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책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수려한 문장,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글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당신만이 할 수 있는, 당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적어 내려간 책을 당신이 쓰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 책을 통해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특히 삶의 힘든 고비를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읽으며 힘을 얻을 것입니다.
나와 꼭 같이 완벽하지 않은 누군가가 어떻게 사는지 읽는 건 언제나 행복합니다. 그 안에 담긴 통찰과 지혜,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도 퍽 감사한 일입니다. 몸이 하나라 선택할 수 있는 길도 하나이기에 당신이 책을 써서 제가 가보지 않은 길을 보여주신다면 감사히 읽으려 합니다.
당신이 책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 책이 잘 팔려서 인세 두둑이 챙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지만 초판조차 못 판다 해도 그딴 거 신경 쓰지 않고 당신이 책을 쓰면 좋겠습니다. 하나의 주제 아래 포도송이처럼 글을 주렁주렁 엮어낸다는 것은 한동안 그 주제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많이 생각하고 깊게 파고들고 때론 웃고 때론 눈물지으며 빠져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끝에 한 시절을 넘은 자신을 만나게 될 겁니다. 큰 성취감을 느낄 테지요.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여름과 가을,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를 쓰다 보니 모든 게 미니멀리즘과 연간 돼 보였습니다. 집 정리를 해나가며 내가 정의한 미니멀리즘은 무엇인지, 실천하면서 떠올랐던 질문을 어떻게 독자들과 나눌지, 끈기 없는 내가 이 좋은 걸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원고를 쓰며 다짐하고 그러면서 결심이 굳어졌습니다.
당신이 책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책 쓰기는 아주 괜찮은 글쓰기 훈련법입니다. '마감'이 생기니 말입니다. 중도포기 하고 싶어도 계약을 하고 마감이 있으면 그럴 수가 없습니다. 반드시 써야 합니다.
글쓰기에는 요행이 없습니다. 너나 나나, 쟤나 걔나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책 많이 읽고 생각 깊게 하고 자주 쓰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듭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오늘도 글을 잘 쓰기 위해 나와 같이 머리털 뽑아가며 고군분투할 것을 생각하면 덜 외롭습니다. 책 쓰기가 그걸 도와줄 겁니다. 책 한 권을 낸 사람은 모두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책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끝)
이로서 10화까지 연재한 <초보 작가의 출간 투쟁기>를 마치려 합니다. 연재를 통해 사회생활(기자, 기업 홍보팀 등)하며 얻은 지식과 몇 년 간 출판 공부, 출간을 경험하며 깨달은 바를 정리했습니다. 원래는 2년 전 첫 책이 나올 때 쓰려고 기획을 해두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기와 맞물리는 바람에 그때는 쓰지 못했습니다. 그걸 이번에 풀게 된 것입니다.
출간 기획서를 쓰는 법, 투고 이메일 쓰기 등의 내용을 넣을까도 고심했지만 그걸 다룬 콘텐츠는 브런치, 유튜브 등에 이미 꽉 차 있어서 저는 주로 출간 경험과 기획, 출간 후 홍보 부분에 힘을 실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관심 갖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계속 채워나가겠습니다.
영글음, 2024년 2월 5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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