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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Jan 19. 2024

출판사에서 꼭 기획 출간을 해보고 싶었던 이유

출판사에서 꼭 한 번은 종이책을 내보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기획 출간을 해보고 싶었다는 뜻이다. 요즘은 1인 출판사를 차려서 책을 내기도 하고 브런치북을 묶어 부크크를 통해 주문제작형태인 POD 출간가능하다. 제작비를 저자가 지불하는 자비출판도 있고 전자책을 만들어 전문 사이트에서 수도 있다. 그런데 번은 출판사가 나의 출간 기획서를 받아들여줘서 출간을 해봤으면 했다. 


여러 이유 중 가장 큰 건 "과연 나의 기획이 맞는 것일까"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력을 자르듯 잘라버리고 한국을 떠났다. 해외에 오래 살다 보니 내가 가장 약한 부분이 트렌드를 읽는 거라는 깨달았다. 여러 사람이 말했다. 초보 작가는 일단 독자가 원하는 걸 써야 한다고. 나도 이론은 안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사실 알고 보면 나도 독자인데 말이다.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수시로 드나들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의 글을 읽을 때도 그것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어떤 글을 소비할까? 뭐에 관심 있을까? 제목은 이런 게 유행이구나하지만 영국과 한국 물리적인 거리에서 오는 한계가 있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나도 나를 믿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 글에서만큼은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써놓고 보면 퇴고할 때의 수고로움이 떠올라서 그런지 다 잘 쓴 것 같다. 기획도 이렇게 멋진 기획이 없다. 혹시 감이 떨어진 나만의 프레임에 갇혀 혼자 히죽히죽 웃고 앉아 있는 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출판사의 문턱을 넘었다? 그건 일단 어느 정도 시장성의 기준을 통과했다는 신호라 생각했다. 책을 써서 예술할 마음은 없다. 책을 팔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요즘 세상에 웬만해서는 책 써서 인세 받아 부~자 되는 게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걸 안다. 그래도 내 글에 투자를 해주는 출판사에 손해가 가면 안 되니까, 작가로서 한 명의 독자라도 더 얻어 내 글을 읽게 만드면 좋은 거니까, 그러니까 한 권이라도 더 팔고 싶었다. 출판사가 오케이를 해준 기획이라면 승산이 있겠다, 싶은 거였다. 

 

출간 기획을 바랐던 두 번째 이유는 편집자를 만난다는 것이다. 내 글을 읽고 책이 되기 전 피드백을 해줄 전문가를 만나고 싶었다. 배우고 싶었다. 글과 책의 다른 결을. 내 글이 모자란 부분을. 출간 후엔 출판사에서 하는 홍보, 마케팅의 방법까지 모조리 배우고 싶었다는 것도 추가한다. 한두 번 경험하고 나면 그 후로는 독립출판을 하더라도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은 거였다. 


기획 출간을 하고 싶은 마음과는 별도로 독립출판으로 책을 낸 분들을 존경한다. 글도 쓰랴, 책 편집도 하랴, 유통에 홍보까지 해 나가는 능력자들이다. 언젠가는 나도 꼭 도전해 보고 싶다.  


2020년부터 투고를 시작했다. 1차 30개 출판사 거절, 2차 25개 출판사 거절, 3차 어느글쓰기 수업에서 몇 백명의 수강생 중 내 출간기획서가 뽑혀 웅진지식하우스 편집자 코앞까지 갔으나 결국엔 채택 안됨. 그러다가 4차로 투고한 출판사 중 한 곳에서 연락을 받아 2022년 첫 단독 저서를 출간했다. 며칠 전 두 번째 단독저서가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나왔다. 




내가 책을 낸 경험은 다음과 같다. 


1) 온라인 건물주 되는 10가지 방법 - 전자책(크몽 판매), 10명 공저

2)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 종이책, 30명 공저 

3) 종이접기처럼 살고 싶어서 - 종이책, 단독 저서

4) 나는 나를 응원합니다 - 종이책, 11명 공저

5) 글쓰기로 우주 정복 - 종이책, POD 출간, 13명 공저  

6)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 - 전자책, 밀리의 서재, 단독 저서 


이 중 내가 쓴 3번과 4번의 출간 기획서가 출판사에 통과되었으며 6번의 경우 출간 기획서를 쓰진 않았지만 밀리로드에 연재할 당시 작품설명에 기획의도 등을 넣었기 때문에 나의 기획이 받아들여진 것이라 볼 수 있다. 4번의 경우 전체 기획과 11분 저자들의 글 코칭, 원고 정리 및 1차 윤문 작업 등을 담당했지만 영국에 사는 관계로 출판사 관계자를 만난 건 다른 분이 담당했다. 


단독 저서였던 3번과 6번을 출간했을 때 편집자를 1:1로 만날 수 있었다. 어땠냐고? 내가 의도했던 것이 맞았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그들은 나보다 고수다. 전문가다. 규모가 크던 작던 책을 내본 경험으로 무장한 이들이다. 내가 못 봤던 부분을 보게 하고 유튜브 영상, 배너, 블로그 글, 인스타 피드 등으로 홍보해 준다. 감사했다. 많이 배웠다. 


다음 글(1월 22일 월요일)에서는 편집자를 만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내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려 한다. 편집자도 차암 다양하더라. 




그리하여 이번에 출간한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는 지난 1년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겪은 좌충우돌의 경험담과 우리 시대의 소유와 소비에 대해 깨달은 점을 기록한 책입니다.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책 소개를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millie.page.link/Hx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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