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상혁 Sep 05. 2020

오백이십 번의 트라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 프로젝트를 상상한다

오백이십 번의 트라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 프로젝트를 상상하다



미래가 없는데 왜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나요?



미래가 없는데 왜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나요?



뼈 아픈 질문입니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미래'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기성세대의 욕망과 죄책감이 뒤죽박죽 섞인 모순덩어리는 아니었을까요? 결코 오지 않는, 혹은 말은 하지만 실제로 도래하기를 원치는 않는 그런 미래는 아니었을까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미래가 아닌, 기회를 먼저 선점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미래 말이죠. 이런 기성세대의 위선에 다시 한번 일침을 날립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 당신들은 성숙하지 않아요.  



근대 학교는 아동을 미성숙한 존재로 가정하고 교육을 통하여 성숙한 존재로 양성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똑같은 교실, 똑같은 책상배열이 상징하는 천편일률적인 학교의 배치와 분절적이며 위계적으로 나열된 교육과정 그리고 성전적 권위를 지닌 교과서가 이를 위한 도구였죠. 누군가 정해놓은 절대적 지식을 (교사는) 주입하고, (학생들은) 암기하는 것이 근대 학교의 임무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근대 학교 제도를 통해 재생산된 지식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삶과 괴리된 지식과 줄 세우기를 위한 평가가 과연 인간을 성숙하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이 제기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르친 내용을 스스로 실천해 주세요


스웨덴의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는 매주 금요일 학교를 가지 않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른바 '미래를 위한 금요일'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곧 스웨덴을 넘어 전세계의 청소년들에게 광범위한 호응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 SNS가 큰 역할을 하죠. 툰베리가 보기에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은 전혀 별개였습니다.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이죠. 그러니 더 이상 학교를 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가르친 내용을 스스로 실천하라  



많은 사람들이 학교가 잘못되었다고 말합니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어떻게 바꾸는가가 중요합니다. 핵심은 말과 행동의 일치입니다. 말로만 하는 미래, 책임지지 않는 미래는 사기입니다. 그것은 거짓 미래입니다.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르다면 둘 중에 하나를 고쳐야 합니다.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가르치던가, 말한 내용을 실천하던가 말이죠.


후쿠시마 원전참사가 발생해도,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아도, 청소년들이 결석시위를 벌여도 꿈적하지 않던 기성세대가 코로나19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드디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인 전환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도대체 언제쯤이면 코로나가 끝나고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만 궁리하고 다른 이들은 위기의 와중에도 자신에게 이익이 될 기회가 오지는 않을까 엿보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교훈을 얻지 못한 거죠. 성찰하지 않는 성인은 어른이 아닙니다. 그냥 꼰대일 뿐이죠. 



520번의 트라이!!!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매주 금요일 모든 학교가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할 수는 없을까요? 전사회적으로 툰베리처럼 '미래를 위한 금요일' 프로젝트를 벌일 순 없을까요? 개인적 성공과 자기계발로서의 미래가 아니라 '지구와 공동체의 안녕'으로서의 미래 말입니다. 국가사회적 요구와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큰 방향에 따라 모든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배우고. 매주 금요일은 미래를 위해 세상을 변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는 없을까요? 디바인 브래들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스스로 그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지난 7월 16일  루이자 뉴바우어, 그레타 툰베리, 아뉘나 데 베버 반 데르 헤이덴, 애들레이드 샤를리어는 유럽연합 정치지도자 및 국가 수장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지구 생명체들의 미래의 생활조건을 지키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은 오늘 당장 시작"되어야 하며, 전세계의 과학자들이 예측한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시스템에 계속해서 가해지고 있는 온갖 파괴와 착취를 종식시키고, 자연 세계와 모든 인류의 안녕을 중심에 둔 완전한 탈탄소경제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몇 달, 몇 해가 결정적이며, 우리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10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우리에게는 약 520번의 금요일이 남아있습니다. 그리 많은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충분히 세상을 바꿔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결석이 출석이 되는 날을 상상해봅니다. 삶을 위한 공부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배움의 재료는 세상에 널려 있습니다. 정해진 답을 암기하는 공부가 아니라 아픈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공부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는 인공지능은 흉내낼 수 없는 '인간다운' 공부를 해야한다고 하는데 그게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남보다 빨리 문제를 푸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토론하고 인류가 이루어낸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탈탄소사회'와 같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꿔내는 일에 사용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 그런 공부를 꿈꿔봅니다. 



이전 10화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