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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Jan 24. 2024

에세이 책 제목은 도대체 어떻게 지어야 할까

매력적인 책 제목 짓는 요령

글쓰기는 예술에 가깝지만 책은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 말은 결국 책이 되려면 가장 중요하게는 독자들이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하고 그것을 독자에게든 출판사에게든 어필을 해서 잘 팔리게끔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것관문이 바로 제목이고요. 


근데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누구나 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같은 멋진 제목을 지을 수는 없잖아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확! 끌어당길만한 제목을 지을 수 있을까 옛날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책뿐만 아니라 브런치에 올리는 글도 제목은 중요하니까요. 


이 글에서는 제가 찾은 에세이 책 제목을 짓는 몇 가지 방법을 전하려 해요. 그전에 이번 출간과정에서 제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부터 풀어볼게요. 


가제가 노래하는 곳


지난 1월 9일 출간된 저의 책 제목은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에요. 밀리로드에 연재할 당시 제가 지은 제목은 『큰 집으로 갈 수 없어 미니멀 라이프』였고요. 저는 제가 지은 제목이 마음에 들었어요. 크고 좋은 집에 가고 싶지만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의 욕망을 잘 파고들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3차 교정이 마무리될 무렵, 밀리의 서재 담당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작가님, 더 좋은 제목을 고민해 봅시다."


이미 저에게는 제가 지은 제목이 가장 좋은데 더 좋은 거라뇨? 멘붕이었어요. 그래도 어쩝니까. 초보 작가가 일단 하는 데까진 해봐야죠. 앞의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보다는 책을 많이 내본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었거든요. 이미 같은 글을 읽고 또 읽느라 멈춘 머리를 다시 한번 쥐어짜기 시작했어요.  


온라인 서점 베스트 코너를 뒤적이며 단어만 바꿔보기도 하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며 30개 정도의 제목을 뽑아 봤어요. 그중에 8개가량을 추려 주변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지요. 이 작업을 3차례 반복합니다. 그렇게 나온 것 중 3개를 골라 밀리의 서재에 보냈고 그쪽에서도 출판기획팀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된 게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랍니다. 


중요한 건 최종결정을 하는 건 작가의 영역이라는 거예요. 책 출간을 꿈꾸신다면 틈틈이 글 하나를 쓸 때도 제목을 이렇게도 달아보고 저렇게도 달아보며 연습을 해보셔야 해요. 저 역시 카피라이팅 관련 책을 읽으며 계속 노력 중이고요. 


결론적으로는 출간된 제목이 낫더라고요. 제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걸 갖고 있으니 불필요한 짐을 줄여 자신의 삶에 충실하자" 뭐 이런 거였는데 그거에 더 합당하기도 했고요. 후기를 읽다 보니 책 제목이 던진 질문에 답을 하며 시작하는 글도 많더라고요.


"그러게요, 우리 집에 있는 이 짐들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요" 이러면서요.  


구체적으로, 유머를 담아, 긍정적으로 


에세이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책 사게 지갑을 열게 하려면) 구체적인 게 좋다고 생각해요. 독서가 취미인 저는 그런 책에 손이 가거든요. 관념적이거나 포괄적인 제목 말고 일상에서 느꼈던 에피소드나 특정한 상황이 담긴 생각들을 툭 꺼내 보여주는 그런 책이요. 제가 공부하면서 "우와, 제목 좋다"라고 생각했던 책들이 있어요.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 강빈맘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 이슬아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돈은 좋지만 재테크는 겁나는 너에게』 - 뽕글이

『나는 너랑 노는 게 제일 좋아』 - 하태완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 김재식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 박여름


어쩐지 내 이야기 같고, 나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있을 것 같고, 읽기만 해도 해방감이 몰려올 것 같은 제목이라 생각했어요. 책 쓰기 아카데미라는 수업을 들을 때 이런 말을 들었어요. 책의 제목은 부정적으로 짓지 않는다고요. 요새 기후 위기 관련된 책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지만 최소 에세이 책 제목을 정할 때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것보다는 긍정적이고 웃음이 피어나는 제목이 저도 끌리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큰집으로 갈 수 없어서 미니멀 라이프』는 좋은 제목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지인 중 몇 명이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미니멀리즘 같다, 안타까워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였거든요. 큰집으로 못 간 저의 (불쌍한?) 상황이 팩트라 해도 고객들에게 전달할 때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저는 요새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란 책을 매우 읽어보고 싶어요. 근데 전자책으로 안 나와서 때를 기다리고 있지요. 제목과 저자만 봐도 웃음이 터집니다. 유머가 담긴 글이나 제목이 딱 제 취향이거든요. 피식 웃으면서도 뭐지? 하고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는 거 같아요. 유머러스한 글을 쓰고 제목을 짓는 건 차원이 높은 작업이라 쉽게 따라 하기가 어렵지만요. 


온라인 서점 베스트 코너를 둘러보셔도 좋고 오프라인으로 찾아가는 큰 책방 혹은 독립 서점 같은 곳에 가셔서 제목탐방을 자주 해보세요.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글 보는 눈이 생기고 쓰는 힘도 길러지듯 많이 팔리는 책의 제목을 자주 봐야 감이 생기죠.  


브레인스토밍으로 아무 말 대잔치를 해보자


위의 기준을 떠올리며 일단 최대한 많은 후보군을 만들어 보시면 좋겠어요. 제가 했던 것처럼 다른 책 보면서 표절(?)도 해보시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 같지도 않은 생각도 자판을 두드려 적어 보세요. 말장난, 언어유희의 과정을 거치다가 우연히 괜찮은 제목이 나오기도 하니까 주변 지인들에게도 부탁하여 아무 제목이나 입 밖으로 꺼내 보라고 하세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한 번은 11명의 저자와 공동으로 책을 낸 적이 있었는데요, 자신에게 칭찬을 하며 자존감을 올리는 엄마들의 이야기였어요. 그땐 각자가 3-40개씩 제목을 뽑아와 총 400개가 넘는 가제가 줄을 서기도 했지요. 하나씩 쳐내가며 몇 개를 추려냈고 출판사의 최종의견을 받아들여 『나는 나를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이 되었답니다.   


제가 지인들을 괴롭히며 카톡으로 몇 차례 설문을 했다고 했잖아요? 제목의 후보군들 중 어느 하나로 몰리면 정하기가 쉬운데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각자의 취향이 다르니 몇 개가 골고루 나왔어요. 그래도 이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아, 몇몇 개는 절대 아닌가 보구나. 그러니까 지인 찬스는 제목을 선정할 때도 좋지만 절대 고르면 안 될 제목을 가려낼 때도 유용하답니다. 


출판사와 함께 하는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괴롭히세요. 어느 제목이 와닿는지 물어보고 의견을 들어보고 그게 타당한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하나를 결정하면 됩니다. 근데... 결정해도 마음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예요. 어쩐지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내 글에 딱 맞는 더 좋은 제목이 숨어 있을 것만 같거든요. 


첫 번째 단독저서였던 『종이 접기처럼 살고 싶어서』도 제목 때문에 망한 건 아닐까 오래 생각했어요. 그러면 뭐 합니까. 출간은 되었고 독자들은 외면했는걸요. 대신 그 제목이 왜 안 좋았는지 분석해 보는 건 좋아요. 책 한 권 내고 끝낼 게 아니라면 다음 출간에 도움이 될 테니까요. 어찌 되었든 일단 책 제목이 정해졌다면 미련을 버리셔야 합니다!  


챗GPT, 구글 바드 - AI의 도움을 받아보자


브레인스토밍하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으면 AI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인류가 편리하게 쓰라고 만들어진 AI이니 우리는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번 출간에서는 덕을 못 봤지만 앞으로 저는 책이나 글의 제목을 지을 때 종종 활용할 것 같아요. 


챗GPT는 현재 4.0 버전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3.5보다 얘가 더 똑똑해요. 저는 남편 계정이 있어서 유료로 사용 중(월 $20)인데요, 인터넷에서 "챗GPT 4 무료로 사용하는 법"을 검색하시면 많이 나와요. 프롬프트 메시지를 쓰실 때는(일을 시킬 때는)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쓰셔야 해요. 그래야 잘 뽑아주더라고요. 한번 예를 들어볼게요. 


프롬프트: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경험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은 책 제목을 구체적인 상황이 들어가게 만들어 줘.  


결과: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은 책에 어울리는 제목으로는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들을 제안드립니다: 

 

* 가벼워진 삶, 가득 찬 웃음: 미니멀 라이프 에피소드

* 짐을 줄이고 웃음을 더하다: 미니멀 라이프의 즐거운 순간들

* 적게 소유하고 많이 웃기: 미니멀 라이프 에세이

* 나만의 미니멀리즘: 삶을 가볍게 만든 유쾌한 순간

클로젯에서 캠핑카까지: 미니멀 라이프의 유쾌한 모험

* 한 물건 덜어내고 한 웃음 더하기: 미니멀리스트의 흥미진진한 일상

* 작은 집, 큰 행복: 미니멀리즘과 함께한 나의 여정

* 매일 버리기, 매일 웃기: 미니멀 라이프의 즐거운 실험

*소파를 팔고 소풍을 가다: 미니멀리스트의 소소한 모험기

* 컵 하나, 이야기 하나: 미니멀 라이프의 따뜻한 순간들


이런 제목들은 미니멀 라이프의 철학과 일상에서의 소소한 재미를 잘 반영하고, 독자들에게 긍정적이고 유쾌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멋지게 뽑아 줍니다. 프롬프트 메시지를 조금씩 변형하면 수많은 가제들이 생길 겁니다. 이 제목들도 후보군에 올리는 거죠. 그걸 토대로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을 찾아나가는 거죠. 혼자서 생각하기보다는 이런 AI 친구와 함께 하면 든든하지 않겠어요? (참고로 이 브런치 글의 배경 이미지도 챗GPT로 달리 AI를 이용해 만든 거랍니다.)


구글 바드는 작년에 출시된 생성형 AI 챗봇 사이트랍니다. 여기서도 책 제목을 의뢰해 봤는데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제목을 알려주더라고요. 예시를 보여드리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지금까지도 너무 길어서) 두 곳의 링크를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챗GPT

https://chat.openai.com


구글 바드

https://bard.google.com


지금까지 글쓰기보다 더 고된 제목 짓기의 과정을 보여드렸어요. 독자는 매우 다양하고 사람마다 감동하는 방식이 다르니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제목을 정하는 건 불가능할지 몰라요. 출간 후 저처럼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몰라요. 이제 글이 하나의 생존방식이 된 지금 시대에 조금이라도 나를 알리고 어필하려면 별 수 있나요. 계속 노력해야죠. 저도 그럴게요. 같이 하시죠. ^^ 




이번에 출간한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는 지난 1년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겪은 좌충우돌의 경험담과 우리 시대의 소유와 소비에 대해 깨달은 점을 기록한 책입니다.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책 소개를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illie.page.link/Hx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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