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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Oct 30. 2023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에 열광하는 이유


소비와 소유 대신 물건을 갖지 않음으로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이들이다. 


"에이, 그렇다고 열광이라고 하는 건 오버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중에 출간되어 있는 관련 책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아니라 믿는다. 내가 속해 있는 미니멀리즘 관련 카페에는 매일 몇 백개의 새 글을 쏟아진다. 칼럼 게시판은 조회수가 몇 천이다. 브런치만 하더라도 그것에 관한 글이 메인에 자주 뜨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12년 경 일본과 미국의 미니멀리스트가 쓴 책이 소개되면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열기는 뜨겁다. 이쯤 되면 떴다가 질 트렌드가 아니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미니멀리즘이란 단순함에서 우러나는 미를 추구하는 철학 혹은 예술 형식에서 시작되었다. 미술, 음악, 디자인, 건축 양식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품에도 적용된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의 아이폰이 대표적인 예다. 간소한 디자인, 심플한 기능 등으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것이 이제 삶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깔끔한 집정리를 넘어 일이나 인간관계 등에서도 미니멀리즘을 하려 한다. 소비가 미덕이 되어 버린 시대, 소유하고 있는 물건(아파트나 차 등)이 주인을 대표하는 시대에 왜  일부 사람들은 미니멀 라이프에 열광하는 것일까. 내가 미니멀리스트 되기를 선언한 뒤 겪고 느낀 것을 종합해 볼 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삶"


예전엔 가진 물건이 어디에 박힌 지도, 얼마나 많은지도 모른 채 살았다.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짐을 줄이고 정돈하면서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이는 당연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집에 있는 건 확실한 데도) 못 찾아 또 사곤 한다. 꽉 차지 않아 부드럽게 열리는 서랍, 한눈에 보이는 수납장, 고작 이런 것들이 삶을 뜻대로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스스로 통제가 가능한 삶이 더 빛나는 이유는 대개 우리의 현실이 계획했던 것처럼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전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짜증 나.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잘 될 줄 알았는데 안 되고, 이해한 줄 알았는데 이해불가.  


늘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가짓수도 그렇지만 양 자체가 한도초과라 초 단위로 계획을 짜도 실천은 쉽지 않았다. 조금만 농땡이를 쳐도 해야 할 일이 잔뜩 쌓여 숨을 조여 왔다. 그런데 옆을 보니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다들 그러고 사는데 뭐, 불평할 시간조차 없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나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물건에 지배당하지 않고 통제할 수 있게 되니까 일이나 인간 관계도 줄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 삶 전체를 내 뜻대로 관리하고 싶어졌다. 어차피 전부를 다 잘할 수 없는 노릇이니 종류라도 줄이는 게 답이라 생각했다. 물건이든 일이든 주도권을 나에게 돌리는 것, 그것이 내가 찾은 미니멀 라이프다. 


"늦게 가도 괜찮아. 가장 중요한 게 뭔지 고민해."


미니멀리즘 실천의 길에 자주 이 주문이 들렸다. 나에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뭘까, 진짜 내가 원하는 건 뭘까. 가끔 눈앞의 이익이 보이는 일이 있다. 저것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조금 다르더라도 경제적 이익이 확실해 보이니 그 길로 뛰어들어야 할 것 같았다. 불안했고 조급했다. 예전의 나는 그랬다. 


지금은 아니다. 흔들림이 줄었다.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따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건강이다. 자기 계발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지만 모두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 


내게는 루푸스라는 지병이 있다. 완치가 없는 병이다. 한동안 약을 끊었는데 의사가 다시 복용을 권했다. 건강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하루에 7시간은 자려 노력한다. 매일 산책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 참 짧다. 건강을 지키려 노력하며 경제적 이익이 안 보여도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나는 간다.   


몇 해 전 KBS 취재파일에서 전미영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핍을 크게 경험했던 세대들은 물질을 많이 소유해야 안정감을 받았는데, 지금 젊은 세대들은 결핍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주는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의 발언처럼 소유하거나 소비하는 게 결과적으로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다. 꿈이나 야망도 너무 크면 현실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물건을 산 것이, 꿈을 크게 가진 것이 정말 자신의 뜻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삶이 복잡하고 경쟁이 심해질수록 결이 다른 삶에 대한 욕구는 커질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길을 찾기 때문이다. 복잡함에서 길을 잃었다면 단순함으로 가야 한다. 적게 가져도 풍족하며 남의 시선 신경 안 쓰고 내가 소유한 물건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은 마음. 미니멀 라이프를 향한 인기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거라 예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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