. 걷기가 끝나면 100미터 트랙에서 뒤로 걷기 왕복 5~6회, 옆으로 걷기를 몇 회 하면 걷기 운동은 끝난다. '뒤로, 옆으로 걸을 때는 손은 최대한 올려 뒷짐을 지고 어깨를 펴서 가슴을 내밀어라'는 배운 방식을 알려 준다. 어깨랑 등이 시원하다고 좋아한다. 가볍게 뛰면서 하루 일과를 계획하고 정리도 한다.     

  생명력 넘치는 운동장이 좋다. 새벽에 온 몸 세포를 깨우고, 부지런한 사람들 만나 함께 어우러지고, 철봉과 늑목에 매달려 근력을 키운다. 나이 구별 없이 운동을 한다는 공통점으로 친해진다. 하늘이 주는 선물을 즐긴다. 유리창에 빗방울이 차 락 거릴 때 나에게 선물이 왔구나, 하고 뒹굴며 책도 보고, 회색빛 하늘이 주는 여유로운 아침을 보낸다.

늑목과 철봉은 좋은 운동기구다. 걷기 운동이 끝나면 매달리기, 종아리부터 왔다 갔다 하는 운동은 ‘하지정맥류’ 예방이라고 한다. 철봉 매달리기 등 팔과 다리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하며 서로 좋은 운동법을 가르쳐주고 배운다.          

  저녁 운동장은. 젊은 부부, 선남선녀들이 시간과 거리를 조정하며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찍 퇴근하는 날은 그들 무리 속에 어울려 나도 마라톤을 함께 한다. 시민공원, 온천천에서 달릴 때보다는 지루함이 있다. 같은 공간을 반복해서 뛰어야 하고, 마땅히 시선 둘 곳이 없다. 조명이 밝은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없다. 그러나 도심 속에서 마음껏 달리고, 맨발 걷기를 할 수 있어 감사를 한다.

문현동 금융단지 건물에 환하게 불 밝힌 빌딩을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밤을 낮 삼아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라가 돌아가는구나, 감사한 일이다. 

  일요일 낮 운동장은 다양하다. 무리 지어 달리기, 그룹으로 원반(플라스틱) 던지기, 아빠와 야구를 즐기는 모습들이 운동장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운동화가 주인을 찾는 날은,  땅의 지열이 내 체온을 빼앗아 가는 날부터 운동화를 신는다. 보통 11월 초순부터는 신발을 신는다. 추운 날이 오면 헬스장으로 가고 싶은데 망설인다. 40분 동안 건강체조 하는 중간, 구령을 헤아리다 잃어버려 웃음 짓는 해맑은 소리가 좋다. 이제 마음을 열기 시작한 사람들과 다른 공간에서 지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하루 쉼을 하고 가면, 어제는 왜 안 왔어요.라는 물음도 정겹다. 매일 아침 내 삶을 지휘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 일상은 계절이 옷을 바꿔 입어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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