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함께 자라는 오늘들 - 04
'차오름', '차올라' 두 아이 부모를 만나다.
처음 이 가정을 알게 된 것은 페이스북 영상 때문이었다. 자연주의 출산 과정을 기록한 영상이었다. 아내는 이 영상으로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다. 이 가정은 두 자녀를 모두 자연주의 출산으로 낳았다. 형제의 이름은 '차올라', '차오름'이었다. 그 이름만큼 특별한 가정이었다. 장마도 지났고, 태풍도 아니었지만 폭우가 내리는 어느 주말, 우리는 차올라, 차오름 가정을 만났다.
출산이 가장 쉬웠어요?!
첫 아이 출산 시간은 무려 17시간이었다. 그러나 보통의 산모들과는 달랐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진통을 겪는 방법도 달랐기 때문이다. 17시간 중 대부분은 이완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완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큰 볼에 앉아있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첫째 '차올라'를 출산했다. 첫 아이는 무려 4.46kg이었다. 신생아의 몸무게만 보면 자연주의 출산이 아니라 제왕절개가 답이라고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부부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첫째는 탯줄을 목에 감고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심정지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차올라'를 출산했다. 생명은 신비롭게 태어났고 자라고 있다. 둘째 아이 출산도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짧았다. 3시간이었다. 둘째도 만만치 않았다. 4.16kg이었다. 둘째 '차오름'도 건강하게 출생했고 잘 자라고 있다.
자연주의 출산 선택한 이유는?
"처음에는 출산이 두려웠어요. 그래서 공부했죠."
부부는 임신의 기쁨과 함께 출산의 두려움을 경험했다. 출산에 대해 걱정은 공포가 아닌 배움의 계기가 되었다. 출산에 대해 공부하고 배울수록 아이를 위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를 위해 가장 좋은 출산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우연한 기회로 접한 다큐는 출산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그리고 무심코 방문한 산부인과는 자연주의 출산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결론은 자연주의 출산이었다. 부부는 자연주의 출산은 아기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산부인과에서 자연주의 출산 모임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 모임에서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교육받고 나누면서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고 했다.
자연주의 출산이어서 좋은 점은?
"출산을 공유하고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어요."
이 부부는 자연주의 출산이 출산의 고통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출산은 단지 엄마가 감당해야 할 고통이 아니었다. 출산은 아내, 남편, 아기가 함께하는 것이라 여겼다. 자연주의 출산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출산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에서 아내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그리고 남편을 제외한 4명의 둘라도 함께했다. 부부는 이를 넘어서 특별한 공유를 구상했다. 그것은 자연주의 출산의 순간을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 영상으로 공유하는 것이었다. 페이스북 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주의 출산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부부도 이 영상을 보고 자연주의 출산을 알게 되었다. 출산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야말로 이 부부에게는 중요했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면서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첫 아이를 출산할 때 아기가 탯줄을 감고 나와서 숨을 쉬지 않았다. 아내는 출산 후 몸을 추스르느라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남편은 조산사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위험한 순간임을 지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속으로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게 아기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조산사를 도왔다. 감사하게도 혈색이 돌아오며 숨이 터졌다.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아이를 가슴에 뉘었다. 캥거루 케어였다. 남편은 스스로 '아빠'임을 확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함께 출산의 순간을 공유하고 출생한 아기를 만나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 부부는 부모가 되었다.
오늘의 육아는 어떤가?
"고쁨의 연속이죠."
부모가 육아하면서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도 행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육아는 고쁨이라고 표현한 것일까? 육아는 고난의 순간이 분명히 있지만 고난보다 기쁨이 더 크기 마련이다. 육아의 기쁨은 아기의 성장에서 왔다. 아기의 성장과정을 보며 부모로서 기쁘고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고생과 기쁨이 공존하는 양가감정은 대부분의 부모에게 드는 자연스러운 감정일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는 육아에서 느끼는 고쁨을 통해 부모다워지는 것은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부와 인터뷰하면서 출산, 육아에 대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 흔적을 느꼈다. 육아에 대해 답을 찾고자 노력한 흔적 말이다. 그 고민은 고스란히 육아로 이어졌다. 육아에 고민하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바로 '코르차크(Janusz Korczak)'다. 코르차크 교육관은 부부에게 육아에 대한 통찰을 제공했다. 우선 육아에 대한 자기 확신을 내려놓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이 부부에게 육아는 부모의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었다. 부모와 자식이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었다. 코르차크 이야기를 더해보면 그는 32살이 되었을 때 어린이의 권리를 지켜 주면서 돌볼 수 있는 '작은 공화국'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전쟁 중에서도 가난한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한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 의회를 만들어 어린이들 스스로 단체 생활 규칙을 토론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어린이 의회에서 결정된 규칙은 코르차크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르차크는 어린이 의회에 다섯 번이나 소환을 당했다고 한다. 이러한 교육관으로 코르차크는 1, 2차 세계대전 속에서 많은 고아들을 교육하며 양육했다. 그리고 그는 아이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교육관은 오늘 이 부부의 육아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육아에 대해 달라진 계기는?
"시작은 자연주의 출산이었어요."
이 부부의 육아에 대한 생각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쌓인 듯했다. 그래서 이 부부는 육아에 대한 생각이 선명했다. 생각은 곱씹고 곱씹을수록 자연스럽게 삶으로 베어난다. 육아에 대한 생각은 그들의 삶으로 드러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육아일 것이다. 사실 더 특별할 것도 없다. 그저 육아에 대한 생각이 다를 뿐이었다. 달라진 계기를 묻자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답했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배우고 실제로 낳아보니 결국 육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영유아 검진도, 예방접종도, 훈육도 그에 걸맞게 실천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이 부부에게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자연주의 출산이 최고의 출산은 아니라고 했다. 수많은 출산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무엇이든 자신의 소견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용기다. 놀랍게도 이 부부는 출산과 육아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특이하다, 유별나다.'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특히 가족에게 말이다. 이러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마치 육아에 답이 있는 듯한 태도다. 육아에는 답이 있을까? 이 부부는 모든 사람들이 답이라고 하는 육아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자신들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 답은 그저 생각과 말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으로 찾아야 한다. 살면서 하나씩 발견할 수 있다.
육아하며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육아를 실천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차올라'는 이제 말을 곧잘 한다. 자기표현을 확실히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어려운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요즘은 등원 시간이 어렵다고 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 부부는 억지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기 싫은 이유를 물었다. 다양한 이유를 대기 시작하고 때를 썼다. 등원 시간은 점점 가까워진다. 그래도 끝까지 아이를 설득하고 설득한다. 결국에는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계속된다. 가끔은 어린이집 선생님이 기다리신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방법이 옳다고 믿기에 힘들어도 괜찮다고 했다. 또한 요즘 돈에 대한 개념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가 돈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돈이 왜 필요하냐고 물으니 머뭇거리다가 헌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주일에 교회 갈 때 헌금을 주는 것을 알고 한 거짓말이었다. 물론 돈을 주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아이와 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부부는 비폭력 대화를 추구했다. 수직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제한한다. 비폭력 대화는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고 그 대답에 대해 설명하는 대화방식이었다. 이 부부에게 부모라고 해서 무조건 권위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었다. 권위는 삶으로 쌓이고 드러나는 것이었다. 이렇듯 육아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자신들의 생각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다. 삶으로 살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육아란?
"육아는 기다림이다."
"육아는 치유다."
육아는 기다림이라고 답했다. 비폭력대화는 이 부부에게 인내를 배우게 했다. 배려심이 많고 주체적인 아이로 커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첫째 '차올라'가 30개월을 지나면서 대화가 가능해지고 설득이 가능했다고 했다. 그래서 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파악하고 질문하고 기다려주어야 했다. 아직은 기다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속에서는 천불이 나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 노력만으로도 좋은 부모가 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엄마 보고 싶었어요. 사랑해요.' 한 마디에 모든 스트레스와 천불은 단숨에 사라졌다고 했다.
또한 육아는 치유라고 답했다. 육아는 자신을 해방시키고 발달시켜주는 과정이라고 했다. 말인즉슨 육아를 통해 스스로의 어린 시절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가서 어린 자신을 만나는 듯하다. 자녀는 어린 시절 자신과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자녀, 어린 자신에게 주는 것만으로도 상처는 치유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며 인생을 다시 사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 부부에게 육아는 아이와 부모를 모두 성장시키는 시간이었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도 성숙해져 갈 것이다. 그런 육아를 꿈꾸며 오늘도 스스로의 신념을 육아로 실천하고 있었다.
이 부부는 셋째와 넷째를 기다리고 있다. '차보라', '차리라' 두 딸을 소원하며 이름도 지어놓았다고 했다. 네 아이를 꿈꾸는 이 부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 용기와 신념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육아에 대해 말한다. 모두 좋은 말들이다. 현명하고 효과적인 해법일 수 있다. 그러나 육아에 만능키는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부모로서 육아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고민의 답을 삶으로 끈질기게 실천하기를 바란다. 육아, 그 생각은 결과를 낳는다. 부모와 자녀의 인생이라는 결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