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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Nov 07. 2023

비싼 거 샀다고 미니멀리스트를
욕한다고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다른 미니멀리스트의 책을 자주 읽는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글은 흥미롭다. 그들의 가치관을 접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거나 내가 몰랐던 정리 정돈법을 배우기도 한다. 가끔 내가 읽은 책을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느꼈는지가 궁금해 일부러 찾아볼 때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책에 관해 쓴 리뷰를 읽게 되었다. 


평점을 낮게 주며 하는 말이, 책의 내용과 글쓴이의 실생활이 달라 실망했다는 것이다. 해당 저자의 블로그에 가봤더니 주방에 고가의 가전제품을 들여놓고 사는 게 그 이유였다. 마치 '한 입 갖고 두 말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써놓은 글을 보고 나는 기겁하고 말았다. 


이 리뷰를 쓴 사람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미니멀리스트란 아무것도 갖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청렴결백하게 절약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었을까? 난데없이 전개되는 리뷰에 내가 저자도 아니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행복의 기준이나 추구하는 방법이 수만 가지듯, 미니멀 라이프를 향하는 기준이나 방법도 여러 가지다. 그저 깔끔한 인테리어가 좋아 눈에 보이는 것을 줄이고자 시작한 사람도 있을 테고 그것을 삶 전체에 적용시켜 불필요한 일들을 걷어내고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이들도 있다. 내 경우에는 후자에 속한다. 


싼 것을 여러 개 사놓고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비싸고 좋은 제품을 딱 하나 사서 오래 쓰는 것이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을 만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미니멀 라이프의 기준이 가진 물건이 싸냐 비싸냐로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몇 해 전 한 기사에서 기초수급자인 아이가 누나와 함께 비싼 음식점에서 돈가스를 시켜 먹었는데 그걸 본 어떤 사람이 사회복지센터에 항의전화를 한 사건을 읽은 적이 있다. 일반 분식집에서 먹어도 될 것을 굳이 좋은 데 가서 분위기까지 내는 것을 보고 기분이 잡쳤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식당 주인은 종종 돈을 받지 않고도 돈가스를 아이들에게 줬다고 한다.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밀며 가난하면 가난한 사람다워야 한다는, 미니멀리스트라면 그에 합당해야 한다는 편협한 프레임.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색안경을 쓰고 수군대는 (극소수일지라도)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 까닭에 미니멀 라이프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글을 더 자주 쓰면 좋겠다. 그 안에 자신만의 철학 - 각자가 생각하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정의를 내려본다면 더욱 좋을 듯하다. 얼마나 다양한 방식과 실천방법이 존재하는지 여러 사람에게 알린다면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리뷰를 쓰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을까? 가구 하나 없는 방에서 숟가락 하나, 접시 하나 들고 하는 것만이 미니멀 라이프라 생각했더라면 나 역시 엄두가 안 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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