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커피만 마시는 요새다.
하루에 최소 2-3잔씩 마시던 저가커피 아아를 안 사마신지 꽤 됐다.
새로 산 원두가 나한테 잘 맞아서 다행이다.
큰 고심하지 않고 사버린 원두인데 그 덕분에 더 이상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배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있는데, 고작 5개월을 보냈던 미국이 자꾸 떠오른다.
그래서 중간에 멈추고 글을 쓴다.
오늘은 전시회라도 보러갈까 싶었지만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두번째 커피를 마시는 순간부터 그럴 마음은 싹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조금있다가 또 마음이 바뀌어서 혼자 나갈수도 있다.
한 3-4일째 다이어트를 진행하고 있다. 배가 조금 줄어든게 느껴진다.
어제는 숙주나물, 알배추를 아주 많이 먹었고 소고기도 먹었다.
이제 딱 7일 남았다. 나의 자유시간.
누군가라면 혼자서 여행도 충분히 다녀올법한 자유시간인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국에 있을때 잘은 생각나지 않아도 정말 많은 사유를 했던 것 같다.
지나간 연애, 현재 진행형인 연애, 그리고 나의 미래.
그 모든 것을 기록해둔 노트는 이제 없다. 친정에 있다가 이제 모두 처분되버린 것이다.
사실 그걸 다 갖고 올 정도의 애정도 없었다.
20대에 나는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 insecurity라는 단어가 정확하게 그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다.
항상 지인에게 외로움과 공허감을 호소했고 그 모든게 29살에 남편을 만나면서 종료됐다.
그 후로는 정말 간혹가다 공허감을 누군가에게 말했을 뿐, 항상 그 감정을 동반하며 살아가진 않았다.
미국에서도 외로웠다. 그런데 그 외로움이 나를 강인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5개월간의 미국 생활 이후, 집에 돌아왔을때 바뀐게 아무것도 없는 고루한 현실이 나를 미치도록 좀 먹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음에 대해 지리멸렬함을 자주 느껴버렸고 그 와중에도 미래를 위해 서울을 오가며, 그리고 언젠간 마주할 미래의 남편을 그리며, 과거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애써 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갔다.
누군가 자주하는 질문인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거냐는 질문에 나는 여전히 단연코 'no'라고 외칠것이다.
그만큼 고통스러웠다.
지금은 미래의 사랑에 대해서도, 미래의 직업에 대해서도 꿈을 꿀게 전혀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나는 이미 누군가와 자리를 잡은지 5년째다. 결혼이란 것을 30살에 해버렸고 이미 직장생활을 한지 햇수로는 8년차다.
20대의 공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정말 큰 안도감을 주지만,
가끔은 무언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던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는 바라볼 무언가가 있었고 나아갈 방향이 있었기에 현실에 안주하려고 할때마다 매번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니다.
이렇게 한국에서 사는게 싫었다면, 나 혼자라도 빨리 이민을 계획했어야할까?
패스트 라이브즈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은 부모님 덕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혼자서 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무언가 원하는게 있으면 그렇게 했어야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질 못했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했더라면 지금은 무언가가 되어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모든 것에 실패해서 한국에 돌아와 있을수도 있고, 정말 잘되서 정착하여 살아갈 수도 있고.
아직은 젊으니까 지금이라도 모든것을 벗어던지고 그곳에 갈 수도 있을 것이고.
그토록 원하는 박사 학위도 미국에서 해볼 수 있을텐데, 이번에도 난 그러질 못한다.
여기에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게 있지도 않은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어서 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