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글음 Jan 26. 2024

출간 후 홍보하며 깨달은 점

책 홍보가 기가 막혀

식당 앞에서 춤추는 풍선 인형을 떠올려 보자. 한쪽에서는 윙- 하는 시끄러운 기계음이 들리고 공기가 주입되는 리듬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오라 오라 손짓하는 그 인형. 가슴팍에는 식당 이름을 새기고 때론 허리를 숙였다 일어섰다 숙였다 일어섰다 반복하는 인형.


나는 그런 인형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첫 단독저서인 종이책을 냈을 때도 그렇고 이번 밀리 오리지널 전자책을 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겨 내가 책을 냈음을 홍보할 마음의(사실은 마음만!) 준비가 되어 있었다.


출간 첫날엔 여기저기 내가 활동하던 모든 매체와 SNS를 동원하여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라는 책의 존재를 알렸다. '밀리의 서재'에서만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기에 조금 편하게 생각했던 것도 같다. 책을 사달라는 게 아니라 구독하는 회원에 한해서만 클릭해 달라고 부탁하는 거니까.


내가 현재 활동하는 곳은 페이스북 (페친 540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2,564명), 스레드 (팔로워 663명), 네이버 블로그 (이웃 197명) 그리고 이곳 브런치 (구독자 2,098명)다.


이렇게 펼쳐놓고 보면 뭔가 되게 많아 보이지만 사실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는 손을 놓은 지 오래됐고 스레드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곳이다. 그나마 꾸준히 하는 게 페이스북과 브런치다. 그리고 각종 카톡방이 있다.


이쯤에서 이 글의 두 번째 단락 중 세 번째 문장을 다시 가져와보자.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겨 내가 책을 냈음을 홍보할 마음의(사실은 마음만!) 준비가 되어 있었다. 괄호 안이 핵심이다. 그렇다. 마음만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출간일이 다가오길 기다렸고 이틀 동안 여기저기 출간 소식을 알리고 났더니 더 이상 할 게 없다. 그때서야 부랴부랴 홍보 기획을 짰으나 막상 실행하려고 보니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했을 때처럼 인스타그램에 카드뉴스 올리고 광고를 돌려봐? 광고 효과 있었나? 없었지. 그럼 왜 해? 하지 말자. 아니면 책 속 문구를 하나씩 뽑아서 나의 인사이트를 전달해? 누구에게? 내 인친에게? 그들이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있대? 나야 모르지. 노력 대비 노출이 안될 것 같아. 하지 말자. 잠깐만.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 없어도 내 책을 볼 수 있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 어떻게 알릴 건데? 그러니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오고 간 끝에 나는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타깃 독자를 미리 찾자


홍보가 다수의 대중에게 대고 소리치는 거긴 하지만 이왕 소리칠 거면 책의 주요 타깃 독자층이 모여 있는 곳에 대고 해야 효과가 있다는, 다소 기본에 가까운 내용을 절실하게 느꼈다. 출간할 때는 분명 타깃을 정하고 글의 방향도 거기에 맞춰 쓴다. 그런데 냈다고 불특정 다수에게 외치는 건 감정과 체력 소모가 너무 크다. 이왕이면 내 책이 있다는 것을 귓속말로 알려주기만 해도 두 눈을 크게 떠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홍보를 하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미니멀 라이프의 도전기를 다룬 내 책의 경우라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커뮤니티라든가 정리정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알리면 좋을 것이다. 나 역시 타인의 도전에 관심이 많았으니까. 문제는 그런 곳에 발을 들여놓는 걸 출간 후에 하면 늦다는 점이다. 책 냈다고 갑자기 새로운 곳에 찾아다니며 홍보를 하려는 건 전집이나 화장품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여 판매하려는 옛 시절 판매사원의 방식이나 다름없다.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출간을 준비 중이신 분들이 원고를 쓰면서도 틈틈이 책 내용과 연결되는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거나 인스타그램 운영도 그런 방향으로 맞춰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육아책을 쓸 생각이라면 맘카페에 글을 올리고 하며 존재감을 쌓는다거나 자신의 SNS에 아이 사진 올리며 애 키우기의 기쁨과 슬픔을 미리미리 포진시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소통하면 좋다. 그러다가 "저 육아책 냈어요~!" 하면 이미 예비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닌가.  


인스타그램에서 나는 글 쓰는 사람, 작가로 포지셔닝을 해 놓았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는 한두 번만 살짝 언급했을 뿐 관련 콘텐츠가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그런 책을 냈다고 올리려니 어찌나 화끈거리던지. 다른 작가님들은 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중의 박수를 짝짝짝


두 번째로 깨달은 점은 내 몸은 하나요,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운영하는 SNS가 많고 글을 올리는 곳이 다양해도 모든 곳에 홍보를 하기란 힘든 일이다. 본업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여러 곳 중 어디에 힘을 줄지 집중할 곳을 정하는 게 좋다. 다 하려다가 하나도 못할 수도. 그래서 내가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곳이 브런치다.


오랜만에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려다가 뭐가 많이 달라져서 당황했다. 그 많던 카드뉴스는 다 어디로 사라지고 전문가 뺨치는 수준의 릴스(짧은 동영상)가 넘실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책 이미지 들고 풍선 인형처럼 춤을 춰야 하나? 고민했지만 엄두가 안나 포기했다. 그나마 나에게는 글을 쓰는 게 가장 적합한 방법임을 깨닫고 이렇게 출간 홍보 투쟁기를 올리는 것이다.

   



언젠가는 책만 내고 홍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작가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독자들이 눈 빠지게 기다렸다가 예약 판매만으로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대만, 일본, 태국 등의 나라에 판권이 수출되고, 출판사는 차기작을 내놓으라고 독촉을 하고 나는 아직 영감이 오다 말았다고 손사래를 치고 ㅎㅎㅎ


아, 쿠쿠가 맛있는 백미밥을 완성했으니 잘 저어주란다. 저녁 차려야겠다.




이번에 출간한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는 지난 1년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겪은 좌충우돌의 경험담과 우리 시대의 소유와 소비에 대해 깨달은 점을 기록한 책입니다.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책 소개를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illie.page.link/Hxrk3


이전 05화 에세이 책 제목은 도대체 어떻게 지어야 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