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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Jan 31. 2024

출간 거절 이메일을 받고 배운 것

책을 기획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일

처음 출간 기획서를 쓴 직후를 기억합니다. 약 4년 전의 일이었지요. 완성한 후 읽어보니 우와, 기획도 이런 멋진 기획이 없는 거예요. 책으로 나오기만 하면 베스트셀러 되는 건 시간문제겠구나! 싶었지요. 건강염려증으로 시작된 공황장애를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 과거나 미래 대신 현재를 산다는 의미를 되짚어보는 기획이었거든요.  


정성껏 모은 30곳의 출판사 이메일에 출간 기획서와 샘플 원고를 첨부하여 투고를 했지요. 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콩닥거리던지요. 새 이메일이 왔다는 알림이 뜰 때마다 심장 뛰는 속도가 평소 두 배 이상 빨라졌어요. 


결과는? 참패였답니다. 묵묵부답인 곳이 훨씬 많았고 그나마 정중하게 거절 이메일을 보내온 곳이 몇몇 있었어요. 아쉽지만 출판사 방향과 맞지 않다, 연말까지 출간 일정이 꽉 잡혀 있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어쨌든 안 된다는 거였죠. 


그리고 몇 달 후(2020년) MKYU라는 교육 플랫폼에서 하는 <남인숙의 책 쓰기 아카데미> 수업이 오픈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바로 신청했지요. 매주 2개의 강의가 올라왔는데 새로운 수업이 뜰 때마다 빛의 속도로 클릭하여 보고 또 보고 필기까지 하면서 공부했어요. 


그때 최종 과제물을 내야 했는데요, 20강의 수업을 완강한 후 출간 기획서를 제출하는 것이었어요. 몇 백명의 수강생 중 5명의 출간 기획서를 뽑아 제법 규모가 큰 W 출판사에 보내준다고 했어요. 출간을 해준다는 건 아니고 편집자가 꼼꼼히 읽어볼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죠.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하여 저는 거절당했던 출간 기획서를 수정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5명 안에 뽑혔습니다. 제 기획서는 그렇게 대형 출판사의 편집자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돼라 돼라, 통과 해라 해라! 밤마다 두 손 모아 열망했어요. 결과는 또 탈락. 대체 뭐가 문제지? 이번엔 잘될 줄 알았는데 안되니까 마음이 더 상하더라고요. 좌절의 연속이었지요. 


그런데 저는 이 시점에서 저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얻게 됩니다. 담당 편집자에게 제가 낸 기획서의 문제가 무엇인지 두 페이지에 걸친 피드백을 받게 되었거든요. 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이 글에서 공유하려 해요. 기획 전반의 문제를 꼬집고 있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책을 내려는 모든 분들에게 유용하리라 생각하거든요.


당시의 가제는 <마시멜로는 지금 먹을래>였습니다. 공황장애를 극복한 후 과거나 미래 대신 현재를 산다는 의미를 되짚어보는 기획, 그거요.   

 



마시멜로는 지금 먹을래_피드백 (2021년 4월)


1. 


개인의 안위와 행복 추구는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관심사입니다. 이런 면에서 영글음 님의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내면의 행복 추구'라는 주제는 트렌드의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트렌드를 반영한 출판물은 주제와 메시지에 공감하는 동시대 독자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늘 중요합니다. 출판(publication)은 반드시 공중(public)을 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불안, 걱정, 근심을 내려놓음으로써 행복으로 향하는 여정이라는 영글음님의 주제 선택은 동시대적 보편성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든 공감할 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뜻입니다.


2. 


이제 차별화된 콘셉트인지를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매년 4만 종 이상이 출판되고 있는 한국의 단행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담고 있는 책이 2021년에만 해도 160여 종이 출간되었습니다. 내면의 행복 추구라는 주제로는 60 여종 이상이 지난 3-4개월 만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 책과의 다른 점을 어떻게 끄집어내어 독자들에게 보여줄 것인가를 더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영글음 님이 행복을 다루는 방식의 특징을 생각해 보면 걱정, 근심, 불안, 과거에 얽매지 않기, 버리기, 내려놓음 같은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이런 특징을 좀 더 뾰족하게 다듬어 출판사와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원고의 차별성을 원고 밖에서 찾아 원고 안에 불어넣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다른 작가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내 경험의 특이점은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점은 호기심과 함께 새로운 정보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러일으킵니다. 

 

3. 


수필(에세이)의 사전적 정의는 일상에서 얻은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글은 모두 수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필은 출판되고 어떤 수필은 출판되지 않을까요?


혼자 보려고 쓴 글은 일기로 남고 남들이 훔쳐보고 싶은 일기는 에세이로 출판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훔쳐보고 싶은 글이라면 흥미진진해야겠죠. 읽기의 즐거움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득력을 충분히 갖춘 영글음 님의 원고에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진다면 읽기의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의 피드백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대중이 공감할 만한 주제를 선택하되 2) 나만이 쓸 수 있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담고 3)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져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가르침을 받고도 처음에 작성한 출간 기획서에 집착한 저는 조금만 수정한 뒤 한두 차례 더 투고를 진행했어요. 그 후 백전백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때 다시 눈을 크게 뜨고 피드백을 읽고 또 읽으며 고민한 끝에 어설픈 행복론을 버리고 현재 저의 본업인 종이접기 수공예 작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버전의 출간 기획서를 쓰게 되었어요. 종이 접기로 작품을 만들어 전 세계인들에게 파는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요. 오로지 저만 할 수 있는 이야기라 확신했어요. 그렇게 나온 책이 『종이 접기처럼 살고 싶어서』라는 에세이랍니다. 첫 출간에 드디어 성공하는 순간이었지요.  


편집자의 피드백 중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2번이에요. 나만이 쓸 수 있는 차별화된 이야기요. 남들이 안 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면 그걸 쓰면 좋겠지요. 하지만 우리 일상은 평범하게 흘러가죠.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고 제가 겪은 사건이 여러분에게도 일어날 수 있잖아요. 그렇기에 주제는 엇비슷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시선이나 관점, 나만이 겪은 경험의 디테일에서는 분명 차이가 생깁니다. 그걸 찾아내셔야 한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육아를 다룬 책이라 해도 전업주부가 된 아빠가 아이 키우는 이야기와 고위 관직에 있는 워킹맘 엄마가 아이 키우는 이야기는 다르지 않겠어요? 육아방식이나 조건, 환경에 따라서도 다를 겁니다. 


차별화된 이야기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다음 글에는 책을 기획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기로 하겠습니다. 모두들 건필하시길요. 




이번에 출간한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는 지난 1년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겪은 좌충우돌의 경험담과 우리 시대의 소유와 소비에 대해 깨달은 점을 기록한 책입니다.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책 소개를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illie.page.link/Hx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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