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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Jan 29. 2024

악평에 대처해야 할 작가의 자세

책을 내고 나면 후기가 엄청 궁금해요. 독자들은 내 책을 어떻게 읽어줬을까? 재밌었을까? 별론가? 궁금한 마음이 단순한 호기심은 아닌 것 같아요. 떨리는 마음이에요.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옷을 홀딱 벗고 광장에 선 기분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듣는 건 좀 아찔한 면이 있어요. 그래도 작가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라 생각하며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꼭꼭 씹어 소화하려고 합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후기를 찾아다녔어요. 밀리의 서재에는 짧게 한 줄 후기를 남길 수도 있고 길게 독서 노트를 작성할 수 있어요.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려주시는 분도 있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봤고요. 북리뷰뿐 아니라 제가 쓴 책 속 문장으로 필사를 하는 분도 보게 되었지요.  


지난주에 '한 줄 후기'가 갑자기 늘어난 사건(?)이 있었어요. 밀리의 서재 첫 화면에 제 책이 떴거든요. 무려 <오늘 읽어야 할 단 한 권> 코너에 소개가 되었지요. 단 하루였는데도 파급효과가 컸어요. 1월 9일 출간 후 2주 동안 약 4,000명의 독자가 제 책을 '내 서재에 담기'를 해놨는데, 첫 화면에 소개되고 나니까 하루 사이에 3,000개 이상 늘더라고요. 


그러더니 다음날 밀리의 서재 전체 랭킹 1위를 했지 뭐예요. 하룻밤 꿈같은 약발이라 순위는 계속 떨어지겠지만 유명한 베스트셀러 사이에 저의 책이 보인다는 게 감격스러워 얼른 화면 캡처를 해두었어요. 읽는 사람이 늘어나자 리뷰의 숫자도 팍팍 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 책이 별로라는 평가도 달리더라고요.   



먼저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후기부터 보여드릴게요.  


* 마지막장을 덮으며 갑자기 울컥하네요. 어떻게 소비를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 유쾌함에 이끌려 읽었는데 책을 덮을 때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재밌고 공감 가는 이야기.

* 겸손, 따뜻, 다정, 솔직한 느낌의 글.

* 경쾌하지만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웃다가도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책장 쉽게 넘어가라고 유쾌하게 썼지만 독자들에게 제가 던진 메시지는 묵직하게 가닿길 바랐어요. 우리 시대의 소비와 소유를 돌아보자는 메시지요. 무작정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읽고 나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을 쓰고 싶었달까요. 그래서 이런 후기를 읽으니까 얼마나 힘이 나고 뿌듯했는지 몰라요.   


다음은 기분을 아래로 잡아당긴 후기들이에요. 


* 비유가 사족. 그냥 담백했더라면.

* 발랄하다 못해 튀는 문체가 조금 거슬렸다.

* 유쾌하고 즐겁지만 실용적이진 않다.


대단한 악평은 아니었는데도 읽는 순간 힘이 빠지더라고요. 그렇지만 이해가 되었어요. 저는 제 글이 어떤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글 쓸 때 비유하기를 즐겨요. 관용적인 표현 대신 새롭고 참신한 직유와 은유를 위해 늘 연구해요. 또 말맛을 살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글자가 주는 운율을 챙기는 편이에요. 제목을 정할 때도 글자수와 리듬에 집착하는 편이고요. 그래서 글은 "통통 튄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어요. 아마 부분이 몇몇 독자들에게는 지나치다고 느껴졌나 봐요. 


여러분도 출간하고 나면 다양한 후기나 독후감을 접하게 되실 거예요. 좋은 내용도 많겠지만 심장 부들부들 떨리는 악평을 만날 수도 있어요.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그 독자를 찾아가 한판 토론이라도 벌여야 할까요? 제가 추천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악평을 받아들이는 작가의 자세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1. 단순한 비난인지, 내용 담긴 비판인지 구분할 것

 

만약 제 책에 누군가 "발로 써도 이 책보다는 잘 쓰겠다!"라는 한 줄 후기를 남겼다고 해봐요. 그건 비난일까요, 비판일까요. 네, 의미 없는 비난이죠. 만약  그 책이 왜 해당 독자의 발솜씨보다 별로인지 논리적인 근거를 대거나 어느 부분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라도 밝힌다면 달라지겠죠. 


내용 없는 비난은 그냥 무시하셔요 해요. 까대고 싶어 안달 난 독자까지 신경 쓰기엔 우리의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그러니 속으로 이 한마디만 하고 눈 딱 감고 지나가세요. "썩을 놈."


제가 받았던 후기를 살펴보면 "불필요한 비유가 많고 문체가 튀어서 거슬린다"라고 했어요. 독자가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죠. 이때에는 그 내용을 받아들여 다음 책에 반영할지, 무시할지 결정하시면 되어요. 1) 내 글에 비유가 과도하니 줄여야겠구나, 2) 비유는 나의 힘! 계속 쓸 테다 -> 둘 중 하나 골라잡으면 된다는 뜻이죠. 저는 2번입니다만. 


저는 계속 비유가 찰떡같은, 비유가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그런 글을 좋아하니까요. 다만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진 않는지 퇴고할 때마다 돌아볼 작정이에요. 


2. "그럴 수 있어" 정신을 장착할 것


양희은 님의 책 제목이기도 하죠. <그럴 수 있어>. 저는 이것이 역지사지를 드러낸 깔끔한 다섯 글자라 생각해요.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면 사실 그럴 수 있는 일이 많아요. 독자는 저를 모르잖아요. 독자의 성향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하고요. 제 책을 안 좋아할 수 있어요. 모두가 사랑하는 글을 쓸 줄 아는 인기 작가라 해도 초보 시절엔 안 그랬을 거예요. 우리는 초보 작가니까 어떤 악평이든 받을 있어요. 


<미움받을 용기>라는 스테디셀러 들어보셨어요?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미움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요.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한 명은 반드시 나를 비판하고 둘은 호의적이며 일곱은 큰 관심도 없다고도 하죠. 이걸 독자에게 대입해 보면 한 명은 악평을 남기고 두 명은 호평을 남기고 일곱은 후기조차 안 남긴다고도 볼 수 있어요. 악평을 남기는 사람의 비율은 이것(열 명 중 한 명) 보다 많지 않을 거예요. 


개성 있는 문체는 그 작가의 정체성이기도 해요. 아마 제가 책을 여러 권 내게 되면 저는 비유가 많은 작가, 통통 튀는 문체의 작가가 되어 있을지 모르죠. 작가의 문체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는 독자의 취향이에요. 그런 분들은 한번 악평 달고 나면 앞으로 제 책을 선택하지 않겠죠. 그뿐이에요. 그럴 수 있어요. 


3. 뜻하는 바를 잘 전달하도록 글쓰기 실력을 늘릴 것


한 2년 전쯤에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칼럼 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글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사람 생각이 글 한 편 읽는다고 쉽게 바뀌진 않습니다." 


그러니 쓰는 사람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게 쓰기만 해도 괜찮다고요. 내가 글을 쓴 의도와 독자가 그걸 읽고 느낀 의도 간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것이 실력을 쌓는 일이라고요. 


"내 말은 그게 아니고."

"그런 뜻으로 쓴 게 아니라니까?"

"내가 왜 그렇게 비유를 많이 썼냐 하면"


이런 변명을 하지 않도록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가장 알맞은 단어를 찾고, 문장 배열을 가다듬고, 적절한 예시를 들어주고, 나와 다른 남의 입장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일. 그걸 위해 노력하는 일이 작가의 일 아니겠습니까. 설령 문체가 독자의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면 좀 예쁘게 봐주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악평에 좌절하기보다는 이렇게 마음을 품는 거죠. "내 더 좋은 책을 써서 보란 듯이 복수하겠다! 이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사극을 보는 중이라 말투가... ^^) 악평을 단 독자에게 끗발 좋은 다음 책을 출간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큼 멋진 복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상으로 악평을 대하는 작가의 마음가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쉽지 않을 수 있어요. 기분 나쁘고 화가 나고 어쩌면 창피하거나 슬플 수도 있어요. 책을 내려면 이까짓 거! 무서워 말고 우리 용기를 내보십시다.  


다음 글부터는 출간 기획서를 까이고 난 뒤에 배운 점을 필두로 하여 그래서 기획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풀어나가겠습니다. 브런치북 <초보 작가의 출간 투쟁기>의 구독버튼 누르고 가주세요. 




이번에 출간한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는 지난 1년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겪은 좌충우돌의 경험담과 우리 시대의 소유와 소비에 대해 깨달은 점을 기록한 책입니다.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책 소개를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illie.page.link/Hx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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