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인 것을 더욱 정치적으로, 정치적인 것을 더욱 교육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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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적 지성인 범주의 핵심은 교육적인 것을 더욱 정치적으로, 정치적인 것을 더욱 교육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교육적인 것을 더욱 정치적으로 만든다는 의미는 학교 교육이 의미를 정의하는 투쟁과 권력관계에 대한 투쟁을 표상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정치영역에 학교 교육을 포함시킨다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비판적 반성과 행위는 학생들이 정치・경제・사회적 불의를 극복하는 투쟁 속에서 굳건한 믿음을 갖게 되고, 이 투쟁의 일원으로서 학생 자신이 더욱 인간화되는 사회적 프로젝트이다. 이 경우에 지식과 권력은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삶을 위한 투쟁의 전제조건이라는 전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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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것을 더욱 교육적으로 만든다는 의미는 정치적 관심이 해방을 지향하도록 교육을 활용한다는 의미이다. 즉 학생들을 비판의 행위자로 대접하는 교육을 하며 지식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비판적이고 긍정적인 대화를 하며 모든 이들이 질적으로 더 나은 세계를 누리도록 투쟁하는 것이다. 변혁적 지성인들은 학생들이 학습할 때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을 주장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문제에, 특히 교실 활동에 해당하는 교육 경험과 연관된 문제에 관심을 쏟는 비판적 용어를 개발한다. 그래서 이런 지성인에게 교육의 출발점은 고립된 학생이 아니라 각기 독특한 문제와 희망과 꿈을 간직한 다양한 문화, 계급, 인종, 역사, 성별의 개인과 집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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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적 지성인은 비판의 언어와 가능성의 언어를 통합한 담론을 개발해야 하며, 교육자들이 변화를 일구어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동안 지성인들은 학교 안팎에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불의에 대항하여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동시에 절망을 문제시하고 희망을 실천하기 위해, 지식과 투쟁의 용기가 넘치는 시민이 될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비록 어렵더라도 가치로운 투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교육자들이 변혁적 지성인의 역할을 할 기회를 거부하는 것이다.
- 헨리 지루, 『교사는 지성인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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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을 교육기본법에서는 '교육이념'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민주시민교육이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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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일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감성이 충만한 나라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조망해보면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킨 4.19혁명부터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적 사건을 반세기 만에 두 차례나 일구어 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정당과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 속성과 군림하려는 자세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은 불신을 지니고 있다. 존경받는 정당, 사랑받는 정치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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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대단히 역설적으로) 교육기본법 제6조 '교육의 중립성'은 제3조 '학습권'과 제4조 '교육의 기회균등' 그리고 제5조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교육의 전문성',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거버넌스의 원리'에 의해 작동된다. 따라서 '교육의 중립성'은 거버넌스를 작동시키기 위한 원칙이다. 중립적인 거버넌스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거버넌스가 중립적으로 작동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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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는 교육자들이 비판의 언어와 가능성의 언어를 통합한 담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불의에 대항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행위다. 생각해보라. 범죄가 발생했을 때 침묵하는 것은 범죄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 정치적 범죄행위가 발생했을 때 침묵하는것은 중립이 아니다. "절망을 문제시하고 희망을 실천하기 위해, 지식과 투쟁의 용기가 넘치는 시민이 될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이다. 쫄지 말자.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