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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Jan 17. 2024

밀리로드에 글 썼는데 책이 되어 나왔네

베셀 작가 대박 기원 홍보 투쟁기

지난여름 나에게는 작가로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하나씩 있었다. 뭐부터 들어볼 텐가. 나쁜 소식부터 시작하여 좋은 소식으로 이어져야 해피엔딩이겠지? 암만. 




나쁜 소식 (아픈 소식)


2년 전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출간했던 책의 출판사 편집자에게 작년 여름에 이메일이 왔다. 먼저 안부를 물었고, 그동안 판매된 책 부수 현황을 알려줬으며, 매우 정중한 어조로 계약 어쩌고 운운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정의 보관본을 제외하고 폐기 처분하려 합니다. 판매보다 물류비가 상회하는 상황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보 작가의 에세이라 초판을 꼴랑 1,000부 찍었는데도 그걸 다 못 팔아 더 이상 보관할 수 없으니 나머지 책들은 이 세상에서 존재를 없애겠다는 실로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나의 첫 책을 사고 싶다 해도 이젠 중고 시장에서 뒤져봐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출판사에게 연락을 받은 날 가슴이 쓰렸다. 내 책을 위해 나무에서 종이로 변신해 준 자연에게 미안했고, 나 자신의 딸리는 능력에 설움이 폭발했으며, 대체 어찌해야 (베스트셀러는 고사하고) 초판이라도 팔 수 있는 작가가 된단 말인가 한숨 쉬며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꺼이꺼이 어우~ (솔직히 마음이 텅 빈 느낌이었다.)



좋은 소식 (기쁜 소식) 


작년 5월 '밀리의 서재'에서 오픈한 글쓰기 플랫폼 '밀리로드'에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을 연재하고 있었다. 그곳은 독자들이 마음에 드는 작품에 '밀어주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집 청소해 가며 글 써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7월 말 즈음, 담당자로부터 이메일을 받게 된다. 작품이 6월 Top 10에 선정되어 소정의 상금 (100만 원)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게 아닌가.


"현재 연재하고 계신 글에 대해  ‘밀리 오리지널’ 계약을 제안드립니다."


 오잉? 밀리의 서재에 올라갈 전자책을 내주겠다는 소리? 오잉? 정말? 


그렇게 나는 밀리의 서재와 계약을 했고 그때까지 써왔던 원고 외에 추가 원고를 위해 이후 3개월 간 노트북 앞에 앉아 머리 박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놈이 지난주에 출간되었으며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름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같다. 밀리 오리지널 분야 주간 베스트 2위인 걸 보면 말이다.  


지금은 순한 양이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찾아 읽고 있다. 밀리의 서재에 올라오는 한 줄 리뷰나 블로그 등에 올려주신 소중한 글을 읽으며 감사해하고 또 감사해한다. 


이렇게 나는 오른손엔 나쁜 소식, 왼손엔 좋은 소식을 하나씩 챙겨 들고 작가가 되어가는 길에 또 하나의 산을 넘었다. 





요즘은 책을 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1) 출간 기획서 투고를 통과한 기획 출판, 2) 출판사를 직접 차려서 하는 독립 출판, 3) 자기 돈 내고 하는 자비 출판, 4) 주문 제작형 POD 출판 등 다양 경로로 작가 되는 문턱이 낮아졌다. 그래서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책을 낼 수 있었으리라. 


이번 글부터 5회까지는 출간 작가가 되는 또 하나의 방법인 밀리로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출간을 꿈꾸는 분들에게 정보가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밝혔지만 나는 종이책을 출간했을 때보다 전자책으로 밀리의 서재에 출간한 과정이 훨씬 행복했다. 


좋은 편집자를 만난 덕에 많이 배워가며 책을 완성했으며 표지나 제목을 선정할 때도 '우리가 함께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3화부터 풀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밀리로드에 글을 연재하다가 작가 되는 것의 좋은 점을 5가지만 꼽아보려 한다. 


   

1. 작가 만들기를 작정한 플랫폼일세?


밀리로드는 <밀리의 서재>에서 만든 글쓰기 플랫폼으로 "작가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다. 즉, 글을 올리면 밀리의 서재가 셜록홈스의 자세로 이 글이 책이 될만한 건지 꼼꼼히 보겠다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밀리의 서재 유료 회원이 아니더라도 밀리로드에 글을 올릴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밀어주리 1,000개를 받으면 (독자의 반응이 좋으면) 밀리의 서재가 출간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8개월 간 그곳에서 글 쓰며 경험한 바에 따르면 1,000개까지 안 받더라도 글이나 기획이 좋을 경우 밀리 오리지널로 연재를 시작하거나 출간한 사례를 여러 차례 보았다. 


밀리 오리지널로 책을 내어 가장 좋았던 건 밀리의 서재에 이미 책을 읽을 준비가 된 구독자가 많다는 점이었다. 2023년 12월 기준 60만 명의 유료 구독자 수가 있고 15만 권의 책을 보유한 국내 1위 독서플랫폼이기에 책을 냈을 때 독자들이 거기 있었다. 특별한 서평 이벤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 줄 리뷰나 자신의 블로그에 평을 올려준 독자들이 계셔서 감사했다. 각종 SNS에 올렸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밀리의 서재 회원인 알고 놀라기도 했다. 



2. 오픈한 지 1년도 안된 곳이라 지원 팍팍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2015년 베타버전일 때였다. 꽤 초창기에 작가가 된 셈이다. 그때 더 활발히 글쓰기를 했으면 책을 내는 것도 빨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두 아이가 어려서 꾸준히 글을 쓰는 건 불가능했고 설렁설렁 짬이 날 때만 쓰고는 했다. 약 2년 동안엔 한 편도 못 올린 적도 있었으니. 초반에 기세를 확! 잡았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기회가 있었는데 다 놓쳤다.)


그때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문을 연 지 1년도 안 된 밀리로드에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때문에 글을 쓸 작가를 모으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연다. 또한 밀리로드에 글을 쓰고 있는 이들에게 실제 누군가는 글 쓰다가 책 출간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기에 작가 발굴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브런치도 출판사들이 눈여겨보는 곳이라 정평이 나 있지만 눈에 띄기가 쉽지 않다. 글 쓰는 브런치 작가로 등록된 작가가 2022년 2월 기준 5만 명이 넘었다고 하니 지금은 더 될 것이다. 밀리로드에는 현재 약 1,640여 개의 작품이 올라와 있다. 많다면 많지만 글이 좋으면 충분히 눈에 띌만한 정도다. 



3. 브런치 글로도 도전 가능


밀리로드에는 기존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린 글 (대신 출간하지 않은 글)을 올릴 수 있다. 나 역시 연재를 시작했던 글은 브런치에 썼던 글 5편으로 시작했다. 그러니까 혹시 하나의 주제를 잡고 매거진에 글을 쓰거나 브런치북을 만들었던 브런치 작가님이 계시다면 같은 글을 퇴고하며 도전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4. 다양한 큐레이션으로 작품 홍보


밀리로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들을 큐레이션 하여 홍보한다. 아래 이미지와 같이 판타지 소설이나, 그림 그리는 작품을 4, 5개씩 모아 밀리로드 첫 화면에 노출을 시킨다. 그래서 글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작가에게도 밀어주리를 받는 기회가 높아지도록 돕는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밀어주리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글에는 누구나 객관성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공개적인 공간에 올려봄으로써 얼마나 많은 독자가 반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기회에 대한 검증의 과정이기도 하다.  나 역시 연재 당시 내 글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 '아, 나뿐만 아니라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알아차렸더랬다.  



5. 전자책에 오디오북, 챗북 제작까지 


예상하지 않았던 추가 수입 구조가 생겼다. 바로 오디오북과 챗북! 오디오북에서는 전문 성우가 내 책의 요약본을 읽어준다. 챗북은 카톡 하듯 대화체로 된 문장들이 하나씩 뜨는 되기 신기한 방식의 책이다. 밀리의 서재가 추가로 제작을 해주었으며 그곳으로부터 인세 또한 창출된다. 전자책보다는 읽는 독자가 적지만 그렇게라도 나의 책이 많은 이들에게 닿을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혹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스레드, 페이스북, 이메일 등으로 연락 주시면 정성껏 답변드리도록 하겠다! 




그리하여 이번에 출간한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는 지난 1년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겪은 좌충우돌의 경험담과 우리 시대의 소유와 소비에 대해 깨달은 점을 기록한 책이다.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책 소개를 바로 보실 수 있다. ^^ 


https://millie.page.link/Hx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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