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논란, IB 교육의 시사점 그리고 불안 세대에 대하여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있었던 영림중학교의 일상 중에서
저의 시야에 들어온 일들 그리고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전합니다.
대한민국은 1919년 건립되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 제제도(諸制度)를 수립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各人)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期)하고 밖으로는 항구적(恒久的)인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우리들의 정상 또는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서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
위의 글은 제헌 헌법 전문입니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1948년 9월 1일 최초로 발행한 관보 역시 ‘대한민국 30년 9월 1일'로 발행 일자가 찍혀 있습니다. 1919년 3월 1일을 대한민국 건립일로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 헌법 역시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대한민국 건립일은 1919년입니다.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자유 사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이른바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입니다.
KB 기반 조성을 위한 IB 전문가 연수
지난 토요일 JK아트컨벤션에서 남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 주관으로 <한국형 바칼로레아(KB) 기반 조성을 위한 IB 전문가 연수>가 열렸습니다. “IB MYP 수업은 다양한 상황에서 전이시킬 수 있는 개념 기반 탐구 수업이다.“ “IB MYP 평가는 학생의 성장 중심 평가이다.” 대구 포산중학교 수석교사 김연진 선생님의 결론은 한국 교사들이 IB교육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말해줍니다. 왜 그런가요? 우리 교육의 지향점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lB교육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IB의 진정한 강점은 교사들의 ‘협력’과 ‘연대’를 가능하게 만드는 프레임워크에 있습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교과내 협력, 나아가 교과간 협력, 더 나아가 학교급간 일치와 협력에 관심이 있다면 IB가 매력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IB 프레임워크는 teacher agency 혹은 co-agency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는데 영감을 줍니다.
IB의 10가지 학습자상은 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IB 프레임워크를 보면서 하이데거의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올랐습니다. “가르침은 배움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진실로 배울 수 있는 사람만이 진실로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사는 더욱 진정성있게 배우길 원하는 존재이자 더 잘 배울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만 학생과 다르다. 가르침의 세계에서 교사는 최고의 학습자다.”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바른 마음』(2014), 『나쁜 교육』(2019)을 쓴 작가이자 사상가 조너선 하이트의 신작 『불안 세대』가 출간되었습니다.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불안 세대』의 출간은 매우 시의적절합니다. 최근 저학년 학생들의 학폭 사안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신체적 방식으로 공격성을 표출하는 사례에 비해 사이버 공간에서 비방, 욕설을 하거나 불법으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사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권 감수성과 디지털 시민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저자는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의 폐해로 ① 사회적 관계 박탈, ② 수면 부족, ③ 주의집중력 약화, ④ 스마트폰 중독을 들고 있습니다. 저자가 볼 때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는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에게 더 부정적인데, 그 이유는 여자아이들이 ㉠ 시각적 비교에 더 민감하고, ㉡ 신체적인 방식이 아니라 관계와 평판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공격성을 표출하며, ㉢ (남자아이보다) 감정을 더 쉽게 나누는 성향이 있는 여자아이들이 온라인에서 연결이 극대화되면서 불안과 우울증도 더 쉽게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 또한 인스타 등 SNS를 통해 성인 남성과 남자아이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스토킹하는 범죄가 늘고 있는 것도 여자아이들의 불안도를 더 높이는 원인이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조너선 하이트는 『불안 세대』에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건강한 아동기를 보내기 위해 정부, 기업, 학교,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만 14살이 되기 전까지는 기본 휴대폰만 제공해서 아동이 24시간 내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16살이 되기 전에는 소셜미디어를 금지하자고 주장합니다. 이는 아동의 뇌 발달이 다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사실 저도 가정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중학교 2학년 딸램은 전화와 문자만 가능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학급 및 학생회와 소통하기 위한 SNS도 디벗을 통해서 저녁 10시 이전에만 확인하고 있고요. 물론 아이가 이에 대해 불평이 없지는 않지만요.
또 저자는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에서 등교 후 수업 시간이 끝날 때까지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아이들이 불안을 극복하고 자립적으로 클 수 있도록 자유 놀이와 독립적 행동을 더 많이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우리 영림중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입니다. 영림중학교 학생생활규정은 제12조 2항에서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2. 휴대폰 및 전자기기 사용은 다음과 같이 제한한다.
가. 휴대폰 및 전자기기를 학교에 가져올 수는 있으나 등하교 시에만 사용한다. 학교에서 전원을 켜거나 사용 중 적발되면 적발 교사가 보관 후 방과후에 돌려준다.
나. 휴대폰 및 전자기기는 전원을 끈 뒤 본인이 소지하되 학생이 원할 때에는 담임교사가 보관할 수 있다.
다. 교육용으로 보급된 ‘디벗 및 디지털 기기’는 학습교구로 사용하며, 학생 개인 소유의 전자기기와는 별도로 수업 시간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운영한다.
현재 수업 시간을 제외한 시간 -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 에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의견수렴 및 토론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24 리민 학생회 공약 중 하나였습니다.) 단순히 휴대폰을 사용해도 되는가/안 되는가를 넘어 디지털 세계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되는 지점들을 살피고 우리의 교실 문화를 점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윤상혁 드림
매주 한 차례 선생님들께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편지는 2023년 3월 1일 영림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매주 수요일 썼는데, 올해는 매주 월요일 편지를 발송합니다. 누군가는 열어보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옮길지 모르지만 괜찮습니다. 그것은 그의 당연한 권리니까요. 누군가 저의 글에서 작은 위로를 얻었으면 합니다. 누군가 저의 글을 읽고 작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행복할 겁니다. 아니, 누군가에게 저의 마음이 가 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편지는 이미 제 손을 떠났고, 글이 어떤 열매를 맺을 지는 오직 받는 사람에게 달려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