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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무지개 Apr 17. 2016

트러플(truffle)과 돼지의 상관관계

역사 속 에피소드 2. 언제부터, 왜 돼지는 트러플을 찾아 나섰을까?

세상에는 그 얼마나 이색적인 풍경이 많은가?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우리가 원하는 풍경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 내 이야기를 보여주고, 내 이야기가 지구 반대편의 어느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일은 이제는 일상처럼 자연스러워졌다. 

그중 우리는 호기심을 갖고 내 주변에 없는 이색적인 풍경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스페인 현지에 살면서 트러플 찾는 돼지의 그 모습에 크게 매료된 적이 있다. 농가에서 트러플 농사꾼에 이끌려 킁킁 대면서 땅에서 무언가를 찾는 돼지의 행위가 그렇게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돼지도 인간과 조화를 이루어 무언가를 하는구나! 돼지가 하는 일이 있구나! 돼지가 농가의 일꾼이구나! 뭐 이런 정도의 놀라움이었을까? 


지금은 돼지를 이용해 트러플을 찾는 사람이 적다. 예전에는 돼지가 트러플 채취하는 데 한몫을 했다는데 그 커다란 몸짓에 이겨낼 장사가 없으니 당연히 말 잘 듣고, 주인에게 복종 잘하는 훈련된 개를 더 선호한다. 


잘 훈련된 개를 이용해 요즘은 트러플을 찾아낸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왜 돼지는 트러플을 찾아 나섰을까? 



그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우리는 중세 시대로 휘리릭 필름을 돌리고, 그곳으로 상상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     


중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트러플(truffle, 서양 송로버섯)에 대한 존재는 극단적으로 변하여 심지어 사라질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미 로마시대 플리니우스는 트러플을 최음제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 암흑의 중세 시대에 '최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금지된 어떤 것, 로마 가톨릭 종교에 대항하는 이단적인 어떤 것 등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정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최음제인 트러플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이 시대에는 종교재판(Inquisition)이 성행하던 시기로 이단으로 불려지는 모든 것들은 심문을 받게 된다. 마녀도 이때 탄생한다. 마녀는 원래 여러 식물과 그 효용성을 잘 아는 민간요법 치료사들이라고 할까? 그런 훌륭한 어머니, 누나, 언니, 여인들이었는데 가톨릭과는 위반되는 그 신비성으로 인하여 화형에 처하게 된다. 그들의 지식은 암흑의 중세시대에 전수되지 않고 다 불속으로 처넣어지게 된다. 이! 마녀들에게 경배를! 그때 만약 마녀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서양의 의학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트러플도 수난을 겪게 된다. 생긴 모습은 볼품없고 색깔은 시커멓고 검붉은 것이 악마를 연상시킨다. 또한, 그 향은 황산의 어떤 강한 향과 흡사하다며 '악마의 향'이라고까지 단정 짓기에 이른다. 종교 재판소 직원들은 이 버섯을 먹으면 천국으로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고 협박(?)하여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심어줬다고 한다.


'악마의 향신료' 트러플이 중세 시대를 어떻게 견뎠을까? 


그런 와중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는 길이 생겼다. '악마의 식물', '이단의 최음제'라고 불리던 이 트러플이 드디어 변신에 도전했다. 바로 성 안토니오 교파들에 의해서였는데, 그들은 성병, 문둥병, 찬기운이 들린 병, 맥각 중독병에 걸린 사람들 치료에 헌신하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이 맥각병(보리, 밀, 옥수수 따위의 이삭이 까맣게 변하여 깜부기(얼굴빛이 검은 사람)가 되는 병) 자들은 보리의 맥각균에 의해 얼굴빛이 검붉게 변하여 '잘못 타오르는 성 안토니오의 불'이라 불리는 병에 걸려 엄밀한 곡물류의 음식은 먹지 못했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을 위해 성 안토니오 교파들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요리를 병자에게 주었다. 당연히 성 안토니오 교파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돼지를 산에 풀어놓고 방목하게 된다. 


                    

성 안토니오 형상과 돼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성자 안토니오의 형상에는 언제나 돼지가 함께 자리한다. 

성 안토니오는 동물을 사랑하여 살아생전 동물들과 대화를 했다고 하는데 스페인에서는 수호신으로 통한다. 축일은 1월 17일이며 내가 사는 스페인 고산의 비스타베야 마을에서는 큰 축제를 연다. 


성 안토니오 축제에는 소, 돼지, 말, 양, 염소, 심지어 집 안의 마스코트인 개, 고양이, 이구아나 등등의 동물을 데리고 나와 성 안토니오 형상이 있는 은자의 집에서 축복과 일 년 내내 건강도 기원하며 행렬하는 행사다. 동물과 그 주인의 행렬은 장엄하고 아름답다. 


그런 뒷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중세 시대로 돌아가, 성 안토니오 교파는 맥각 병자들을 위해 돼지를 산에서 기른다. 산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놓은 돼지가 찾은 것은 바로 트러플~! 킁킁 냄새를 맡으며 먹이를 찾는 습성으로 인해 트러플을 찾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까? 사실 돼지 중에서도 암퇘지가 트러플에 환장한다고 한다. 트러플 향이 수컷의 페로몬 향과 같아 발정기의 암퇘지는 찾는 족족 트러플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그러니 돼지를 데리고 나가 트러플 찾는 농사꾼은 발정 난 암퇘지 입에서 트러플을 떼어내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한탄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트러플을 주도적으로 전파한 사람들도 성 안토니오 교파들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순례자 음식도 만들어 방문자들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당연히 돼지 기르는 이 교파 사람들이 한 음식은 돼지고기와 트러플이 들어간 음식이 아니었을까? 길을 타고 음식도 전파되는 법, 트러플은 조용히 암흑의 중세 시대를 거치면서 그 명백을 유지하게 된다. 


아~! 중세 시대의 순례자는 트러플 요리를 먹었다고?! 

아쉽게도 지금은 고급 요리로 변신하여 순례길 위에서는 이런 음식을 쉽게 접하지 못 한다. 



재미있게도 트러플 좋아하는 현대인은 돼지에게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돼지 덕분에 '악마의 향신료'에서 '병 치료제'로 변신했으니 말이다. 암흑의 중세 시대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트러플, 현대에는 또 다른 변신을 꽤 한다, 바로 '부엌의 다이아몬드'로......!




한국 최초, [트러플 연구 에세이]는 계속됩니다. 

1. 트러플에 관한 소개, 트러플 넌 누구니? 

2. 역사 속 에피소드(1), 기원전후 옛날 사람들도 이 버섯을 먹었을까? 

3. 역사 속 에피소드(2), 언제부터, 왜 돼지는 트러플을 찾아 나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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