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1 시아가 자라는 오늘들 - 04

by ㅇㅅㅅㅇ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같이


임신 태교 중 숲해설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 태중 아기에게 하고 싶은 말을 캘리그래피로 적고 꽃잎으로 꾸며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서로 햇살이에 대한 기대를 담았었다. 태명은 부모의 기대와 바람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햇살이라는 태명을 좋아했지만 태명에 담은 바람은 서로 달랐다. 나는 햇살이라는 태명처럼, 밝고 따뜻한 아이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래서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같이'라고 적었다. 김영랑 시인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을 응용한 글귀였다. 원래 그 시는 천진난만함, 그 너머 슬픔과 소망을 담은 순수시다. 학창 시절, 그저 글말이 예뻐서 좋았다. 태명에 어울리는 시적인 표현이라 마음에 들었다. 태명처럼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같이 밝고 따뜻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다.



선물이 되는 사람


아내는 나의 바람과는 조금 달랐다. 아내는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선물과도 같이 우리에게 온 햇살이가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기를 바란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선물이 되려면 먼저 스스로 풍성하고 여유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아내는 햇살이가 먼저 스스로 선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랐고, 기꺼이 선물처럼 자신의 것을 나눌 수 있기를 또한 바랐다.



이름 짓기


우리는 햇살이 마중을 준비하면서 태명이 아닌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태명에 비해 이름을 정하는 것은 어려웠다. 아이의 인생이 달린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농담 삼아 '장녀', '장자' 등을 추천받기도 했다. 진지하고도 농담스러운 제안이었지만 웃으며 거절했다. 찾아보니 장씨 성을 가진 여자 아이 이름은 정말 많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말고 독대하라고 '장독대', 외국 이름으로 예쁘게 지으라고 '장기예프', '장 크로드 반담', 비처럼 시원하고 멋지게 살라고 '장비', 평생 속앓이 하지 말라고 '장트러블', 공부 잘하라고 '장학금' 등등 수없이 많았다. 다들 즐거운데, 부모는 웃프다. '장'씨 성에 잘 맞는 여자아이 이름 찾기가 그만큼 쉽지 않았다.

고심하며 몇 가지 이름을 정했고, 후보 중에 가장 경합을 벌인 건 '하리'와 '시아'였다. 둘 다 좋은 이름이다. 문제는 성이었다. 앞에 '장'을 붙이니 '장하리'는 초등학생들의 놀림받기 쉬운 이름이다. 그리고 무언가 결연한 의지를 담은 이름 같다. 위대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이름이었다. '장하리'는 기상이나 인품이 훌륭하고 싶은 열망과 결단이 담긴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심지어는 드세보였다. 결국은 '하리'는 선택되지 않았다.





햇살이에서 장시아로


고심 끝에 햇살이의 이름을 '장시아'로 정했다. '시아'라는 이름을 고른 이유는 대략 세 가지다. 먼저는 이름에 담은 뜻이다. '시아'는 보시니 아름답다는 뜻의 한자를 사용했다(Gn 1:1). 또한 하나님과 사람이 보기에 아름답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Lk 2:52)과 시절을 좇아 아름답게 열매 맺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Ps 1:3). 그리고 성의 뜻처럼 받은 사랑과 맺은 열매를 베풀고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張, 베풀 장). 다음으로는 이름을 부르는 소리다. '시아'는 부르기 쉽다. 쉬울 뿐 아니라 부를 때 어감 때문인지 시원한 느낌이 든다. 빨리 발음하면 '샤'라고 발음되어서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장'씨 성(姓)과 어울리느냐다.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성(姓)과 잘 어울리지 않으면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다행히 '장시아'라는 이름은 부르기도 좋고 어울렸다. 결국 우리 딸 이름은 '장시아(張視娥)'가 되었다.



출생신고


비로소 아내와 나는 출생신고를 준비했다. 절차는 복잡하지 않았다. 먼저 출생신고는 출생일로부터 1개월 이내로 신고해야 한다. 늦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최대 50,000원). 다음으로 준비물은 출생증명서(산부인과 발급), 신고자 신분증, 출생신고서다. 마지막으로 살고 있는 지역 동 주민 센서에 직접 가서 신청하면 된다. 출생신고서를 작성하며 몇 번을 수정했는지 모른다. 혹시 한자는 잘못 기입되지 않았는지, 주소나 전화번호는 제대로 적었는지 몇 번을 확인했다. 그리고 신청을 위해 동주민센터로 향했다. 동주민센터 업무 보시는 분들의 친절한 설명 덕에 출생신고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출생신고를 마치니 이름 확인과 주민번호 확인을 위해 등본을 무료로 발급해 주었다. 등본에 적힌 딸의 이름을 보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이제 햇살이는 '장시아'다. 그리고 나는 '장시아'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등록했다. 이제 등본에 '자녀'로 표시되었다. 이제 시아는 법적으로도 우리 딸이고, 가족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아의 주민번호를 외웠다. 머리로 기억하고 싶었다.

팁으로 출생 신고할 때 양육수당과 출산지원금도 함께 신청하는 것이 좋다. 양육수당은 출생신고 후 2개월 이내에 통장과 신분증을 지참하면 신청할 수 있다. 출산지원금도 출생신고 후 1년 이내에 동주민센터에서 신분증과 통장사본만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리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름에 담긴 '바람'보다 '사랑'이 중요하다.


시아를 향한 우리의 바람은 서로 달랐다. 부부라고 해서 그것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아가 우리의 바람대로 꼭 자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시아의 마음에 사랑이 전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늘 햇살이 그저 따뜻하게 비추듯, 뜻밖의 선물이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듯 말이다. 결국 '시아'라는 이름에 담긴 바람보다 '사랑'이 중요하다.

출생신고를 마치고 집에 와서 딸의 이름을 불렀다.

"장시아, 시아야 이제 햇살이가 아니라 시아야. 장시아"

부를 때 정성스럽다. 부르니 사랑스럽다. 자녀의 이름은 부모의 사랑을 담은 그릇일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 거대하고 신비로워서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에게 자녀의 이름은 세상의 어떤 사랑의 미사여구보다 더 큰 사랑의 표현이다. 다 담을 수 없는 사랑을 담을 수 있는 한 단어가 바로 '이름'이기 때문이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말 대신, '내 아들, 딸이어서 고맙다'는 말 대신, '세상에서 우리 딸이 제일 예쁘다'는 말 대신, '공부하느라 수고했어'라는 말 대신, '다 표현 못해도 너무 사랑한다'는 말 대신 부모는 그저 이름을 부른다. 이름보다 더 아름답고 분명한 사랑 표현이 어디 있으랴!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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