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고 나면 후기가 엄청 궁금해요. 독자들은 내 책을 어떻게 읽어줬을까? 재밌었을까? 별론가? 궁금한 마음이 단순한 호기심은 아닌 것 같아요. 떨리는 마음이에요.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옷을 홀딱 벗고 광장에 선 기분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듣는 건 좀 아찔한 면이 있어요. 그래도 작가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라 생각하며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꼭꼭 씹어 소화하려고 합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후기를 찾아다녔어요. 밀리의 서재에는 짧게 한 줄 후기를 남길 수도 있고 길게 독서 노트를 작성할 수 있어요.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려주시는 분도 있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봤고요. 북리뷰뿐 아니라 제가 쓴 책 속 문장으로 필사를 하는 분도 보게 되었지요.
지난주에 '한 줄 후기'가 갑자기 늘어난 사건(?)이 있었어요. 밀리의 서재 첫 화면에 제 책이 떴거든요. 무려 <오늘 읽어야 할 단 한 권> 코너에 소개가 되었지요. 단 하루였는데도 파급효과가 컸어요. 1월 9일 출간 후 2주 동안 약 4,000명의 독자가 제 책을 '내 서재에 담기'를 해놨는데, 첫 화면에 소개되고 나니까 하루 사이에 3,000개 이상 늘더라고요.
그러더니 다음날 밀리의 서재 전체 랭킹 1위를 했지 뭐예요. 하룻밤 꿈같은 약발이라 순위는 계속 떨어지겠지만 유명한 베스트셀러 사이에 저의 책이 보인다는 게 감격스러워 얼른 화면 캡처를 해두었어요. 읽는 사람이 늘어나자 리뷰의 숫자도 팍팍 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 책이 별로라는 평가도 달리더라고요.
먼저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후기부터 보여드릴게요.
* 마지막장을 덮으며 갑자기 울컥하네요. 어떻게 소비를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 유쾌함에 이끌려 읽었는데 책을 덮을 때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재밌고 공감 가는 이야기.
* 겸손, 따뜻, 다정, 솔직한 느낌의 글.
* 경쾌하지만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웃다가도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책장 쉽게 넘어가라고 유쾌하게 썼지만 독자들에게 제가 던진 메시지는 묵직하게 가닿길 바랐어요. 우리 시대의 소비와 소유를 돌아보자는 메시지요. 무작정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읽고 나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을 쓰고 싶었달까요. 그래서 이런 후기를 읽으니까 얼마나 힘이 나고 뿌듯했는지 몰라요.
다음은 제 기분을 아래로 잡아당긴 후기들이에요.
* 비유가 사족. 그냥 담백했더라면.
* 발랄하다 못해 튀는 문체가 조금 거슬렸다.
* 유쾌하고 즐겁지만 실용적이진 않다.
대단한 악평은 아니었는데도 읽는 순간 힘이 빠지더라고요. 그렇지만 이해가 되었어요. 저는 제 글이 어떤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글 쓸 때 비유하기를 즐겨요. 관용적인 표현 대신 새롭고 참신한 직유와 은유를 위해 늘 연구해요. 또 말맛을 살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글자가 주는 운율을 챙기는 편이에요. 제목을 정할 때도 글자수와 리듬에 집착하는 편이고요. 그래서 제 글은 "통통 튄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어요. 아마 그 부분이 몇몇 독자들에게는 지나치다고 느껴졌나 봐요.
여러분도 출간하고 나면 다양한 후기나 독후감을 접하게 되실 거예요. 좋은 내용도 많겠지만 심장 부들부들 떨리는 악평을 만날 수도 있어요.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그 독자를 찾아가 한판 토론이라도 벌여야 할까요? 제가 추천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악평을 받아들이는 작가의 자세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만약 제 책에 누군가 "발로 써도 이 책보다는 잘 쓰겠다!"라는 한 줄 후기를 남겼다고 해봐요. 그건 비난일까요, 비판일까요. 네, 의미 없는 비난이죠. 만약 그 책이 왜 해당 독자의 발솜씨보다 별로인지 논리적인 근거를 대거나 어느 부분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라도 밝힌다면 달라지겠죠.
내용 없는 비난은 그냥 무시하셔요 해요. 까대고 싶어 안달 난 독자까지 신경 쓰기엔 우리의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그러니 속으로 이 한마디만 하고 눈 딱 감고 지나가세요. "썩을 놈."
제가 받았던 후기를 살펴보면 "불필요한 비유가 많고 문체가 튀어서 거슬린다"라고 했어요. 독자가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죠. 이때에는 그 내용을 받아들여 다음 책에 반영할지, 무시할지 결정하시면 되어요. 1) 내 글에 비유가 과도하니 줄여야겠구나, 2) 비유는 나의 힘! 계속 쓸 테다 -> 둘 중 하나 골라잡으면 된다는 뜻이죠. 저는 2번입니다만.
저는 계속 비유가 찰떡같은, 비유가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그런 글을 좋아하니까요. 다만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진 않는지 퇴고할 때마다 돌아볼 작정이에요.
양희은 님의 책 제목이기도 하죠. <그럴 수 있어>. 저는 이것이 역지사지를 드러낸 깔끔한 다섯 글자라 생각해요.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면 사실 그럴 수 있는 일이 많아요. 독자는 저를 모르잖아요. 독자의 성향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하고요. 제 책을 안 좋아할 수 있어요. 모두가 사랑하는 글을 쓸 줄 아는 인기 작가라 해도 초보 시절엔 안 그랬을 거예요. 우리는 초보 작가니까 어떤 악평이든 받을 수 있어요.
<미움받을 용기>라는 스테디셀러 들어보셨어요?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미움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해요.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한 명은 반드시 나를 비판하고 둘은 호의적이며 일곱은 큰 관심도 없다고도 하죠. 이걸 독자에게 대입해 보면 한 명은 악평을 남기고 두 명은 호평을 남기고 일곱은 후기조차 안 남긴다고도 볼 수 있어요. 악평을 남기는 사람의 비율은 이것(열 명 중 한 명) 보다 많지 않을 거예요.
개성 있는 문체는 그 작가의 정체성이기도 해요. 아마 제가 책을 여러 권 내게 되면 저는 비유가 많은 작가, 통통 튀는 문체의 작가가 되어 있을지 모르죠. 작가의 문체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는 독자의 취향이에요. 그런 분들은 한번 악평 달고 나면 앞으로 제 책을 선택하지 않겠죠. 그뿐이에요. 그럴 수 있어요.
한 2년 전쯤에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칼럼 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글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사람 생각이 글 한 편 읽는다고 쉽게 바뀌진 않습니다."
그러니 쓰는 사람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게 쓰기만 해도 괜찮다고요. 내가 글을 쓴 의도와 독자가 그걸 읽고 느낀 의도 간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것이 실력을 쌓는 일이라고요.
"내 말은 그게 아니고."
"그런 뜻으로 쓴 게 아니라니까?"
"내가 왜 그렇게 비유를 많이 썼냐 하면"
이런 변명을 하지 않도록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가장 알맞은 단어를 찾고, 문장 배열을 가다듬고, 적절한 예시를 들어주고, 나와 다른 남의 입장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일. 그걸 위해 노력하는 일이 작가의 일 아니겠습니까. 설령 문체가 독자의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면 좀 예쁘게 봐주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악평에 좌절하기보다는 이렇게 마음을 품는 거죠. "내 더 좋은 책을 써서 보란 듯이 복수하겠다! 이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사극을 보는 중이라 말투가... ^^) 악평을 단 독자에게 끗발 좋은 다음 책을 출간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큼 멋진 복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상으로 악평을 대하는 작가의 마음가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쉽지 않을 수 있어요. 기분 나쁘고 화가 나고 어쩌면 창피하거나 슬플 수도 있어요. 책을 내려면 이까짓 거! 무서워 말고 우리 용기를 내보십시다.
다음 글부터는 출간 기획서를 까이고 난 뒤에 배운 점을 필두로 하여 그래서 기획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풀어나가겠습니다. 브런치북 <초보 작가의 출간 투쟁기>의 구독버튼 누르고 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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