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교무실이 떠들썩하다. 옆 동네(다른 부서)에 살고 있는 악당 때문이다. 어눌하고 순박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그는 보이는 모습과 달리 매우 지능적이며 치졸하게 사람을 괴롭힌다. 주변 사람들이 더 치를 떨게 되는 것은 교묘히 숨어 자신보다 약자에게만 이런 일을 행한다는 사실이다.
살아가다 보면 어느 조직에서건 이런 사람들을 종종 만나기 마련인데 이들은 정작 본인이 악당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들 대부분은 자기 확신에 차 있고 근거도 없는 오래된 관행에 집착한다. 수십 년 전 못 돼먹은 선배에게 배운 것을 진리인양 받들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받은 못된 짓거리를 답습하려 한다.
악당들은 세상의 중심을 자기라 생각하여 주변 동료를 도구와 수단처럼 사용하려 한다. 함께 해야 할 업무에서 쉬운 일만 골라하고, 그마저도 남에게 미룬다. 이들은 목표 달성을 추구하나 그와 동반되는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주변 사람을 사용하며, 이를 통해 자신이 돋보이면 그만이다.
만일 악당이 선임라면 듣기 싫은 조언을 듣게 될 때가 있다. (종종 후배에게도 듣는다) 이들은 간섭과 조언을 구분하지 못하고, 원하지도 않는 충고를 독사처럼 내뱉는다. 독사의 충고는 독일 뿐 마음만 상하게 하고 득이 되는 것이 없다. 충고하기를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능력과 인격을 갖추어야 함에도 그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없다. 오로지 이런 일을 통해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망만 있다.
어릴 적에는(라테는) 이런 선배 같지 않은 자들에게 휘둘림을 당했는데 최근에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후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당황하고 있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 선배들에게는 따지기라도 했으나 요즘 후배에게 말 한마디 잘못하면 갑질로 신고당한다. "하하하 세상 살기 힘들다"
세상이 복잡해지며 혼자 해야 할 일보다는 함께 섞여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생이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런 악당보다는 좋은 사람들 속에 섞이어 살아가고 싶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나는 빌런이 아닌가?"
P.S 악당에게 "너나 잘하세요" 한방을 날린다.
고집과 소신의 차이는 무엇일까? 소신은 분명한 원칙과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고 고집은 자신의 자존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똥고집을 부리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똥고집은 뚜렷한 근거 없이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설명할 수 없이 그저 우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