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나쁜 일이 나에게로 내게로만 쏟아졌으면 한다. 네가 아니라 오직 나에게로.
나도 겁이 많으나 더 무서운 일은, 네가 나 없이 낯선 곳에 덩그러니 남아 평안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니까.
나를 닮아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그렇게나 싫어하는데.
그저 다 해주고 싶으나 그건 사랑이 아니라기에 꾹꾹 참고 있어.
실은 이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 지도 잘 알고 있다.
모진 날이 쏟아져 연한 손바닥에 굳은살이 배기는 모습이 나는 더 아파 이런 생각을 한다.
네 생의 순간을 빼앗고 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은 나쁜 마음이다.
어째서 네가 고작 나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 불쑥 미안한 마음에 저지르는 실수다.
네 작은 등을 껴안고 미숙한 과거의 잘못들을 떠올리자면 눈을 뜰 수가 없다.
운 좋게 피해 간 불행들이 먼발치에서 기다렸다 너에게로 달려간 걸까 슬퍼한다.
웃어넘긴 요행들을 매분 매초 후회하다 보면 숨이 가쁘다. 만약 그런 거라면 나는 그런 천운은 필요가 없어서 그래. 천 번의 천 번이라도 내가 다 가져올 텐데.
너에게로 티끌만큼의 불행도 튀지 않도록 하고 싶은데.
그러나 오늘 이마를 맞대고 네 숨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네가 세상을 견디고 온 자리에 항상 있어 줄게.
아가,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라.
슬픔이 튀면 천 번의 천 번도 다 닦아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