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불안》
내가 처음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접한 것은 22년 독서 모임 당시 읽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였다. 흥미로운 서술의 형태와 토론할 것 넘쳐나는 주제문이 많았던 책이어서(강추!) 그의 또 다른 저서의 책도 재미나게 읽힐 줄 알았다. 그렇게 이번 독서리뷰에 선택한 책이 바로 그 유명한 책 《불안》이었다.
현대인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꼽힌 《불안》은 읽는 내내 논문 한 권을 빡! 세게 읽는 기분이 들었다. 《불안》을 읽으면서 불안했다. 내가 이 책에 대해 쓸 수 있을까? 하며… 이해한 만큼 심플하게 써보겠다. 깊이 파고들어 보기 위해서는 2 회독 이상은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크게 정의, 원인, 해법으로 나누어지고, 또 원인에는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 있다. 불안의 정의에 알랭 드 보통은 '지위'를 꼽았다. "세상의 눈으로 본 사람의 가치나 중요성을 가리키며"라고 시작한다. 처음 나는 불안했다고 밝혔다. 왜 나는 불안한가 하나씩 주목해 보자. 나는 자신만만하게 브런치에 매주 일요일 독서리뷰 연재를 선언했고 이번에 나의 수준을 넘어선 《불안》을 읽었다. 약속한 바가 있는데 그런 적 없었던 척 넘기기에 알랭 드 보통이 제시한 불안의 원인 5가지 모두가 명치에 탁! 걸렸다. 사랑결핍, 나의 『집책광공 사유독서』를 구독하고 라이킷을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이 돌아설까 봐 첫 번째 원인이다.
❝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전래의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다. (p.38)
둘, 속물근성으로 책을 남들보다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 나의 모습은 이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쯤 책을 봤으면 무슨 책이든 읽은 책에 대해 좔좔 말할 줄 알아야 한다는 허영을 들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꺾임이 나에게 불안을 가져왔다.
❝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자기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실제 성취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p.69)
『집책광공 사유독서』 연재의 목적, 정보성 글이 선택을 많이 받는 브런치 나우에 이번 글이 선정되는 기대, 달달한 조회수와 팔로우, 구독, 라이킷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을 세 번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기대에 더불어 네 번째 능력주의는 선택받은 인기 작가들과의 레벨 차이를 들 수 있다. 체급을 높여 보려고 매일 글을 쓰지만(사실 아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지금 나는 아무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의미 없는 지위를 가졌기에 오는 불안이 있다.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게 된다.(p.114)" 아무리 좋은 글을 썼다고 나의 글을 봐달라고 하더라도 '이력 없는 나'는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다.
❝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다. 생계를 유지하고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적어도 다섯 가지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뜻대로 따라주어야 하는데, 이것은 사회적 위계 내에서 자신이 바라는 자리를 얻거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다섯 가지 이유가 되기도 한다. (p.118)
마지막 다섯 번째로 불확실성으로 다섯 가지 예측 불가능한 요인을 말한다. 변덕스러운 재능, 운, 고용주, 고용주의 이익, 세계 경제이다. 글은 잘 써질 때는 잘 써지는데 변덕스러운 나의 뮤즈를 끊임없이 붙들기에는 고통이 따른다. 나의 글이 주목을 받을 운, 나를 발굴해 줄 출판사, 그들에게 주어질 이익이 될 글인지, 가뜩이나 줄어드는 종이책 수요에 대한 것까지 계산한다면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불안을 떨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법에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5가지를 언급하는데 나는 해법 부분을 습득하기 어려웠다. 내가 이해한 대로 쓰자면, 자신만의 가치관을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정신으로 견고히 세워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정체성을 갖추라는 것이다. 어떤 요인에서든 불안을 올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불안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불안의 원인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해법을 세워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불안을 알랭 드 보통이 말한 다섯 가지 원인으로 분석해 보았다. 결국 해법은 일단 내가 쓸 수 있는 만큼 써보는 것이다. 지금의 쓰지 않은 글에 대한 불안은 써서 해소하면 된다. 어차피 또 다른 불안이 올 것이다. 그 불안은 또 그때 분석해 해법을 나열하면 되는 것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 존엄은 거의 모두가 갈망한다. 만일 미래 사회가 조그만 플라스틱 원반을 모으는 대가로 사랑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오래지 않아 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으로 인해 열렬한 갈망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에 떨기도 할 것이다. (p.17)
덕질을 하는 인간으로서 나는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에 열렬한 갈망을 느끼고 불안에 떨기도 한다는 것에 큰 공감을 하였다. 결국 어디에서나 불안은 일어난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알고 대책을 세우면 된다. 대책이 없다 해도 모르는 것보다 알고 불안한 것이 더 마음에 놓이는 법이니까.
알랭 드 보통 《불안》 발췌; 책 읽기 싫다면 리뷰 글과 함께 읽어보면 좋은 문장들!
❝ 루소의 주장은 부에 대한 명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루소에 따르면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니라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p.78)
❝ 마르쿠스는 칭찬을 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모욕을 당했다고 괴로워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파악하라고 권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경멸하는가? 경멸하라고 해라. 나는 경멸을 받을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다." (p.149)
❝ 유머는 높은 지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고 조절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p.216)
❝ 루소는 우선 우리가 아무리 독립적 정신을 갖추고 있다 해도 자신의 요구를 이해하는 능력은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전제한다. … 근대의 상업적 "문명"은 우리를 이런 상태로부터 떼어냈으며, 우리는 풍요의 세계에서 선망과 갈망에 사로잡혀 고통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p.240~241)
❝ 아무리 우아하고 세련된 자동차라도 그 만족감은 인간관계가 주는 만족감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눈에 보이는 것이다. 선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엉뚱한 것을 선망하느라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 (p.249)
❝ 자신의 가치나 신의 가치를 따라 산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를 따라 살았으며,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강해지고, 유명해지고, 중요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불안한 욕망을 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p.273)
❝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의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실제로 또는 예술작품을 통하여― 것일 수도 있다. (p.297)
❝ 돈이 없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에너지를 사업 말고 다른 활동에 쏟는 쪽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현금이 아닌 다른 것에서 부유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소로우는 자신의 상태를 묘사하면서 가난한 생활이라는 말보다는 소박한 생활이라는 말을 쓰기를 좋아했다. 이 말이 강요된 물질적 상황보다는 의식적으로 선택한 상황을 표현해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337)
알랭 드 보통 《불안》은 영상으로 친다면 다큐 장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롤 많은 실존 예시가 나열되어 있다.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 하기는 한데 읽기 어려운 사람들은 잘 정리된 글, 또는 영상을 찾아서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나는 일단 1회 정독하였으니, 시간이 조금 흐른 후 2 회독을 해보려고 한다.
이상 『집책광공 사유독서』 일곱 번째 책, 알랭 드 보통 《불안》에 대한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읽고 쓸 독서 리뷰는 브런치 독서클럽 '책을 읽는 순간, 하루키의 세계로'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으로 일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라이킷, 팔로우 댓글도~ 모두 감사해요♡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