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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Oct 11. 2021

태양과 물과 바람의 교회를 꿈꾸며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를 위한 제언


1. 들어가며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아시다시피 탄소중립(Net-Zero)이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더이상 증가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지구적 온실가스 흡수량과 균형을 이룰 때 달성될 수 있습니다.

  

광화문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향린 공동체에게도 탄소중립이 남의 일일 순 없죠. 실제로 새 교회 설계에도 ‘녹색건축’에 대한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우들마다 ‘녹색’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다르다보니 교회를 생태적으로 건축한다는 것에 대해서 향린 공동체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견은 우리 공동체가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하여 생태적 건축에 대한 이견이 향린 공동체의 서로 배움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제가 꿈꾸는 ‘생태적 향린’의 모습을 여러 교우님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특히, 교회 건축으로 노고가 크신 건축위원회에서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대단히 초보적이고 황당한 의견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향린교회의 생태적 상상력에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몇 글자(보다는 많이) 적어봅니다.      



2. ‘태양과 물과 바람의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태양은 '저절로' 빛나고 바람은 '저절로' 불고 물은 '저절로' 흐르고 '저절로' 정화되며 나무와 식물은 '저절로' 자란다. 우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남자들에게 '받아들임'이라는 이 여성적 미덕이 아주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남자들이 산업사회의 발전을 여전히 좌지우지하고 있다. 남자들은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고, 또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저절로' 다가오는 태양, 바람, 물이야말로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저 불안한 핵 쓰레기, 공기 오염, 물 오염, 숲 파괴, 토지의 산성화와 같은 부작용을 낳지 않는다.

- 프란츠 알트, 『생태주의자 예수』


저절로 빛나는 태양, 저절로 흐르는 물, 저절로 부는 바람이 얼마나 경이로운 축복인지요. 하나님께서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내리시는 축복과 은총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 이를 통해 우리의 한계를 깨닫고 존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요. 태양과 물과 바람은 하나님께서 모든 생명체에게 골고루 나눠주시는 지속가능함의 원천이므로 누구든지 동일하게 이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즉, 태양과 물과 바람은 먼저 선점한 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공짜자원'이 아니라, 함께 누려야 하기에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다뤄야 할 '공유재'인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목표를 지녔으면 합니다.  


첫째, 생명의 근원인 태양과 물과 바람을 허투루 쓰지 않는 교회가 되기를

둘째, 기후변화로 인하여 인간과 비인간이 겪고 있는 고통에 응답하는 교회가 되기를

셋째, 지속불가능한 산업문명을 넘어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문명)를 지향하는 교회가 되기를      



3. ‘태양과 물과 바람의 교회’에 대한 초보적 아이디어     


3-1. 태양의 교회

자연채광을 통해 밝음-어두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교회   

돌, 유리, 시멘트의 단점을 태양광 판넬(BIPV시스템)로 보완하는 교회


태양광 판넬 역시 모래로부터 왔다. 돌과 유리와 시멘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3-2. 물의 교회

물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교회, (빗)물로 세례를 받는 교회

빗물로 옥상텃밭과 교회 내의 모든 녹지를 가꿀 수 있는 교회


하나님께서 (빗)물로 세례를 베푸신다. 우리는 그 물을 식물과 함께 나눠 마신다.


3-3. 바람의 교회

자연환기를 통해 성령의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는 교회

풍력발전기가 기후위기 시대의 솟대처럼 지키고 서있는 교회


가정용 풍력발전기(右)와 교회 앞 솟대(左)가 묘하게 닯았다.



4. 왜 ‘태양과 물과 바람의 교회’인가요?     

  

4-1. 2025년부터는 모든 민간건축물이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지어져야 합니다.


2025년부터 공공 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ZEB) 등급이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오르고, 민간 건물은 연면적 1천㎡ 이상부터 5등급 이상을 획득하도록 의무화됩니다. 아직 2025년까지는 4년의 시간이 남아 있고 우리에게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우리 교회가 선도적으로 탄소 중립을 위한 교회의 책임을 실천했으면 합니다.


출처: https://www.mk.co.kr/news/realestate/view/2021/06/535868/


4-2. 안전하고 효율적인 제로에너지 건축 기술은 이미 확보되어 있습니다.


제로에너지 기술은 크게 액티브 기술과 패시브 기술로 나누어 집니다. 액티브 기술이 태양과 물과 바람 등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면 패시브 기술은 단열, 고효율, 재사용 등을 통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기술입니다.  


출처: http://m.kienews.com/news/newsview.php?ncode=1065566659102524


최근 태양광 발전에 대한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만 결국 진실이 거짓을 밝혀내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집 지붕과 벽면에 얼마든지 태양광 판넬 설치를 허용할 수 있지만 소형 원자력 발전소를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 가족 옆에 둘 수 있는 발전 방식, 그것이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팩트1: 모래와 비슷한 규소가 주성분  
태양광 모듈이 카드뮴과 납덩어리라는 건 완전히 잘못된 정보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모듈은 모두 폴리실리콘이라는 규소를 주성분으로 한다. 모래와 유사한 물질이다. 카드뮴이 포함된 태양광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으며 수입된 적도 없다. 납은 셀과 전선의 연결에 소량 사용된다. 중량 기준으로 0.1% 이하의 납이 사용된다. 이 정도의 납은 일반적인 가전 제품에서도 사용하며 환경영향법의 기준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팩트2: 전자레인지보다 낮은 전자파  
태양광 모듈은 직류 전기를 만든다. 직류 전기에서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직류 전기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교류로 바꿀 때 전자파가 나오지만 그 양은 정부가 정한 안전 기준의 100분의 1 수준이다. 태양광 발전의 전자파는 전자레인지ㆍ휴대용 안마기보다 낮다.

팩트3: 유리창 눈부심의 절반 수준  
건물 유리, 비닐하우스 등 모든 물건은 빛을 반사한다. 태양광 모듈은 햇빛으로 전기를 만든다. 반사되는 빛을 최대한 줄여야 효율이 높아진다. 반사를 막기 위해 모듈 제작 때 특수 유리를 쓰고 코팅 기술을 적용한다.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율은 유리나 비닐하우스의 절반 수준이다. 공항 근처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팩트4: 빗물로 청소… 세척제 필요 없다  
태양광 모듈은 물로만 씻어내는 게 가장 좋다. 세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얇은 막을 형성해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간간이 비가 내리기 때문에 모듈 청소를 위해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또 20년간 방수가 되도록 제작돼 수상 태양광도 수질 오염을 발생하지 않는다.

팩트5: 동·식물과 공존하는 태양광 발전  
건국대 한국화학융합시험 연구원은 2010~2011년 태양광 발전소 200개의 주변을 조사했다. 온도ㆍ습도ㆍ일조량ㆍ자외선은 물론 주변 가축의 체중 변화ㆍ호르몬 검사를 일반 지역과 비교했다. 의미 있는 차이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태양광 발전소는 웃자라는 풀 때문에 골치다. 유럽에서는 양을 태양광 발전 시설에 방목해서 추가 수익을 거두기도 한다.

팩트6: 안전기준 지키면 태풍에도 안전  
100층이 넘는 빌딩도 세우는 세상이다. 태양광 발전 시설이 태풍에 피해를 봤다면 이것은 태양광 모듈의 문제가 아니라 부실시공의 문제다. 발전 시설을 지을 때 안전 기준을 준수해서 공사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출처: https://innovationlab.co.kr/project/solar_energy/series3/


4-3. 건물 자체가 미래 세대를 위한 ‘생태적 복음’이 되어야 합니다.  


또 가라사대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비하며 또 무슨 비유로 나타낼꼬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나물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

- 마가복음 4장 30~32절


생각해보면 예수의 말씀은 참으로 생태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겨자씨 한 알'에 비유하다니요! 한 알의 씨앗이 지닌 놀라운 힘을 통찰하는 농부의 마음과 그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발견하는 예수의 마음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소박하게나마 생태적 원리가 구현된 우리 교회가 기후 위기 시대의 겨자씨 한 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5. 나가며     

  

21세기에도 우리가 여전히 ‘향기로운 이웃’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것까지 고민하고 상상해야 할 텐데요. 기후위기 문제가 바로 그런 일인 것 같습니다. 기후정의와 생태적 전환을 외치는 미래세대의 호소에 향린 공동체 역시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것이 교회건축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건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향린교회가 도전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향린교회는 이미 2009년에 서울복음교회, 쌍샘자연교회, 평화의교회와 함께 '녹색교회'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환경운동에 앞장서 온 교회들을 녹색교회로 선정하여 발표해왔는데 향린교회도 여기에 포함된 것입니다. 향린 공동체가 교회 건축을 통해 더 짙은 녹색의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https://inhabitat.com/thorncrown-chapel-a-paragon-of-ecological-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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