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함께 자라는 오늘들 - 03
찬휘맘은 약속 시간이 지났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잠이 든 것 같았다. 이미 아내를 통해 간밤에 거의 잠을 못 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단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육아 중 단잠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나들이 나왔다 생각하기로 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찬휘맘이었다.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어느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소소한 육아를 나누기 시작했다. 단잠으로 한결 피곤이 풀린 모습이었다. 다행이었다.
장마를 만나다.
찬휘맘은 장마를 지나고 있었다. 육아 장마는 다름 아닌 '아토피' 때문이다. 첫돌이 지나고 찬휘에게 아토피가 찾아왔다. 긴 장마와도 같았다. 밤낮이 없었다. 찬휘맘은 쪽잠을 자야 했다. 무엇보다 간지러워 괴로워하는 찬휘를 보는 것이 마음 아팠다고 했다. 찬휘 아빠는 지금도 자신의 아토피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찬휘의 고통을 이해했고 안쓰러워했다. 자신의 고통이 대물림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다행히도 장마는 큰 고비를 넘긴 듯 보였다. 장마는 계속되고 있지만 점점 저 멀리 맑은 하늘이 보이는 듯했다. 장마는 지나가고 있다. 여느 여름처럼 말이다.
오늘의 육아는 어떤지?
“괜찮아요.”
그녀는 괜찮다고 했지만 고단해보였다. 아토피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얼굴만 봐서는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문제는 살과 살이 닿는 관절 부위였다. 아토피는 간지러워 긁으면 피부가 약해져 진물과 피가 난다. 그중 가장 심한 부위는 발목이었다. 발목 때문에 피로 얼룩진 이불 빨래를 하기도 했다. 찬휘맘은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아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찬휘맘은 긍정적이고,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아토피라는 육아에 찾아온 장마도 괜찮은 듯 보였다. 사실 괜찮은 육아는 없다. 괜찮은 부모만 있을 뿐이겠지.
엄마가 되지 못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그때 어떠했나?
“뇌하수체 선종이 참 미웠죠.”
찬휘맘은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학창 시절부터 그랬다고 했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결혼이 늦어졌지만 결혼 전이나 후나 그 생각은 변함없었다. 그런데 결혼 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혹시나 엄마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조급해졌다. 병명은 '뇌하수체 선종'이었다. 생명에 위협은 없지만 작은 선종은 몸을 임신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약물치료로 조절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녀는 찬휘맘이 되었다. 임신 소식을 알고 기뻤다고 했다. 그래서 태명도 '축복이'라고 지었다. 찬휘는 태명대로 축복처럼 주어진 귀한 아들이었다.
찬휘맘으로 행복한가?
“행복해요. 찬휘라서 다행이에요.”
찬휘는 잠귀가 밝다고 했다. 그래서 찬휘는 밤에 2시간마다 일어났고, 2~3시간을 놀다가 다시 2시간을 잤다. 이런 수면 패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아토피가 더해졌다. 아토피로 찬휘는 잠을 자면서도 가려움을 호소했다. 찬휘는 시도 때도 없이 엄마에게 가려운 곳을 긁어달라 했다. 찬휘는 생각보다 민감한 아이였다. 육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찬휘맘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의아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볼 때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래서 행복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찬휘맘은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다. 찬휘맘은 어린 시절 바쁜 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부모 역할의 부재를 경험한 것이다. 그리고 부재는 상처가 된 듯했다. 감사하게도 상처는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기보다 더 큰 열망을 갖게 했다. 상처가 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그렇다. 오히려 인생이라는 토양에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찬휘맘에게는 그랬다. 어린 시절의 부모의 부재는 찬휘맘을 더욱 엄마 되게 했다. 모든 대화의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찬휘맘이 육아에 대해 행복하다고 느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찬휘맘은 고단했지만 괜찮았다. 오히려 찬휘라서 행복했을 것이다. 심지어 찬휘의 성품은 온순했다. 평소에 조심성이 많고, 순했다. 아토피로 괴로울 때도 짜증 부리거나 심하게 떼쓰지 않았다고 했다. 아마 성격도 까칠하고 민감했으면 찬휘맘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찬휘라서 행복했고, 찬휘라서 다행이었다.
아토피 노하우가 있다면?
“여전히 찾고 있어요. 효과를 보고 있는 게 있어요.”
아토피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돌잔치 이후였다. 아마도 새 옷이 피부와 닿으면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옷이 닿은 부분이 빨갛게 일어나더니 온몸으로 퍼졌다고 했다. 가장 먼저는 병원을 향했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해주었다. 스테로이드는 영유아용으로 1%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점점 스테로이드는 내성이 생겨 더 강한 약을 사용해야 했다. 결국 스테로이드를 끊기로 했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말자고 권유한 사람은 찬휘 아빠였다. 스스로도 스테로이드로 효과를 보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찾은 곳이 한의원이었다. 한의원에서는 찬휘의 증상을 보고 무엇을 잘 먹고, 무엇을 잘 먹지 않는지를 물었다고 했다. 아마도 찬휘의 체질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처방을 내려주었다. 처방은 두 가지 정도였다. 먼저는 한약이었다. 지어준 한약을 잘 먹이라고 했다. 한약이 무지 써서 찬휘가 먹기 힘들어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먹이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한방 소금 목욕이었다. 처방받은 소금을 손가락 두 개 두 마디 정도 넣고 목욕시키는 것이다. 소금이 아토피 피부를 소독해 주었다. 찬휘는 쓰라려서 힘들어했다. 그래도 소금 목욕 후에는 아토피가 많이 호전되었다. 찬휘맘은 혹시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다면 한방 소금 목욕을 적극 추천한다고 했다. 또한 바오밥 나무 추출유로 오일 목욕을 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찬휘맘은 한방으로 아토피 장마를 극복하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몰아치는 장대비에 속수무책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장마 속에서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저 멀리 조금씩 보이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육아란?
“희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힐링인 것 같아요.”
처음에 찬휘맘은 육아를 '희생'이라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찬휘맘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육아라는 이름 아래 포기해야만 했다. 포기한 부분이 작건 크건 그것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비교 불가하다. 사실 찬휘맘은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찬휘맘은 좋은 엄마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이 찬휘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라 여겼다. 그런데 대화 도중 육아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양육자로 찬휘를 육아하고 있는데, 오히려 자신이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육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면서 대답을 바꾸었다. '힐링'이라고 말이다. 찬휘맘은 찬휘 엄마여서 행복했다. 그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행복은 자신을 회복시켰다. 어린 시절 상처에서, 육아로 지친 피곤에서 회복시켰다. 그래서 찬휘맘은 오늘 더 좋은 엄마로 성장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그토록 원했던 좋은 엄마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