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더 하겠다는 나와 그런 나를 말리는 선배
국제 택배화물의 수입업무를 하는 우리 회사는 세일 기간이 되면 12시간 근무를 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얼마 전 큐텐이라는 사이트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메가세일을 했었고, 그 기간이 되면 잔업을 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 된다. 아예 다들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직 단축근무(10시~17시)를 하는 나는 그 대상에서 제외가 된다. 하지만 요 근래 컨디션이 그다지 나쁘지도 않았고, 잔업도 할 수 있는 상태라 하루, 이틀 정도 10시 출근, 20시 퇴근을 했었다. 다들 10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는 상황이라 팀 분위기 자체도 침울할 뿐만 아니라, 늘 농담이 오가던 분위기가 다들 모니터만 쳐다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 상황에서도 다들 나는 야근을 오랫동안 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면 나도 어느 정도의 선에서 퇴근을 했겠지만 조금만 힘을 내면 가능한 상태였고, 선배는 그냥 힘내지 말고 내일도 출근해 주면 그게 더 좋고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도 복직을 하고 나서도 한 번씩 나를 뒤덮는 우울감으로 결근을 했었기 때문에 결근을 하지 않고 출근을 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선배의 판단일 것이다. 일을 더 하겠다는 나와 말리는 선배... ㅋㅋ 다른 팀에서는 참 이상하다는 듯한 시선이 오갔다. 그래서 선배와의 대립 끝에 한 시간, 늦어도 두 시간 안에는 집에 가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복직을 하니 팀 멤버도 많이 바뀌었고, 분위기도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험담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져서 긴장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다들 나에게 많은 배려를 해준다. 그래서 일단 지금을 누리고 있다...
세일 기간이 끝나고 나는 장렬히 전사했다.. 결국 하루 결근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4월 16일부터 시작되는 시프트는 근무시간을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리겠다고 센터장님과 상의를 한 바로 다음날... 다들 괜찮겠냐는 눈빛이었다... 당연하다... ㅠㅠ 그래도 극구 근무시간을 늘리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일단 회사 내 산업의(産業医) 선생님과 면담 후 근무시간의 연장이 결정된다. 결근도 조퇴도 조금씩 줄여보자는 생각에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무기력함이 있어도 일단 화장실에 가고 양치랑 세수를 하자라는 생각에 몸을 일으킨다. 화장실을 갔다가 양치와 세수를 하면 머리도 감게 되고 그러다 보면 출근준비를 하고 있는 내가 있다. 결근도 조퇴도 정말 힘들면 할 수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나 자신을 내가 야단치지 말자고 매일 다짐해 본다. 남에겐 관대한 나... 나 자신에게도 조금 관대해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