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상혁 Mar 20. 2022

그린 엑소더스, 다른 삶은 가능하다

향린교회 평신도 하늘뜻펴기

이사야서 55장 1~9절  

고린도전서 10장 1~13절

누가복음 13장 1~9절



왜 ‘그린 엑소더스’ 인가


안녕하세요. 생애 첫 하늘뜻펴기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나님의 피조물인 우리는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 하늘 뜻을 펼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향기로운 이웃, ‘향린’이라는 말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그러니 저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나만의 하늘뜻펴기를 향린 교우들과 공유하고 서로를 권면하라는 의미이겠구나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에 이르고 보니 이제서야 향린의 평신도 하늘뜻펴기의 깊은 뜻을 알게 됩니다.    


그럼 나는 왜 이 자리에 섰는가. 작년 5월 30일로 기억합니다. 제가 감사기도를 드린 날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임은희 집사님께서 오셨습니다. 생태문화팀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구요. 제 감사기도를 귀 기울여 들으신 듯 했습니다. 그때부터 생태문화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서서 생각해보니 그때 그 감사기도를 임은희 집사님만 들으신 게 아니라 생태문화팀만 들으신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들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지금까지 놀라운 배움과 은혜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김지목 목사님께서 선교부와 생태문화팀에 한 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녹색교회 네트워크에서 <그린 엑소더스 릴레이 기도회>를 범교단 차원에서 신청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교회도 선교부 특히 생태문화팀 주관으로 참여하면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사실 생태문화팀은 미래선교위원회의 한 분과로 참여를 했었고, 작년 생태문화팀에서 진행한 다양한 활동 가운데 5주 동안 25가지 생태 키워드를 중심으로 향린 교우들의 ‘지구를 위한 마음’을 모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린 엑소더스 릴레이 기도회는 그 연장선 상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생각하는 ‘그린 엑소더스’의 의미를 향린 교우들과 나누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현재 향린교회 70주년과 광화문 시대를 준비하며 광야생활 중에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여 진행되고 있는 향린의 광야 생활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출애굽한 이스라엘의 40년 광야 생활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요. 광야 생활을 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백성의 수를 세고 하나님의 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것의 현대적인 의미가 스스로를 점검하고 새 시대에 맞는 새 원칙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향린의 광야시대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3가지 질문과 마주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코로나 팬데믹의 의미는 무엇인가. 둘째,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셋째,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이 세 가지 질문은 그린 엑소더스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팬데믹 시대의 교회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세계적 유행 이후 교회의 문이 굳게 닫히는 것을 경험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으나 실재로 존재하는 것들의 다스림에 대하여 성찰하게 됩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이 생명 그 자체를 위해 어떻게 하나님을 섬겨왔는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섬김은 진정한 섬김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섬기는 비인간 존재들의 의를 강탈하여 나의 의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결국 우리의 ‘신앙’이라는 것이 ‘비인간 생명’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깨달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코로나 시대 초기 많은 이들이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을 이야기했습니다. 대부분 설레발이었습니다. 뉴노멀은 마스크가 일상이 된 사회, 그리고 줌과 유튜브로 예배를 드리게 된 현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가 과연 도래할까요? ‘포스트’의 의미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이제 ‘팬데믹’이 우리가 결코 떨쳐낼 수 없는 ‘트러블’로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향린의 광화문 시대는 팬데믹 시대의 교회를 상상하고 모색해야 합니다. 트러블과 함께 사는 교회 말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  


코로나 19가 발발하기 1년 전인 2018년 10월 1일 인천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습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여야 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2020년 대한민국은 세계 주요 선진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050 탄소중립선언’을 발표했습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사실 교회는 ‘탄소중립’을 넘어 ‘생태적 전환’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광야시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성막을 짓는 방법을 설명하셨듯이 지금 우리에게도 하나님께서 어떤 성막을 원하시는지 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광화문 시대의 향린이 석유와 원자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동물의 사체로 만들어진 ‘석유’와 원자를 인위적으로 분열시킨 ‘원자력’이 하나님 나라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히려 태양과 바람과 물의 의미를 향린의 새로운 성소에 각인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성서 본문 이사야서 55장 9절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하늘이 땅보다 높듯이, 나의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나의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다.” 하나님의 길, 하나님의 생각이 과연 뭘까 생각하는데 10절과 11절에 이렇게 나옵니다.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서, 땅을 적셔서 싹이 돋아 열매를 맺게 하고, 씨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사람에게 먹거리를 주고 나서야, 그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나의 입에서 나가는 말도,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고 나서야, 내가 하라고 보낸 일을 성취하고 나서야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태양과 바람과 물이 생태계를 순환하는 것에 대하여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길, 하나님의 생각도 이와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저는 광화문 시대, 새로운 향린교회가 하나님의 길, 하나님의 생각이 멈추지 않고 순환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생명의 근원인 태양과 물과 바람을 허투루 쓰지 않는 교회, 기후변화로 인하여 인간과 비인간이 겪고 있는 고통에 응답하는 교회, 그리고 지속불가능한 산업문명을 넘어 지속가능한 생태문명을 지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의 엑소더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의 탄생이 의미하는 바에 대하여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와 ‘정유라’ 때문에 무너졌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들은 ‘불행은 개인 탓이며 국가는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정유라 스캔들’에서 ‘돈도 실력이다’라는 메시지를 접하게 됩니다. 국민들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박근혜 정부를 전복시켰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했을까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약속했지만, 이번 대선 결과에서 보다시피 국민들의 평가는 냉정했습니다. 이제 곧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은 ‘조국’과 ‘내집’이라는 기표에 대해서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국 사태에 대하여 ‘정시 강화’정책을 내놓은 것이나 집값 상승에 대하여 ‘대출 규제’를 취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취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돌린 것이죠. ‘당신의 불행은 국가의 탓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다른 엑소더스들이 존재합니다.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서울 지역 대학 그 중에서도 서울대. 저는 윤석열 정부의 등장이 서울대와 강남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사회의 지배적 질서에 투항한 것이라고 봅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새 정부를 지역이나 성별과 상관없이 능력 중심으로 기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서울대, 5060, 남성입니다. 완전히 과거로 후퇴하는 거죠. 게다가 탈원전 정책도 후퇴할 것으로 보입니다. TV토론에서 윤석열 후보가 ‘RE100이 뭔가요?’라고 물었던 것처럼 지속가능성 정책도 후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린 엑소더스가 매우 어려운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엑소더스, 강남 엑소더스, 건물주 엑소더스 등과 그린 엑소더스가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윤석열 후보는 “이 정부와 반대되는 정책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그랬는데, 어쩌면 우리는 윤석열 시대의 가치와 반대되는 일들만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그린 엑소더스     

  

누구나 좋은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좋은 삶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성별, 국적, 피부색, 장애의 여부, 가정의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에 상관없이 동등한 발달 기회를 통해 공정한 삶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회는 ‘좋은 삶’을 함께 만들고 가꿔나가는 ‘공유재’가 아니라 소수의 능력자만 가질 수 있는 ‘희소재’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현대문명이 ‘석유 ‘우라늄이라는 희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희소해지고 있는 기회, 그리고 이를 붙잡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이 소모되는 사회. 소수의 승자를 위해 다수를 패자로 만드는 거대한 낭비의 체제. 여기서 버려지는 것이 종이컵만은 아닙니다. 수많은 인간-소수자들과 비인간-생명들이 종이컵처럼 버려집니다. 그린 엑소더스는 바로 이러한 체제로부터의 탈출이자 새로운 사회,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의 발걸음입니다. 저는 향린교회가 광화문 시대에 녹색의 신명기를 쓰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삶은 가능하다 복음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새롭게 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은 향린교회 주일예배(2022.03.20)에서 ‘평신도 하늘뜻펴기로 향린교우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 입니다.





이전 10화 태양과 물과 바람의 교회를 꿈꾸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