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엄마 친구 딸이라고
매번 읊지 않아도
잘 알고 있어
절대 날 여자로 볼 일 없지
오빠 눈에 비친 난
토끼 인형 끌어안고
오빠들 말고 나랑도 놀자
칭얼대던 다섯 살 꼬맹이일 테니까
내 나이가 말이야
스물 하고도 셋이 보태졌거든
오빤 이제 겨우 스물여덟 살이고
열 살 이상 차이나는 큰 오빠처럼 굴지 말아 주겠니
누가 보면 내 기저귀라도 갈아준 줄 알겠어
여자까진 바라지도 않아
그냥 옆집 동생 하면 안 되냐?
혈육을 바라보는 시선은 뭐냐고
일말의 기대감도 품을 수 없게
세상 만물을 다 때려눕힌다는 중2 때부터
나한테 오빤 남자였어
한 마디 하면 백 마디 하는 날 감싸줬잖아
울 엄마도 날 갖다 버리고 싶었다던데
오빤 기다려줬어
내 마음의 파도가 잔잔해질 때까지
당장 고백을 한다거나
이래도 모를 거니?
진짜 이래도?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니진 않을 거야
아주 조용히 은밀하게
물밑 작업에 착수해야지
밥 사주는 예쁜 누나가 대세라며?
난 밥 잘 먹는 옆집 동생으로 밀고 나갈래
정신 차리고 보면
오빠 옆에 찰싹 붙어있을 거야
옆집 동생 아니고
평생 짝꿍으로(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