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중앙도서관에서
지난주 토요일 4월 20일, 파주 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반지수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다. 아내가 강연 소식을 듣고 신청했는데 운 좋게 초청되어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반지수 작가님은 '불편한 편의점',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등 책표지와 다양한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가다.
아주 오래전 인스타에서 작은 서점의 밤 풍경을 그린 그림을 보고 정말 좋아 한참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그림의 주인공이 반지수 작가였던 걸 강연을 들으며 알았다. 본인을 비전공자라고 소개했지만 강연을 듣다 보니 어릴 적부터 만화 모작도 많이 하고 심지어 스크린톤까지 붙여가며 따라 그렸다니 말 다했다. 대학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는데 그림에 대한 열망으로 20대 초반에 '연필로 망상하기'라는 국내 애니메이션에 입사해 주로 풍경을 담당하게 됐다고 한다. 그때 그린 작품이 국내 애니메이션 '소나기'다. 작품 중에 나오는 풍경 등을 보면 비전공자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깊이 있는 그림들이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평소 궁금했던 여러 질문을 하며 나누는 얘기도 좋았다. 강연을 마치고 사인회 때 아내가 반지수 작가를 알게 된 이야기를 잠깐 나눴다. 아내가 암수술 후 투병을 하는 동안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고자 택했던 것이 바로 독서였는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첫 책이 '불편한 편의점'이었다. 표지 그림이 너무 좋아 그 책을 선택했는데 그 책이 계기가 되어 그 후로 몇 년째 한 달에 수 권을 읽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앙도서관을 자주 찾게 됐고 이번 강연도 알게 되어 들을 수 있었다.
살다 보면 고난의 시간이 늘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행복한 시간이 늘 감사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이번 강연을 통해 아내와 내가 다시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년이면 50이 되지만 다시 꿈꿀 수 있는 것,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상상해 본다. 따뜻하고 진심으로 강연해 주신 반지수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