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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건축가 Oct 27. 2020

‘좋아하는 일’과 ‘여유롭게’ 를 잇는 두 가지 질문

TOPCLASS 연재글입니다.


1.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우리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하지만 그 누구도 누가, 무엇을 위해 만들어놓았는지 의심하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뛰고 또 뛴다.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몸이 낡아갈수록 나를 시스템 밖으로 던져 버리려는 장애물도 더 많아지고, 폐가 터질 것 같이 숨소리가 컥컥거리지만 멈추면 안 된다. 여기까지 내가 어떻게 왔는데… 앞사람의 뒷덜미를 움켜쥐어서라도 쓰러지면 안 된다. 그들의 속도대로, 아니 더 빠르게 뛰어서 저기 보이는 저 옆 사람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곳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한 가지다. 낭떠러지처럼 느껴지는 아늑한 저 먼 곳으로 번지점프를 하면 된다. 줄이나 보호도구 없이 맨몸으로. 뛰어내릴까 말까, 수만 번 망설이다 눈을 질끈 감고 점프를 하면, 하나 둘 셋, 두려워한 것보다 안전한 착지에 놀라게 된다. 처음엔 몸과 생각의 움직임이 어색하지만 이내 자유로워진다. 마치 아주 차가운 목욕탕 냉탕에 발가락 하나를 담글 때는 등골이 오싹하지만, 무릎, 엉덩이, 가슴, 머리까지 모조리 풍덩 담그고 나면 상쾌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2. 좋아하는 일은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지지 않는다.


나에게 맞춤 설계된 삶을 찾아 헤매고, 실험하고, 수정하며 살기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지난날을 정리해보는 동시에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나누고 싶어 작은 강연을 열기로 했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여유롭게 사는 방법이라는 제목과 간단한 소개를 액션 랩 홈페이지에 올려두고, ‘한 명만 와도 진행해야지’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예상 밖으로 강연 당일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다. 호기심이 발동해 무엇을 찾아 이곳에 오게 됐는지 물어보니 “편하게 살고 싶어서”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아마도 그날 사람들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불편한 감정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이야기의 핵심이 ‘편하게’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와 ‘여유롭게’를 잇는 시간의 흐름 사이에는 아래 두 가지 질문이 필수적으로 따른다.


‘기다릴 수 있는가?’
‘나는 나를 믿을 수 있는가?’


좋아하는 일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따르는 사과처럼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것을 업(業)으로 만드는 일은 ‘과거의 나를 죽이고, 새로 태어나는’ 긴 자궁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시작해볼 마음이 있는가? 스스로 대답을 찾은 자만이 ‘자유롭게’라는 형용사를 선물로 받는다.


3. 나의 심장을 기쁘게 너에게 줄게


지난주 여름 끝자락의 아침, 여느 날처럼 집 앞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었다. 차가운 얼음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채 하늘을 바라보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다. 7년간의 성장통을 겪고 세상에 나왔지만 이제 곧 죽음을 맞이할 매미들의 합창 소리 때문이었는지, 하늘이 이토록 맑은 아침에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였는지…. ‘엉엉’ 소리를 내어 아이처럼 울다가 순간적으로 내가 사라졌는데, 그곳에서 신에게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를 만났다. 그리고 그가 나인지 내가 그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의 얼굴이 닮아 있었다.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하면, 삶은 고통이다. 시스템에 의지하던 10년 전의 나 그리고 그것을 벗어났다고 믿는 지금의 나의 하루는 프로메테우스의 하루처럼 똑같이 고통스럽다. 단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런 마음이 아닐까. 독수리들아, 아침이 밝았다. 오늘도 내 살점과 간과 심장을 맛있게 먹으렴. 나는 내가 뜯겨 나가는 그 순간을 여유롭게 목도할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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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력 연구소, 액션랩

www.actionla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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