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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Oct 22. 2021

남의 불행으로 나의 행복을 만들 수 있을까?

나만의 절대적 행복을 찾아

우리는 가끔 남의 불행을 재료로 삼아 자신의 행복을 만들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이야기를 굳이 찾아내 안타까워하며 나는 아직 평지에 서 있다고 안심하는 모양새랄까. 내 처지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나보다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손쉽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수단이 되어준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우리나라의 대표 포털 사이트에 <미즈넷>이라는 여성 커뮤니티가 있었다. 그곳에 <미즈토크>라는 코너는 자기가 겪은 열 받은 사연을 올려 하소연하는 일종의 속풀이 방이었다. 결혼생활부터 해서 고부간, 가족 간의 갈등 같은 일상다반사가 펼쳐졌다. 


그런데 이게 말 그대로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배우자에 아이까지 두고 다른 사람과 정분 난 이야기, 기가 막혀 뒤로 꼴딱 넘어갈 꼴불견 시댁, 진짜 가족 간에 일어난 일일까 싶은 사건들이 주르륵 펼쳐졌다. 댓글에는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상스러운 단어가 오가는가 하면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는 둥 친절한 오지랖도 얹어 있었다. 


미국에서 유학생 와이프의 신분으로 살 때 나는 그곳을 내 집 드나들 듯했었다. 영어공부도 하고 글도 써야지 하는 계획들을 다 뒤로 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스마트폰을 쥐고 미즈토크의 글들을 섭렵하여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일일드라마를 보듯 아주 꼼꼼히 봤다. 휴대폰을 접으며 늘 생각했다. 어휴 다행이다. 내 삶은 저 정도는 아니잖아? 


읽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치밀 때가 있었지만 발길을 끊지는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렇다. 나는 내 행복을 위해 그곳에 갔었다.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시댁 이야기에 나는 시부모님이 안 계시니(시부모님은 내가 남편을 만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그런 일은 당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잘못해 놓고 적반하장인 남자들 이야기를 읽다가는 그래도 착실하게 공부하는 남편이 있어 좋았다. 미국으로 떠나느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전업주부가 되어 육아를 전담하는 게 힘들었던 현실에서 미즈토크는 나에게 위로이자 안도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겁하고 쩨쩨하게 만들어진 행복은 뿌리가 약할 수밖에 없다. 조그만 바람에도 '쉬익' 하고 금세 날아간다. 날마다 남의 불행을 채워 주지 않으면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하다는 느낌이 사실은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체를 아는 순간 주저앉고 만다. 


남의 불행은 결코 우리 행복의 밑거름이 될 수 없다.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나만의 절대적 행복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 다른 이들의 고통으로 그걸 덮어버리면 진짜 행복으로 가는 길을 놓칠지도 모른다. 나도 그걸 못해서 참 먼 길을 돌아왔다.     



* 나만의 절대적 행복을 위해 길을 떠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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