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기술'이라는 두 가지 특이점 관찰하기
다른 교육을 상상하다 No. 04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부모신문>으로부터 ‘미래교육’에 대한 원고 요청을 받고 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학부모를 위한 미래교육 이야기는 어떤 내용이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내에게 질문을 받았다.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이 뭐라고 생각해?” 초등학교 4학년 딸내미가 도서관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간에, 잠시 카페에서 차 한 잔과 책 한 권의 여유를 즐기던 바로 그 순간에 이것이 곧 나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 역시 초등학교 여학생의 평범한 아빠였던 것이다. (이하의 글은 카페에서 이루어진 아내와의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먼저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흔히 1차 산업혁명을 증기기관을 기반으로 한 기계화 혁명, 2차 산업혁명을 전기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 혁명, 3차 산업혁명을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것은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초기 단계에 있어서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주장하듯 우리가 여전히 3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위키백과를 보면 제4차산업혁명의 본질에 대하여 “연결, 탈중앙화/분권, 공유/개방을 통한 맞춤시대의 지능화 세계를 지향”하며, “이 지능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여러 가지 기술들이 동원된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솔직히 잘 와 닿지는 않는다.)
다만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가 설파했듯이, ‘제1의 기계시대’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제2의 기계시대’는 인간의 두뇌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알파고가 바둑의 절대 고수 이세돌을 이길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직 시범적이기는 하지만 무인자동차가 운행을 시작했고 외국인과의 화상토론에서 실시간으로 번역된 자막이 올라오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라면 버스/택시 기사나 동시통역사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결코 기우는 아닐 것이다. 결국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치환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있다. 교육이라는 것이 아이들 각자의 꿈을 격려하고 재능과 소질을 북돋우며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준비시키는 전인적 성장의 과정이 될 것인지, 아니면 약육강식의 질서를 내면화시키고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전수하는 자기계발의 과정이 될 것인지는 오로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David Tyack과 Larry Cuban은 “교육의 목적이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것으로 좁혀지고 성공을 가늠하는 주된 척도가 더 높은 시험 성적이 된다면 학교교육은 자연스레 공공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만족을 위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요한 것은 미래교육 그 자체가 아니다. 누가 말하는 미래교육인지, 그리고 어떤 미래교육인지 따져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래교육 담론은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고 모색하는 토론의 기초자료가 되어야 하며 교육개혁은 “모든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광범위하고 공공적이며 윤리적인 기획”이 되어야 마땅하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지구가 이미 기후 특이점을 넘어섰으며 미래는 결정되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左) / 김진석은 지능이 마음과 의식의 자리를 차지하고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개인을 대행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右)
지금 인류가 맞닥트린 두 가지 중대한 과제가 있다. 첫 번째는 ‘기후 특이점(climate singularity)’ 문제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지 못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두 번째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 문제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전자의 경우, 탄소경제에 기반한 산업문명에서 탈탄소와 탈성장이 결합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한다면, 후자의 경우는 머신러닝과 자기조직하는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진부한(trivial) 기계-진부하지 않은(non-trivial) 기계'의 구별 그리고 '휴먼-트랜스휴먼-포스트휴먼'이라는 관계에 내포된 "인간 강화와 인간 잉여의 패러독스(김진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둘 사이의 간극 - 선순환이냐 악순환이냐 - 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교육개혁에 있어서 중요한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은 뭘까? 다양한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OECD 2030 학습나침반’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한 학생이 나침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가 도달해야 하는 곳은 ‘웰빙well-being 2030’이다. 여기서 말하는 웰빙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와 지구적 차원에 이른다. 그것은 자기주체성을 바탕으로 동료, 교사, 공동체의 지원과 협력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또한 역량은 (지식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지식, 기술, 태도와 가치로 이루어지며 예측-행동-성찰의 반복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갈등과 딜레마를 조정하며 책임의식을 체화할 때 세상을 바꾸는 역량, 즉 변혁적 역량이 된다.
지금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가 2030년이다. 과연 10년 뒤에 우리 아이들은 잘삶, 좋은 삶, 더 나은 삶을 창출할 수 있을까? 앞으로 10년, 우리 교육은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전환해야 할까? (다음 호에 계속)
지금 인류가 맞닥트린 두 가지 중대한 과제가 있다. 첫 번째는 ‘기후 특이점(climate singularity)’ 문제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지 못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두 번째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 문제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 이 글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에서 발간하는「학부모신문」347호에 수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