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과 고학년을 함께 맡아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정년까지 이 일을 해야 한다면 결국 승진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다. 교무부장을 하면 대게 학년은 수업이 좀 적은 저학년을 배정받는 것이 일상적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상 그것도 여의치 못했다. 수업은 가득하고 써야 할 보고서와 공문, 내 몸 건사도 벅찬데 다른 선생님들까지 챙기고 학교 전체적인 일정과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스트레스가 머리 꼭대기까지 찰 때면 '꼭 가리라' 했던 도시가 있다. 이미 열 번 이상 다녀왔음에도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을 때마다 생각나는 곳이다. 더운 나라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와 오토바이의 소음, 신호등 없는 혼잡한 길에 피어오르는 매연, 형형 색색의 택시, 어울리지 않는 곳에 이쁘게 피어나 있는 꽃들, 바로 방콕이다. 방콕을 좋아하는 이유를 써본 적이 있다. 아마 30가지쯤 쓰다 끝이 안 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둔 적이 있다.
방콕을 생각할 때마다 함께 떠오는 풍경이 있다. 이름도 아름다운 '짜오프라야강' 어떤 이는 똥물이라는 둥, 시끄럽다는 둥(유람선에서 시끄러운 음악이 넘친다) 사람들에 따라 호불호가 있음에도 짜오프라야에서 보이는 밤의 새벽사원(왓아룬)은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강을 따라 버스처럼 운행되는 보트는 왕궁과 호텔, 맛있는 식당, 곳곳에 펼쳐져 있는 시장을 연결해 준다.
음식은 또 어떠한가 골목에 있는 국숫집에서 정통 스테이크를 파는 레스토랑까지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한국에 비하면 싸다. 돈 없는 나 같은 사람도 마음을 조금 먹는다면, 먹을 것으로도 호사할 수 있는 곳이 방콕이다. 왁자지껄한 쇼핑센터 푸드코트나 길거리 작은 레스토랑에서 먹은 쏨땀과 푸팟퐁커리를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인다. 야시장에 가면 얼음을 넣은 창맥주와 함께 유난히 큰 닭다리 튀김을 먹을 수 있다.
방콕은 처음으로 재즈의 울림을 알려준 도시이며, 어린 아들과 종일 수영을 하며 함께 놀았던 추억의 장소이다. 코로나가 오기 전 추운 계절이 되면 우리 가족은 해마다 방콕으로 여행을 갔다. 그 시절의 기억들과 골목에서 났던 맛있는 냄새, 짜오프라야에서 불어오는 바람,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여러분들은 있는가? 떠올리면 그냥 기분 좋아지는 그곳
하루가 저물어가는 오후 - 방콕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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