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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Jun 18. 2019

[임신일기 #16] 14주차 - 입덧 끝 어지럼증 시작

조금만 걸어도 숨 찬 저질체력

갑자기 뭔가 묘하게 거슬리는 냄새 때문에 예민해졌다. 상쾌해서 좋아했던 치약 냄새가 싫어서 치약도 바꿨다. 고기 쟁이가 그 고기 냄새가 싫어 고기를 멀리했다. 대신 토마토, 오이 등 싱그러운 채소 냄새와 새콤달콤한 음식들이 쭉쭉 당겨서 밤낮없이 챙겨 먹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입덧이 심하지 않고 약한 먹덧이었어서. 


그러다 갑자기 나를 괴롭히던 냄새로부터 해방되었다. 갑자기? 오? 나 이제 고기 먹을 수 있는 거야? 생선도 막 구워 먹을 수 있는 거야? 코 끝에서 그동안 먹지 못했던 음식들 냄새가 솔솔 났다. 신나서 마트에 가 이것저것 골라 담았다. 지금껏 못 먹던 고기를 왕창 먹을 거야~ 상추에 싸서 와구와구 먹을 거야! 그렇다고 뭔가를 많이 사서 쟁여놓을 수는 없는 구조다. 우리 집 냉장고는 320L짜리라서 많이 사면 상해서 버리기나 한다. 고심하다 3일 치 고기와 쌈채소를 샀다. 반찬거리도 좀 샀다. 신난다. 이제 다 먹을 수 있어!! 


신랑을 붙들고 장을 보는 동안은 잘 인식하지 못했다. 룰루랄라 신나 하는 나를 보며 그는 오랜만에 환하게 미소 지었다. 마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쌀쌀한 날씨 탓이었을까? 세상이 핑 돌았다. 귓가에서 천둥같이 큰 심장소리가 들렸다.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두둥...


간혹 삐~하고 이명이 들린다. 두둥. 두둥. 두둥. 귀에서 맥박 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잠깐만 걸어도 숨이 차고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평소 걸음 속도로 걸어서는 도저히 내 몸이 버티지 못했다. 조금 빨리 걷는 편인지라 어떨 때는 남자들도 체력이 약하면 가쁜 숨을 쉬며 내 걸음에 발을 맞추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천천히 걸어도 어느새 어지러웠고, 금세 숨이 가빠졌다. 가만히 앉거나 누워있는 것 외에 다른 어떤 움직임이든 결국 어지럼증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누웠다. 시도 때도 없이. 

옆으로 누워 귀가 베개에 닿아 접히면 귓속 심장소리가 더욱 크게 증폭되었다.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바른 자세로 누워 배를 어루만졌다. 소리가 너무 커서 잠이 오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을 이렇게 보내야 할까?


귤아.. 귓속에 엄청난 소음 발생기가 생겨버렸네. 엄마는 귀가 엄청 예민한데 큰일이다.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너도 느낀다고 하던데 어떡하니. 엄마 심장이 네가 생긴 후 훨씬 많은 일을 해야만 하나 봐. 너에게 좋은 영양분을 주기 위해서겠지? 그래,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렴. 엄마가 좀 예민해져도 네가 잘 견뎌야 해. 

근데 말이야, 그래도 엄마 잘 수 있게 잠드는 순간만이라도 심장이 좀 덜 날뛰게 해 주라. 




태아 변화

14주 차 - 머리 엉덩 길이 약 8.5~10cm, 몸무게 30~60g 정도.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다. 미세한 솜털이 나기 시작한다. 아직 태동을 느낄 수 없지만 태아의 손발은 전에 비해 훨씬 더 활동적이다.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거나 이마를 찌푸리기도 한다. 아직 작지만 심장이 제기능을 시작한다. 엄마로부터 받은 산소와 영양분을 스스로 몸 전체로 순환시킨다. 몸뿐만 아니라 뇌도 한층 발달한다. 



산모 변화

14주 차 - 자궁의 크기는 작은 멜론 정도의 크기이다. 기초 체온이 내려가고 현기증과 두통이 나타난다. 임신 이후 계속 고온을 유지하던 기초체온이 점차 내려가기 시작해서 출산할 때까지 저온상태를 유지한다. 앉았다 일어나거나 갑자기 자세를 바꿀 때 어지러움과 현기증을 느낄 수 있다. 혈액이 자궁으로 몰리면서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 힘들어져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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