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야만 하는 걸까.

등가교환의 법칙 자연의 규칙인가?

by 유월 토끼

어른이 되는 대가를 치러야 돼.

내 마음속 환상의 세계를 뒤로하고 떠나야 해.

<빨간 머리 앤>



문득 떠올랐다.

단단하고 뾰족한 것이 치명적인 통증을 줄 것만 같은 커다란 가시, 눈에 보이지 않을 듯한 가늘고 연약한 솜털가시를 온몸에 가득 달고 있는 천년초를 보고 있자니 "등가교환의 법칙"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어 놓아야 하는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지 않았던 인생의 규칙.


엄동설한의 겨울을 온 힘을 다해 버텨내고 봄이 오면 세상 어떤 꽃의 아름다움에도 밀리지 않는 절세미모를 드러내는 천년초.

저렇게 무시무시한 가시로 전투복을 입고 있으니 평소엔 볼품없어 보이고, 가시의 위협에 가까이 가기도 꺼려지는데 긴 겨울 동안 소중하게 품고 있던 것들을 봄소식과 함께 꼬무락꼬무락 끌어모아 꽃몽오리 밀어내고 봄햇살과 눈 마주치면 누구보다 먼저 활짝 꽃을 피워 내는 부지런하고 내면이 단단한 녀석.


반가워서, 기특해서, 봄소식과 함께 예쁜 꽃몽오리를 올려주어 고마워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귀하고 어여쁜 꽃을 피워내기 위해서 평소 자신의 모습은 가시갑옷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지내는 녀석.

빨간 머리 앤이 아쉬워하며 했던 말, "어른이 되는 대가를 치러야 돼. 내 마음속 환상의 세계를 뒤로하고 떠나야 해" 내가 평소 나에게 위로하듯 건네고, 감동, 감정의 크기가 커지려 할 때 절제의 의미로 건네는 문장이 되어버렸다.


현실에서는 돈이 되는 일에 집중하고, 손익의 개념이 뚜렷해야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고, 관계에서 호구가 되지 않는다는 조언을 자주 들었던 나여서 종종 생활 속에서 나를 컨트롤하는데 꺼내 쓰는 문장이 되었다.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아도 일상에서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냥 그렇게 살게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헌데 그러면 공평하지 않는 거겠지, 공평해야 하니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어 주어야 하는 거지.

어른이 되면 책임져야 하는 몫에 싫어도 못해도 얘 써서 능력을 키우고 시간을 들여 반복해야 하는 일이 있지.

한참을 어른으로 살았는데 가끔은 또 이렇게 "꼭 그래야 하나~" 하는 혼잣말을 하며 애써하고 싶지 않은 어른의 영역의 꾸역꾸역 하고 있는 나를 보곤 한다.

언제쯤 아무렇지도 않게 어른이기에 하기 싫은 일 없이, 현실에 적합하게 세팅되어 척척 쉽게 쉽게 넘어가 찌뿌둥한 기분 남기지 않고 하나 얻고 하나 내어주는 일이 편안해질 수 있을까?

욕심이 많아서 인가 철이 들지 않아서 인가...

혼잣말에 피식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