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련 이다겸 Aug 16. 2022

겁 없는 도전

마라톤 , 가을, 경주

  가을 내음이 좋다경주 국제마라톤 대회에 왔다. 42.195km, 첫 풀코스 도전이다발가락에 흰색 반창고로 물집 예방을 하고 갈색 테이프로 무릎을 중심으로 부분 테이핑을 한다몸을 풀기 위해 가변운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장을 두 바퀴 돌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출발점에 섰다러닝화양말모자선글라스시계배번 표기록 칩 등을 확인하고 기능성 상의하의까지 점검했다복장도 마음 준비도 완벽하다안전한 완주와 하루를 즐겨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매일 새벽 4~5km 달린 것이 도움이 될 거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풀코스는 경주시민운동장 앞 출발~도심 길~형상 강변 대로를 따라 달리다 반환보문호수 지류인 북천을 따라가다 턴을 해서 돌아오는 원점회귀다


5.4.3.2.1. 출발~~  페이스메이커로 도움을 주기로 한 동호회 회장과 장거리 달림이 들과 파이팅을 외쳤다회장은 천천히 뛰고시간 욕심 내지 말자.”라는 충고 겸 용기를 준다     

  달리기에 좋은 환경이다차량이 통제된 넓은 도로쌀쌀했던 새벽과는 달리 아침 8정겨운 햇살을 받으며 질주하는 마라토너들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천년고도 신라 향기와 함께 달린다황금빛 들녘과 물들어가는 거리 단풍들거리에 늘어선 시민들, “힘내라는 응원 덕분에 저절로 힘이 솟고 즐겁다.

페이스메이커에 감사한다구간에서 나눠주는 물 한잔도 미리 뛰어가 챙겨준다평소 같으면 초코파이 하나 먹는 것도 조심하지만 뛰는 중에 초코파이를 몇 개나 먹었다미리 에너지를 비축해 허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프 주자들이 보인다. 21.09km 완주 골인점을 향해 운동장으로 들어간다풀코스 레이스들은 계속 직진이다순간 부럽기도 하지만  아직은 몸과 마음이 생생하다.     

  풀코스는 이제 시작이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하며 팔 운동도 겸하며 달린다이제 응원해 주던 시민들도 없다엠블런스도 지나간다다리 근육경련으로 곳곳에 앉아 있는 선수들을 보니 안쓰럽다풀코스 달림 이들만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점차 페이스의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조금 걸으면 안 돼요?” 

걷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뛰어라라고 페이스메이커는 대답한다

운동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평소 연습할 때도 힘들면 가끔 하는 생각이다그래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31km평소 가볍게 여겼던 1km 아스팔트 길도 길게 느껴진다. 32km 표지판이 달려도 보이지 않는다드디어‘31’이란 숫자가 보인다. 32가 지나간다 다시 33,34km...

35km가 고비라고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페이스 늦추면 5시간 안에 골인이 힘들다고 페이스메이커는 걱정하며 말한다예상 소요시간을 “4시간 30분 정도 페이스 조절하려고 했는데라며 회장은 시계를 본다. “실컷 달리고 5시간을 넘겨 풀코스 인정 못 받으면 아깝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메이저급 대회 풀코스는 5시간 안에 완주 못하면 풀코스 탈락이다

    

  달림 2주 전 페이스메이커한테서 온 문자가 생각난다단백질 위주 식사와 일요일 35km 장거리 레이스, 1주일 전에는 탄수화물 위주 식사와 일요일 20km 훈련화요일과 목요일은 가볍게 3~4km를 달려라피곤할 때는 탄수화물(찹쌀을 넣어서 만든 밥늘이기 등 페이스메이커 알림을 실천했다.     

  달리자이왕이면 후회 없도록.. 힘을 내자막상 달리니 다시 힘이 나고 발걸 음도 가벼워졌다완주 지점이 가까워지니 마음도 가볍다이제 달려온 거리보다 남은 거리가 더 가깝다열심히 달리니 페이스메이커는 걱정을 한다. “5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 조절해 끝까지 완주하자라고 한다.

인생도 마라톤과 같다무리를 해서 삶의 궤도를 일탈하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매일 새벽 5시 30분부터 4~5km 달렸던 기억들이 떠올라 순간 울컥한다


  발걸음이 가볍다완주 전 2km 지점에 도착하니 풀코스 완주를 오래전에 마친 동호회 언니 동생들과 회원들이 힘내라멋지다완주다.라며 사진도 찍어 준다.       

  삐 칩 소리가 울린다완주 42.195km 성공잠시 후 풀코스 완주 4시간 46분 03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과학의 발달을 몸소 체험한 하루였다.  힘은 들었지만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페이스메이커와 파이팅을 외쳤다. 나도 동호회 신입 회원 누군가가  하프코스.풀코스 도전할 때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42.195km 힘든 여정은 말끔히 사라졌다발가락 하나에서 피가 나 운동화에 묻어 있다이제 상처가 아려온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는 아프리카 속담이 오늘 나를 두고 한 말 같다

나 자신과 싸움흘린 땀방울 양만큼 결과가 주어지는 정직한 스포츠이자 냉엄한 현실이다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하루하루를 달려온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나를 조율하며 달림과 삶을 조화롭게 엮어서 알차게 익어가는 날들로 채우고 싶다.  겁 없는 도전을 하고 페이스메이커 덕분에 풀코스 완주를 성공했다.  나무도 보고 숲도 보며 주위를 살피는 일상으로 다시 시작이다

42.195km 파이팅!!  경주 국제마라톤대회 함께 거리를 질주한 모든 사람들한테 감사를 전한다.    

   

 

이전 08화 맨발의 행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