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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Feb 05. 2024

당신이 책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책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수려한 문장,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글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당신만이 있는, 당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적어 내려간 책을 당신이 쓰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책을 통해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특히 삶의 힘든 고비를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읽으며 힘을 얻을 것입니다.   


나와 꼭 같이 완벽하지 않은 누군가가 어떻게 사는지 읽는 건 언제나 행복합니다. 그 안에 담긴 통찰과 지혜,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도 퍽 감사한 일입니다. 몸이 하나라 선택할 수 있는 길도 하나이기에 당신이 책을 써서 제가 가보지 않은 길을 보여주신다면 감사히 읽으려 합니다. 


당신이 책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 책이 잘 팔려서 인세 두둑이 챙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지만 초판조차 못 판다 해도 그딴 거 신경 쓰지 않고 당신이 책을 쓰면 좋겠습니다. 하나의 주제 아래 포도송이처럼 글을 주렁주렁 엮어낸다는 것은 한동안 그 주제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많이 생각하고 깊게 파고들고 때론 웃고 때론 눈물지으며 빠져있을 겁니다. 그리고 끝에 시절을 넘은 자신을 만나게 겁니다. 큰 성취감을 느낄 테지요.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여름과 가을,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를 쓰다 보니 모든 게 미니멀리즘과 연간 돼 보였습니다. 집 정리를 해나가며 내가 정의한 미니멀리즘은 무엇인지, 실천하면서 떠올랐던 질문을 어떻게 독자들과 나눌지, 끈기 없는 내가 이 좋은 걸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원고를 쓰며 다짐하고 그러면서 결심이 굳어졌습니다. 


당신이 책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책 쓰기는 아주 괜찮은 글쓰기 훈련법입니다. '마감'이 생기니 말입니다. 중도포기 하고 싶어도 계약을 하고 마감이 있으면 그럴 수가 없습니다. 반드시 써야 합니다. 


글쓰기에는 요행이 없습니다. 너나 나나, 쟤나 걔나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책 많이 읽고 생각 깊게 하고 자주 쓰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듭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오늘도 글을 잘 쓰기 위해 나와 같이 머리털 뽑아가며 고군분투할 것을 생각하면 덜 외롭습니다. 책 쓰기가 그걸 도와줄 겁니다. 책 한 권을 낸 사람은 모두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책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끝)




이로서 10화까지 연재한 <초보 작가의 출간 투쟁기>를 마치려 합니다. 연재를 통해 사회생활(기자, 기업 홍보팀 )하며 얻은 지식과 몇 년 출판 공부, 출간을 경험하며 깨달은 바를 정리했습니다. 원래는 2년 책이 나올 때 쓰려고 기획을 해두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기와 맞물리는 바람에 그때는 쓰지 못했습니다. 그걸 이번에 풀게 된 것입니다.  


출간 기획서를 쓰는 법, 투고 이메일 쓰기 등의 내용을 넣을까도 고심했지만 그걸 다룬 콘텐츠는 브런치, 유튜브 등에 이미 있어서 저는 주로 출간 경험과 기획, 출간 후 홍보 부분에 힘을 실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관심 갖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계속 채워나가겠습니다. 



영글음, 2024년 2월 5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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