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먹고 싸고 울어라

#1 시아가 자라는 오늘들 - 06

by ㅇㅅㅅㅇ

시아 맞이를 위해 청소를 했다. 침구류를 세탁하고 먼지를 닦았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유축기를 대여했고, 수유할 수 있는 의자를 침대 근처에 두었다. 선물 받은 수유등 설치도 잊지 않았다. 또한 기저귀, 가제손수건과 배넷저고리도 가지런히 정돈해두었다. 주방에는 커피포트, 젖병 보관케이스, 소독기를 배치했다. 욕실에는 아기 요조와 목욕용품을 두었다. 그리고 시아가 왔다.



시아의 일상


시아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듯 보였다. 순한 편이라 생각했다. 다행이다. 시아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 성장 리듬에 부모가 맞춰야 했다. 시아의 리듬은 대략 이렇다. 우선 먹었다. 2시간에 한 번씩은 먹었다. 다음으로 쌌다. 하루에 한 번씩은 싸야 했다. 가끔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그리고 잤다. 대부분의 시간이 그랬다. 자는 게 일이다. 마지막으로 울었다. 위의 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운다. 세상 떠날 듯이 말이다.



맘껏 먹기


시아에게 가장 큰 행복은 먹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입으로 젖을 빠는 것이다. 그것이 충분히 충족되어야 했다. 시아가 젖을 먹을 때 땀이 송골송골 맺힐 만큼 힘을 쓴다. 시아는 충분히 먹은 후 트림을 하고 잤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유를 우선 먹이고 분유를 먹였다. 아직 직접 수유가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워서 유축을 해야 했다. 모유가 부족할 때만 분유를 먹였다.

아내는 유축을 힘들어했다. 시아가 잘 동안 유축을 해야 했고 일어나면 또 먹이고 안아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밤에도 2~3시간마다 일어났기 때문에 잠이 늘 모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시아를 잘 먹였다. 나는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밤에 시아를 보는 것은 오롯이 아내의 몫이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늘 고맙고 미안했다. 아내의 노력으로 시아는 조금씩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시아가 잘 먹기만 해도 참 행복했다. 젖 먹는 게 뭐라고 참 예뻤다.



맘껏 싸기


처음 시아는 잘 싸지 못했다. 신생아들에게 가끔씩 일어나는 일종의 변비였다. 그리고는 엄청난 똥을 쌌다. 물똥이다. 급히 목욕 준비를 했다. 조심스레 목욕을 시켰다. 머리를 감기고, 등을 씻어주고 얼굴, 배, 팔, 다리 순으로 잘 닦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한번 더 물로 헹궈주면 끝이다. 시아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물속에서 편안해 보였다. 물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시아는 소변을 싸면 대번 울었다. 그래서 바로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했다. 그런데 소변과는 달리 대변은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 불편하다 느낄 그때,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 올 그때 울었다. 가끔은 시아가 언제 똥을 쌌는지 모를 때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면 확인을 해야 했다. 시아는 특히나 배변활동을 한 다음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저귀를 갈아줄 때 절대로 얼굴을 찡그리지 않아야 한다. 시아가 보는 내 모습이 화나거나 싫다는 표정이 아니길 바랐다. 그래서인지 더욱 웃으며 시아를 대하게 되었다. 시아가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맘껏 잠자기


시아는 잘 잤다. 천사 같았다. 약간 소리에 민감하기는 했지만 잘 자는 편이었다. 낮에는 낮잠을 충분히 잤다. 밤에는 11~12시에 재우면 3~4시 즈음 일어났다. 가끔 밤에 울며 잠을 않잔 적도 있지만 대부분 3~4시간 정도는 잘 잤다. 문제는 재우는 것이었다. 잠투정이 심한 편이라 늘 안아줘서 재워야 했다. 그래서 시아를 안고 소파에 앉아 잠을 자기 일쑤였다. 다행히 뒤척이지 않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시아는 낮과 밤을 구분하고, 밤에는 조금 더 푹 잘 연습을 하는 듯했다. 그 적응 훈련을 100일 정도는 해야 한다니 참 난감했다.

시아가 잠잘 때, 아내는 살림을 했다. 청소를 하고, 음식을 하고, 빨래를 했다. 같이 쉬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미안했다. 최대한 일찍 퇴근해서 가사를 도왔다. 그래도 아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산후조리 도우미를 신청했다. 근처에 사시는 어머님이셨는데, 친절하고 살림을 잘하시는 분이셨다. 그래서 아내는 도우미 어머님이 오시면 3시간가량을 숙면할 수 있었다.



맘껏 울기


"응애. 응애."

시아는 마치 인형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울었다. 우는 소리는 꽤나 우렁찼다. 안고 있으면 귀가 아팠다. 목청이 좋을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목소리 톤은 선천적인 고유한 것이기에 시아의 목소리가 좋기를 바랐다. 소리보다 중요한 것은 시아의 상태였다. 우는 것은 지금의 시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의사소통방법이었다. 시아는 우는 것을 통해서 '배고픔', '졸림', '짜증', '찝찝', '더움', '영아 산통' 등을 표현했다. 그래서 우리는 시아가 울면 먼저 밥 먹는 시간을 체크하고, 기저귀 상태를 점검하고, 실내 온도가 높은 지를 확인한다. 그리고는 시아를 안아주고, 살살 주물러주고, 수유를 해주고, 잠을 재웠다.

나는 그저 이러한 순서로 확인하는 데에서 그치지만 아내는 달랐다. 아내는 시아의 상태를 기본적인 순서를 거치지 않아도 대충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아가 울면 나는 당황하고, 아내는 시아의 필요를 채울 준비를 했다. 우선 안아주고, 육아 어플로 젖먹인 시간을 체크 하고, 분유 또는 모유 수유를 준비했다. 그리고 기저귀를 체크했다. 시아의 라이프스타일을 나보다 더 체득한 것이다. 무언가 시아와 아내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선이 연결된 것 같았다. 시아의 울음은 시아의 언어다. 그리고 시아의 감정이고, 시아의 호소다. 그리고 그 언어, 감정, 호소를 채워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육아 초보단계, 아이의 리듬에 적응하기


여전히 아내와 나는 시아에게 적응 중이다. 우는 시아를 달래며, 잠투정하는 시아를 재우며, 밤잠을 설치며, 소파에 앉아 잠을 청하며 말이다. 물론 쉽지 않다. 생명을 보살펴 키우는 일이 어찌 쉬울 수 있을까? 그렇지만 기쁘다. 힘든데 행복하다. 시아가 자라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시아의 소소한 행동들이 우리를 미소짓게 했다.

시아도 적응 중이다. 모태에서 나와 세상이라는 환경에 말이다. 그래서 배가 고프고, 잠자려고 투정 부리고, 배설하고, 영아 산통에 아파했다. 시아에게도 모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육아하는 우리도 힘들지만 어찌보면 시아가 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늘 자신의 필요를 채워주고. 웃어주고. 안아주고. 노래 불러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기도해주는 존재가 있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그 모든 시간들이 시아의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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