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솥비빔밥
얼마 전 중환자실에 계신 아빠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날
나는 엄마랑 동생들과 공허한 찬 바람을 맞으며 병원을 나와
아빠가 자주 가던 식당에 왔다
가끔 점심시간이 지나서 느지막이 전화할 때면 아빠는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 지겨워 식당에 혼자 왔다고 했다
사람 없는 틈을 타 혼자 야채가 듬뿍 들은 돌솥 비빔밥을 먹고 계신다고 했었다
다음번에는 그 맛있는 거 혼자만 먹지 말고 꼭 나랑 같이 먹자고 약속했다
돌솥 비빔밥 세 그릇이 우리 앞에 하나씩 놓였다
우리는 싹싹 비벼서 최대한 제일 크게 한 입을 넣었다
그리고 우리는 슬픔을 잊은 척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짜지도 않고 아빠 드시기에 간이 딱 좋다고 엄마가 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마지막 한 톨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